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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GT] PART2. VR 영화, 영화적 VR에 대한 논의
NeMaf 조회수:1554
2019-08-17 11:16:38

8월 16일 금요일 오후 1시 40분 서교예술실험센터 1층에서 게스트토크가 진행되었다. 이날의 GT에는 <VR 리퀴드 노스탤지어5>의 티파니 리 작가, <단 하루의 여행>의 강지영 작가, <나인VR>의 현민아 프로듀서가 참석했고 정범연 프로그래머가 진행을 맡았다. 관객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전시 작품과 VR 영화 및 영화적 VR 기술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었다.

 

현재는 떠도는 이미지들이나 공간에 산재한 이미지들이 많잖아요. 구글이나 네이버 등 검색창을 통해 쉽게 이미지들을 얻을 수 있는데. 그런 사진에도 각자의 스토리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은 저희 주제가 VR 영화, 다른 말로 하면 영화스러운, 영화적 VR이라 이름을 붙였는데요. 영화에만 국한되어있지 않고 산재되어있는 이미지 속에서도 스토리를 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내러티브가 있는 영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티파니 리 작가님의 작품이 산재하여있는 이미지에서 그렇게 내러티브를 끌어내는 것 같거든요.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티파니 리: 저는 티파니 리 작가고요. 한국 국적인데 한국 이름이 굉장히 흔한 이름이라 영어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 작품은 서교예술실험센터 바깥 쇼케이스에 전시 중이니까 시간 되시면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VR 작업을 설명드리기 이전에 간략하게 왜 VR로 작업했는지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VR 작업은 구글 스트리트 뷰라는 구글 지도 서비스에서부터 출발을 했어요. 해외여행, 출장을 갈 때 너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일상적 미디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 일상 미디어에서부터 출발해서 <VR 리퀴드 노스탤지어5>라는 작업이 나온 거거든요. 구글 스트리트 뷰를 보다 보면 정확하게 거리 이름이나 주소는 확인할 수 있지만, 사실은 직접 본인이 가보지 않은 장소에 대해서는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예를 들면 지금 그곳에 가면 건물이 무너져있거나 철거되어있거나 하는, 확실성이 없는 자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상적 미디어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도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는 되게 재밌는 미디어인데 그 미디어를 저희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내일 가볼 맛집을 찾아본다든가 일주일 뒤에 출장 갈 곳을 확인해본다든가. 본인의 고향이나 살다 온 곳들을 추억하기 위해 본다거나 하는 너무나 다양한, 심리적 목적으로까지 이용하고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드로잉으로 이미지를 먼저 만들고 그 디지털 드로잉이 VR 작업으로 3D 상에서 구현되는 작업을 거쳐서 일상적 미디어를 아무 의심 없이 믿고 사용하고 그것이 확실하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환상을 화면 색깔로 지적하여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님 작품에 붙는 숫자들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티파니 리: 제가 가보지 않은, 확인할 수 없는 무작위의 이미지를 구글 스트리트 뷰에서 가져오는데 사실 그 도시도 아니고 그 도시라고 할 수도 없는 과거 현장 이미지이기 때문에 디지털식으로 태그처럼 일련의 숫자를 붙였어요. <VR 리퀴드 노스탤지어5>에서 5라는 숫자는 하나의 시리즈 중에서 5번째 풍경이라는 뜻으로 붙였습니다.

 

그러면 1,2,3,4는 이미 완성되었다는 건가요?

 

티파니 리: 네, 1~4는 VR화는 안 되었어요. VR로 만들기 위해서는 과정들이 필요하거든요. 이미지를 다 뜯어내고 픽셀들을 다시 또 조합하고 실제 스트리트 뷰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 거리 측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해서 만드는 건데 현재 16번까지 드로잉을 만들고 있고 그 가운데 시험적으로 먼저 5번부터 VR화를 시작해봤습니다.

 

관객1: 시리즈 중에서 특별히 5번이 마음에 드셨나요?

 

티파니 리: 이 작업이 저랑 서강대학원 아트앤테크놀로지 연구실 VR팀과 협력해서 만든건데 서로 회의하면서 이미지들을 보다가 그 분이 5번이 VR로 구현하기 가장 적합한다고 해서 5번부터 출발하게 됐습니다. (웃음)

 

관객2: 하늘을 하늘색이 안 하고 분홍색으로 한 이유가 있나요?

 

티파니 리: 그런 형광빛으로 풍경을 바꾸는 게 제 디지털 작업의 특징이거든요. CMYK에서는 나올 수 없는, 정말 모니터상의 RGB컬러에서 볼 수 있는 형광빛 컬러들을 사용을 합니다. 길도 형광주황색으로, 하늘도 형광분홍색으로 바꿨어요. 인터넷이 제공하는 길들을 볼 때 개인들이 투여하는 환상이나 심리적 기대를 형광빛으로 표현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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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강지영 작가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것은 보통 시선의 차이를 두 개로 분리하는 작업 자체가 많지 않고, 그런 작품이 있다 하더라도 1인칭 시점을 사용하거든요. 그런데 강지영 작가님께서는 1인칭 시점을 선택하지 않고 3인칭 시점으로, 사용자가 주인공의 바로 옆에서 붙어서 보는 것처럼 연출하셨어요.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저는 굉장히 안정적으로 느껴졌거든요. 1인칭 시점이라면 사용자가 움직이면 화면이 많이 흔들리는 현상들이 있는데 <단 하루의 여행>이란 작품은 정적인 부분이 되게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3인칭 시점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강지영: 영화 제목처럼 단 하루에 일어난 기억에 대해 풀어가는 영화고요. 남자와 여자가 만났던 과거의 단 하루를 각자가 추억하는 내용입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VR의 특성상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1인칭 시점을 사용하는 콘텐츠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을 제가 경험해봤을 때 어떻게 보면 몰입도가 있을 수도 있지만 특히 이건 살아온 얘기, 추억에 관한 것이잖아요. 이걸 자칫 1인칭 시점으로 잘못 표현하면 조금 가볍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고민이 있었고 여기서 실험해보고 싶었던 것은 360도 카메라를 사용하여 각자의 시점에서 바라보지만 그것을 조금 거리를 두고, 프레임 안에 있지만 관객의 시점으로, 관찰자의 시점으로 보게 하는 것을 실험해보고 싶었어요. <단 하루의 여행>에서는 항상 카메라가 있고 남자가 있고 남자의 프레임에 걸려서 여자가 보이거든요. 레이어를 하나 더 두고 각자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VR에 대해 레이어 부분을 말씀하셨는데 VR 작품을 제작하면서 2D 영화에 비해 이런 부분은 VR만이 가진 문법적, 연출적 매력이라고 느낀 부분이 있나요?

 

강지영: 관객을 그 공간에 강제적으로 몰입하게 해서 관객이 좀 더 그 상황이나 스토리 안에서 녹아나오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을 해서 작품에 많이 적용하고 있는데요. 특히 이번에 젠더에 대해 네마프에서 주제를 잡았듯이 여성 작가들이 사실은 가장 어려워하는 점 중에 하나가 영화나 게임이나 많은 콘텐츠의 연출자들이 남성이기 때문에 남성 위주의 스토리텔링을 많이 하거든요. 그랬을 때 저는 하고 싶었던 주제들이 여성 작가의 시점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서 이번 작품에서 일부러 두 개의 시점을 만든 것도 여성들이 바라보기에 이 순간에 대해 이렇게 느꼈는데 남성들이 바라봤을 때는 이 순간에 대해서 다르게 느낄 수도 있구나 하는 시점의 차이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두 개의 시점을 만들었습니다. <단 하루의 여행>을 감상하실 때 팁을 하나 드리면 상영시간이 좀 길어서 하나만 보실 지도 모르겠지만(웃음) 두 개를 다 보시면 같은 상황인데 여자가 느꼈을 때 본인은 처음에 남자한테 관심이 없고 거리를 두려는 입장으로 보여진다면 남자가 느끼는 여자는 처음부터 자기한테 굉장히 호의적이고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는 뉘앙스들이 있거든요. 대사는 비슷하지만 여자가 느끼기에는 처음에 남자가 여자를 되게 챙겨준다고 느끼는데 남자가 기억했을 때는 그런 적이 없고. 제가 이걸 만들게 된 게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이라는 영화에서 고갈비 집에서 남녀가 같은 상황에 대해 다르게 기억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VR 매체가 몰입도가 높기 때문에 자극적이거나 체험적인 스토리들을 많이 얘기하는데 저는 VR도 드라마적이고 내러티브를 좀 더 강조해서 사용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관객 여러분께서 재밌게 보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관객3: 작품을 아직 못 봤어요. 그래서 질문을 드리기 어렵지만 궁금한 점은 기존의 극영화에서는 기억을 이야기하는 시각적인 방법이 많이 정착, 고착화됐는데 가상 영화 속에서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아요. 남녀가 하나의 사건을 다르게 기억함을 어떤 식으로 관객들에게 시각적으로 전달하려고 하셨는지 포인트가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오히려 작품을 감상할 때 많은 가이드라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지영: 저는 관객들이 이게 과거의 있었던 하루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캐치할 수 있을까 사실 걱정했어요. 그걸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없어서. 그런데 마지막 장면을 보시고 나면 제가 일부러 설명을 안 해드려도 다들 이게 다 기억을 하는 얘기구나 하고 느끼시는데 너무 많이 이야기하면 안 되니까 여기까지 하겠습니다(웃음)

 

관객4: 저는 VR 영화라는 걸 처음 봤거든요. VR로 인해 영화의 몰입도가 높아진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360도로 찍힌 화면이다보니 제가 움직여서 주인공이 어디있는지 찾아야 하더라고요. 그런데 찾아가다가 딴 길로 가기도 하고, 말소리는 들리는데 어디 있는지는 안 보이고(웃음). 이런 게 2D영화와는 다르기도 하고 굉장히 신선했지만 몰입도에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궁금합니다.

 

 강지영: 사실 VR 만드시는 분들이 다 고민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360도의 자유도가 주어졌을 때 관객들이 여기도 궁금하고, 저기도 궁금하고 해서 주변을 둘러보게 되잖아요. 그래서 ‘내가 보여주는 싶은 장면을 못 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저는 그것조차도 VR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보는 사람마다 각자의 프레임으로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기존 영화가 프레임을 해서 '여기여기를 봐', '내가 원하는 감정을 느껴'라고 제시해준다면 VR는 내가 자유를 가지고 내가 본 대로, 또 그게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에 각자 보고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는 것이 VR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5: 강지영 작가님은 계속 VR 영화를 해 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티파니 작가님은 처음 뵈어서 질문드립니다. VR 영화를 처음 하신건지, 쭉 해오셨는지 궁금하구요. 매체로 VR을 선택한 이유와 VR 영화와 일반 영화의 차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 듣고 싶습니다.

 

티파니 리: 회화 작업을 계속해오다가 작년부터 VR을 시작했어요. 사실 거의 첫 번째 작품이고 지금은 다른 작업도 있지만 이번 네마프에서 보여드리는 <VR 리퀴드 노스탤지어5>가 첫 번째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영화적으로 고민했다기 보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실 회화를 어떻게 더 감상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출발을 했고 VR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회화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체험으로 이를 설명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가. VR 작업을 하게 됐고 VR로 만들어 본 결과 부동의 이미지로는 느낄 수 없는 스토리가 생기더라고요. 본인이 직접 컨트롤하고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따라가면 소리 사운드의 반응이 있고 그런 것들을 통해 스토리가 생기면서 회화에서 영화적인 스토리가 있는, 내러티브가 있는 영화로 바뀌게 돼서 저도 앞으로 어떻게 이런 것들을 어떻게 살리고 발전을 시켜나갈지 계속해서 VR 작업을 만들어가며 깊이 고민을 해보고 있습니다

 

관객5: 기술적인 부분에서 연구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티파니 리: 네, 같이 작업을 하고 있는, VR을 기술적으로 연구하시는 분과 회화와 VR의 사이의 공간을 2.5D 부르기로 했어요. 보통 VR이 실제로 느끼게끔 하는 장치잖아요. 요즘 4D영화도 유행하지만 3D, 4D 계속 나아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2.5D로 후퇴해서 2D 평면과 3D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해보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VR 영화가 기술적으로 뛰어난 작업들이 많은데 제 것은 노선을 조금 달리해서 평면과 3D 사이의 실험들, 4D로 나아가는 경향에서 한 걸음 더 물러나서 VR의 새로운 쓰임을 모색하려고 합니다.

 

티파니 작가님 말씀처럼 저희 PART2 작업 타이틀이 <비경계: 시간과 공간을 넘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PART1 작업이 접경, 경계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체험하고 그 공간을 느껴보는 의미라면 PART2 네 작업은 기억이라든지 새로운 공간 대해서 초점을 맞춰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작업들입니다. 저는 사실 VR이라는 단어가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가상과 현실이라는 붙지 않는 두 단어가 조합이 돼서 가상 현실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는데 VR이라는 것 자체가 현실에서 체험해보지 못 하는 것을 체험하게 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했을 때 또 다른 느낌이 있지 않을까 해서 더 많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작품을 올해 모시게 됐어요. <나인 VR : 날 만나러 와요>(이하 <나인 VR>)가 시공간을 넘나드는 작품 중 하나인데, 개인의 기억 그리고 시간을 넘어서 자신의 과거를 체험함과 동시에 커넥팅해서 체험하는 그런 작업이에요. 최민혁 감독의 작업은 2018네마프에도 <공간소녀>라는 작품으로 참여를 했는데 개인의 기억에 포커싱을 맞춘 작품이에요. 감독님께 들어보니 본인의 커넥팅 작업을 앞으로 계속 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들려주셨는데요. <나인 VR>을 제작하면서 느낀, 시공간을 넘나드는 커넥팅에 관한 이야기들을 현민아 프로듀서님께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현민아: <나인 VR>은 작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콘텐츠진흥원, CJ 이노베이션 랩, 매니아마인드와 같이 시작했는데요.  한예종에서 콘텐츠원캠퍼스라고 산학연계로 학점인정이 되는 뉴미디어라든지 융합예술 같은 수업이랑 연계해서 진행하는 게 있어요. 그 중에서 서브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것이 <나인 VR>이었습니다. 아까 멀티유저 스토리텔링에 대한 최민혁 감독님의 작품을 말씀해주셨는데 그 당시에는 최민혁 감독님이 CJ 쪽에 계셨기 때문에 CJ의 콘텐츠를 활용하는 작업이었으면 좋겠다 하는 요구가 있었고 VR 컨텐츠들이 항상 공간을 필요로 하잖아요. CJ가 가진 CJ 아케이드, VR 아케이드에 전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하는 여러 니즈가 합쳐져서 기획을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재학 중인 한예종 멀티미디어영상과에서 같이 작업에 참여를 하게 됐는데 저는 프로듀서이지만 스토리 작업과 인터랙션 디자인에 참여했었어요. 저희가 활용한 콘텐츠는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이하 <나인>)이라는 드라마인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가 썼던 작품이에요. 30분 동안 20년 전 과거로 갈 수 있는 향을 발견해서 과거로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에요. 드라마를 VR로 가져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어요. 신파적, 다르게 말하면 인간관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어떻게 VR로 가져올 수 있을 지 고민했어요. 헤드셋을 쓰면 관객들은 ‘나는 누구지?’라는 궁금증을 갖게 돼요. 관객이 그 사람처럼 생각하며 살 수 있는지하는 부분들을 작가가 만들어가야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작가가 넣어놨다고 하더라도 관객이 항상 똑같이 움직이지는 않아요. 가상현실을 만든다는 게 그래서 항상 최선과 최악을 생각해야하는 복잡한 작업인 것 같아요. 그걸 위해서 방탈출 게임을 엄청 많이 했어요. 소품들을 이용해서 사고나 동작들을 하는 것을 연구하고 다른 사람이랑 같이 하는 작업이랄지 VR콘텐츠 내에서 ‘나’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유저에게 몸이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은 어떤 차이인가 등 R&D를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많이 연구하고 공부도 하고 모바일게임 방탈출 같은 것도 해보고 했는데 최민혁 감독님이 가져가고자 하는 것은 이번 네마프 주제랑도 맞는 시네마틱 VR이에요. 그러니까 단순히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공간 안에서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이 스토리를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하고 고민했는데 VR 안에서의 스토리텔링이라는 거는 연출자가 주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같이 만들어야만 완성되는 스토리인 거죠. 그런 고민 끝에 만들어진 것이 <나인 VR>이에요. 아직도 수정작업 중에 있어요. 해외 영화제 출품이랄지 아니면 내년 정도에는 다른 아케이드 등에 들어가는 걸 생각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 주인공 두 사람이 어떻게 더 잘 회복을 할까, 스토리 상에서 잘 안 보이는 부분들을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지금은 감성적인 대사들을 쓰는데 그게 영화랑은 다르게 VR은, 아까 강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연출자가 대사를 줬지만 관객이 안 들을 수도 있는 거에요.. 왜냐면 더 재밌는 뭔가가 있으면 그 대사가 완전 쓸모없는 배경 소리가 되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수정할 수 있는 부분들을 수정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도 말씀해주신대로 최민혁 감독님의 스토리를 전혀 따라가지 못 하고 방 침대 위를 본다든지, 창문 밖을 보고 있다든지 이렇게 전혀 반대방향으로 체험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단 하루의 여행>은 관객이 가져갈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거의 90%라 할 정도로 굉장히 열려있잖아요. <단 하루의 여행>과 반대로 <나인 VR>은 1인칭 시점을 하셨는데 그런 부분에서의 또 다른 장점이 있는지?

 

현민아: 두 사람이 각자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체험하게 되는 콘텐츠인데 1인칭이어야 한다는 것은 가장 필수적인 기획과정에서의 선택이었어요. 왜냐면 저희가 만든 시네마틱 VR은 관객이 어떤 캐릭터가 되어서 내가 그 사람이 되어서 체험을 한다는 것이 이것이 목적이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진짜 힘들더라고요. ‘너는 과거의 캐릭터가 되었어’라고 인지시키는 것부터가, 일단 몸이 있으면 ‘내가 누구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주어진 힌트들을 따라가면서 ‘내가 00을 하려고 하는구나’, ‘내 목표가 00이구나’라는 거까지 인지시키는 게 어려운 거에요. 그래서 방탈출이라는 거를 끌어들이려고 했던 게, 탈출해야한다는 목표가 있잖아요. 그걸 위해서 주요 힌트들을 사용하는 거죠. 사실 <나인 VR>이 완전히 방탈출이라고도 할 수는 없는게 퀴즈가 많은 건 아니에요. 스토리가 중심인 거고. 초기 기획단계에서 방탈출을 많이 고민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는 방탈출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요. 기존에 나와있는 방탈출 콘텐츠들은 공포물이 많아요. 왜냐하면 갇힌 공간 안에서 공포를 느끼면 좀 더 목표를 따라오기 쉽잖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나인 VR>이 많이 열려있는 것도 의도된 부분인데 열려있지만 그래도. 저희가 같이 작업한 회사가 게임회사였어요.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재밌었는데 저희 연출, 크리에이티브 쪽은 계속 '열어야 한다'라고 하고. 게임개발사 쪽은 ‘이건 정확하게 들려야한다, 짚어주지 않으면 관객들이 절대 모른다’라고 했는데 거기서 제안해주시는 것이 100% 맞지는 않지만 개발사에서 우려하는 부분들이 실제 유저들이 들어갔을 때 정말 눈치를 아예 못 채거나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VR콘텐츠는 혼자 만들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러 사람의 머리가 여러 각도고 접근해야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1인칭인지 3인칭인지는 연출자, 크레이이터가 원하는 바에 따라 정해지는 것 같고 저희는 1인칭 시점을 선택했습니다.

 

관객6: 다른 분들이 VR체험하는 걸 봤는데 1인칭 시점을 인지시키는 것에 관해 많이 고민하셨다고 했잖아요. 방 안에 거울이 있어서 스스로 모습을 볼 수 있게 한 거는 일부러 하신 건지 궁금하고요. 그 다음에 주인공이 외국인 남자인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설정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현민아: 일단 첫 번째 질문부터 답해드리면 거울은 의도적으로 배치된 게 맞아요. ‘나’라는 걸 직접적으로 느끼게 할 수 있는 거는 나를 보여주는 거기 때문에 캐릭터를 만들고. 네마프 버전에서 ‘나’한테는 손만 보일 거에요. 거울을 봤을 때에야 내 몸이 보이고 다른 유저가 움직이는 지 보이는 거에요. 그러나 부천영화제에서는 '나'도 몸이 있었어요. 몸을 주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는데 재미있었던 거는 유저들이 자기 몸을 관찰하느라 콘텐츠를 잘 못 보는 거에요. 그럼 ‘몸은 투영되게만 하고 몸을 없애자, 손만 있어도 될 것 같다’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크리에이터들 입장에서도 해보니까 ‘체험감이 좋네’라는 생각이 들어서 네마프 버전에서 몸은 삭제하게 됐고요. 캐릭터는 외국인일까요? (웃음) 방이 약간 외국 90년대스럽긴 하지만 한국에 있는 한국인으로 설정했고 드라마 <나인>에 있는 배경과 비슷해요. 시대는 1999년-2019년으로 저희 콘텐츠에서는 설정했는데 드라마와 비슷한 시대의 비슷한 세계관이다, 그 정도로 설정하고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VR 안에서 각자 다른 문법을 사용해서 도전적인 작업을 열심히 해주셨는데 VR 콘텐츠와 영화가 어떤 형태로 발전하고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작가님들의 의견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민아: 저는 사실 VR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영화 다음의 어떤 거라기 보다는 스마트폰 전과 후라는 생각이 들어요. 환경이 오기 전과 후가 다르다? 그래서 그 환경이 어떻게 사용될 지는 모르겠지만. 소셜컨텐츠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미국 컨텐츠 중에 <웨이브XR> 같은 경우에는 가수들을 캐릭터를 만들고 사람들이 그 안에 들어가서 가상 공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콘서트를 해요. 그런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고. 사실 전망이 어떨 것이라고 말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영화로 치면 저는 <달 세계 여행> 정도 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드는데(웃음) 다들 각자의 문법을 발전시켜 나고 있고 어떤 부분들은 통일이 됐지만 영화에 비하면, 영화의 10년이 VR에서의 1년씩 빨리 발전을 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아직도 다같이 연구를 하고 있고. 앞으로 VR 콘텐츠 제작자들끼리 협업을 많이 하고 내용적인 부분이나 기술에 대해, 뭘 담아야할 지 하는 것들에 대해서 서로 더 많이 공유한다면 더 밝은 VR 세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웃음)하고 생각합니다.

 

 강지영: 이번 작품은 특별한 인터랙션이 없지만 인터랙션 아트를 하던 상호작용성이 VR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근의 트렌드만 봐도 VR작품이나 콘텐츠들이 인터랙션이 많은 작품들이 많거든요. 또, 여러 가지 실험들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저는 뇌파에 관심이 있어가지고 신체적인 인터랙션이 아니라 정신적인 인터랙션을 할 수 있는 콘텐츠도 이제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웃음) 하는 그런 꿈을 꾸고 있습니다. 차기작으로 준비하려고 합니다.

 

티파니 리: 저도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VR이 회화 쪽과 분명히 연결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 쪽으로 이용할 방향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구글에서 3D안경을 쓰고 체험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르게 기존에 있는 회화 작품을 어떻게 1인칭 시점으로 그 안에 들어가서 감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연구할 생각이고 지금 계속해서 그런 작업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나중에 보여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세 분의 작가님을 모시고 VR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해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 4시에도 이곳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PART1. VR 접경>의 정찬철 선생님을 비롯한 접경인문학연구단과 VR 전문가들의 심포지엄이 있을 예정입니다.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취재 │ 김민주 루키

 
사진 │ 최예준 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