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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GT] 한국구애전 단편 : 젠더 내러티브
NeMaf 조회수:2223
2019-08-20 12:54:53

8월 19일 오후 7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는 [한국구애전 단편 : 젠더 내러티브] 섹션의 <검은 집>, <비잉휴먼>, <핑크페미>, <높은 마음>이 상영되었다. 상영이 끝난 뒤에는 <검은 집>의 전수현 감독과 <비잉휴먼> 손채영 감독, <핑크페미>의 남아름 감독, <높은 마음> 고경수 감독이 참석해 작품 소개와 함께 관객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날 진행은 이양헌 모더레이터가 맡았다.

이번 작업을 하게 된 동기나 계기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고경수 : 4년 전 만든 작품인데, 한예종 무용과 룸메이트가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제대 후였고, 그 친구는 입대 전이었어요. 군대를 가면 커리어가 끝날 것 같다는 불안함과 동시에 자신이 발레 콩쿠르에서 입상을 해서 군 면제를 받을 실력은 아니라는 친구의 고민을 들은 기억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손채영 : 저는 작년 상반기에 작품을 만들었는데요. 그 때 가장 이슈였던 것이 탈코르셋 이슈였고, 그 담론이 당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만들 수 있던 주제라는 생각을 해서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남아름 : 저 역시도 작년 3월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 당시도 미투 담론 등 이런저런 담론들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여서 제 마음속에 있던 얘기들, 제 어린 시절에 관한 얘기들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겨서 그 때, 이야길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전수현 : 저도 작년에 정릉 재개발지역을 10년간 다니신 캣맘을 어쩌다 알게 되어서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해 쫓아다니다가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비잉휴먼>의 손채영 감독께 여쭙겠습니다. 탈코르셋이라는 이슈에 대해 유보적 방식으로 이야기가 끝맺음되는 것 같습니다. 관객이 이 이야기의 결말을 어떻게 해석했으면 좋겠는지?

손채영 : 이 작업은 작년 6월 마감이었는데, 당시 제 상태는 아노미였어요. 그 상태를 기록하고 싶었어요. 결론적으로, 유보했던 건 아니구요. 제 고민은 계속 진행 중이라는 엔딩이었어요.

작품 속 인터뷰이들과 인터뷰 하시면서 흥미로웠던 내용은?

손채영 : 가장 인상 깊었던 건 50대 여성분이었는데요. 자신의 분노의 방향이 여성들에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현장에서도 편집 하면서도 놀랬었어요. 저는 사실 막연하게 나는 그럴 리 없다 생각했었는데 관조해보니 저 자신도 그러고 있더라고요. 그 때가 인상 깊었어요.

 

<검은 집>의 전수현 감독께 질문하겠습니다. ‘캣맘’을 만나게 되긴 경위가 무엇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전수현 : 제 친구가 캣맘인데, 고양이 밥 줄 때만 집 밖으로 나와서, 친구를 만나러 따라다니다가 캣맘 커뮤니티를 알게 되었어요. 원래 제가 중년 여성들의 삶에도 관심이 있었고, 그 분들이 하시던 농담들 중에 통쾌했던 지점들이 있어서 따라다니게 되었어요.

제목과 관련지어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검은 집이라고 명명하신 의미가 무엇인지?

전수현 : 일단 제가 작업한 환경 자체가 보통 밤이었어요. 촬영도 밤에 주로 했고, 캣맘들도 주로 밤에 활동하거든요. 그리고 흔들리는 구도의 영상이 많은 이유는, 인터뷰나 어떤 내러티브를 넣는 것 보다는 영상 그 자체의 언어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제가 카메라를 직접 들고 다니며 촬영한 불안한 구도의 영상을 많이 삽입하여 편집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이 <검은 집>인 이유는, 제작 기간에 고양이에 관한 자료를 찾다 어떤 문학 작품을 읽게 되었는데 그 제목이 ‘검은 고양이’였어요. 거기에 꽂혔어요.

캣맘들이 자신들이 캣맘 활동을 하며 벌어지는 갈등들에 대한 조정은 어떤 방식이 있을까요?

전수현 : 갈등에 대한 조정보다는 그들의 태도에서 힘을 많이 얻었는데요. 사람이나 돕지 왜 고양이 밥을 주고 있냐는 시비가 걸려 올 때, ‘뭐 어때? 내가 하겠다는데’ 라고 반응하는 태도가 너무 좋았습니다.

 

<핑크페미> 남아름 감독께 여쭙겠습니다. 작품 속에서 가장 많이 나오셨던 어머니는 이제는 페미니즘 활동을 안 하시는지?

남아름 : 아 제가 편집을 잘 못했는지, 다들 오해하시더라구요. 사실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벌어진 잠깐의 해프닝이었고, 지금도 엄마는 활동 중이에요.

‘핑크페미’ 운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

남아름 : 매번 듣는 질문인데 사실 답을 아직 못 찾았어요. 저에게는 도망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 같고, 기성 세대의 페미니즘 운동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해야 되지 않나 하는 의지의 표현이었던 것 같습니다.

 

<높은 마음>의 고경수 감독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이번 섹션이 젠더 내러티브인데, 작품이 이번 섹션으로 함께 묶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고경수 : 우선 <핑크페미> 제가 좋아하는 작품인데, 이런 영화와 같이 묶여 상영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연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고경수 : 4년 전 만든 작품이고, 그 당시에는 이 작품이 실패했다는 생각에 완성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습니다. 올해가 되서야 편집했고, 연출 의도는 가지고 있는 소스 내에서 최대한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의의를 두었고, 9와 숫자들이라는 가수의 ‘높은 마음’이라는 노래에서 제목을 착안했습니다.

 

관객 1 : <비잉휴먼>에서 감독님이 하신 ‘GV에 메이크업을 하고 참석할지 노 메이크업으로 참석할지’에 대한 고민이 흥미로웠는데, 오늘은 어떻게 오셨나요?

손채영 : 첫 상영회엔 화장을 하고 갔었어요. 그 때는 안 하고는 도저히 못 가겠더라구요. 지금은 그 때로부터 1년 정도가 지났는데, 요즘은 제가 메이크업을 제 기분에 따라 선택적으로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어서, 오늘은 안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안 하고 왔습니다.

 

관객 1 : <핑크페미> 감독께 묻고 싶습니다. 극 중 마지막에 나온 어머니가 아버지와 함께가 아니라 홀로 미국행을 결심하셨던 상황에서 감독님이 느꼈던 것을 자세히 듣고 싶어요.

남아름 : 그 당시가 5월 정도였는데, 엄마는 너무 힘든 상황이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셨던 것 같은데요. 저는 그 당시, 이제야 엄마와 사상적 동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갑자기 도망가고 싶다니 화가 났었어요. 다시 그 때로부터 1년 정도가 지난 지금은 엄마의 심정이 이해가 돼요. 엄말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관객 2 : <검은 집> 감독께, 작품 속에 철창과 가림막이 삽입된 시퀀스가 굉장히 많이 나온 것 같은데, 의도가 있었나요?

전수현 : 공사장이 거대한 무덤 같다는 인상이 들어서 의도적으로 많이 넣었어요. 공사장을 둘러싼 철창과 가림막이 고양이들에게는 불편한 요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가림막이나 철창을 치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삽입하기도 했습니다.

 

관객 2 : <높은 마음> 감독께, 4년 전에 작업하시다 최근에서야 편집하신 작품이라셔서 어느 정도는 감안을 했지만 작품의 의도를 저는 잘 파악하지 못해서 설명을 좀 듣고 싶습니다.

고경수 : 4년 전 처음 시작했을 때에 비해 크게 변하진 않았어요. 사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동시녹음 파일의 반이 날아갔거든요. 작품의 의도는 ‘현실은 이렇지만 마음은 더 높게 갖고 싶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비잉휴먼>의 손채영 감독에게 질문이 있습니다. 작품에 출연한 인터뷰이를 섭외하신 기준이 있으신가요?

손채영 : 원래 기준은 연령이었는데, 하다 보니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긴 했지만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섭외한 청소년, 여대생, 직장인, 중년 여성 등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여성들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관객 3 : <비잉휴먼>, <핑크페미> 감독님들에게 질문이 있습니다. 두 분 다 완성된 페미니즘을 말씀하지 않고 고민하는 과정을 보여 주신 점이 많은 공감이 되고, 감사합니다. 자신의 얘기를 솔직하게 꺼내기까지의 결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남아름 : 작품 속에서도 보셔서 아시겠지만 사실 저는 많이 울어요. 엄마랑 그런 페미니즘에 대한 얘기를 처음으로 터놓고 해봤거든요. 그래도 제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손채영 : 원래 제가 등장하려는 계획은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 내가 가장 골몰해 있는 주제를 다루는 작품인데 제가 안 나올 순 없었습니다. 당시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울 것 같으면 카메라를 바로 켰습니다. 그렇게 클립들을 모았어요. 그 당시에는 모든 일이 퀘스트를 하나하나 깨는 듯한 과정이었어요. 머리를 짧게 자르고, 화장을 지우는 것 같은 것들이요. 지금은 쌍커풀 수술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감독님들의 향후 계획에 대해 한번 들어보며 마치겠습니다.

고경수 : 앞으로도 극영화를 계속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오늘 보여드린 작품은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하려는지에 대한 심적 다짐인 것 같다. 다음 작품은 여고생들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손채영 : 앞서 말씀드렸던 제 고민거리인 쌍커풀 수술에 관한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쌍커풀이 풀리는 게 쌩얼보다 싫어요. 근데 탈코르셋을 하겠다는 제가 쌍커풀 수술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것이 지금 저의 최대의 딜레마인 것 같아서,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습니다.

남아름 : 다음 작품도 제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주로 나온 엄마의 얘기도 나올 것 같고, 아주 잠깐 등장한 아빠의 얘기도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 작품도 잘 만들어져서 다음 네마프에서 상영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수현 : 중년 여성, 결혼 이주 여성, 국내 거주 중인 일본인 의사에 대해 찍어서 장편으로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화이팅!

 

취재 │ 안진영 루키

 
사진 │ 김하영 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