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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GT] 한국 단편 3: 대안적 네러티브Ⅱ
NeMaf 조회수:2359 추천수:4
2018-08-18 12:06:49

8월 17일 오후 7시 30분, 인디스페이스에서 [한국 구애전 한국 단편 3 대안적 네러티브 Ⅱ] 섹션의 윤성훈 감독의 <사무라이 참프루> , 이동현 감독의 <일조권>, 박수진 감독의<G>, 전정치 감독의 <달의 뒤편>이 상영되었다. 상영이 끝나고 미술평론가 이양헌의 진행으로 네 명의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동시대의 영상들, 특히 실험적 영상들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네러티브, 극영화라고 하는 것들은 현대의 실험적인 작품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비균질적인 작품이 생산되는 경우가 많고, 관객은 다면체로서 관람하게 되구요. 이번에 엮인 프로그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러티브와 서사를 배제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반성적인 질문들을 하고 네러티브와 서사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달의 뒤편> 전정치 감독님께 질문하겠습니다.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전정치 : 나이가 들면서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삶이 흘러가더라고요. ‘내가 모르는 나의 삶은 어떤 것일까’라는 생각을 이어오다가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달은 너무 뻔한 상징일 수도 있지만 하늘을 볼 때 가장 편하게 볼 수 있는 거잖아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뒷모습을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내 삶에서 내 자신이 모르는 부분들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6년도 옥스퍼드 사전에서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포스트 진실’이었습니다. 진실이라는 것은 어디서 발견하거나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성된 것이고 보는 주체에 따라 가변적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일조권>의 이동현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마지막 장면을 인상 깊게 봤습니다. 중간까지 봤을 때는 자본에 의해 쫓겨날 수밖에 없는 거주자들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마지막에는 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은 어머님이 사진을 볼 때, 밖에서 충만하게 빛이 내려오고 그것을 바라보는 걸로 끝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구성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동현 : 일단 마지막 장면은 <일조권>을 처음 찍으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가장 중요했습니다. 일조권의 기준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순간을 어머니가 맞을 수 있다면 극을 이대로 마무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조권과 관련된 경험이 있으셨나요?

이동현 : 제 이야기는 아니고, 기사가 있었습니다. 한 촬영 감독이 어머니의 사진을 찍으려 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인터뷰였는데 어머님이 원하던 사진을 찍는 일은 영화를 많이 찍은 감독님에게도 어려웠다고 해요. ‘그 과정을 통해 어머니를 다시 알게 되었다’라는 말이 인상 깊어서 이 작품을 찍게 되었습니다.

 


 

<사무라이 참프루>를 촬영한 윤성훈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저는 처음에는 유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다 보니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구성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무라이 참프루> 라는 기존 애니메이션과의 인과관계도 궁금하고 어떤 계기로 참프루라는 소재를 다루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윤성훈: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싶었는데 은은하게 겹쳐지지 않아 극단적인 방법으로 코미디 장르를 활용했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인간관계에 미련을 갖지 않고 혼밥이 유행하는 현상이 있었기에, 이 점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글을 쓰기 몇 주 전 오키나와에 갔는데 그때 참프루를 처음 먹게 되었습니다. 또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무심코 튼 음악에 <사무라이 참프루>의 사운드트랙이 다시 나와 이 우연성이 흥미로워 쓰게 되었습니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응축시킨 욕망의 덩어리네요. (웃음)

 

 

 

젊은 세대들은 이상을 높은데 현실은 참혹해서 이 괴리를 결국 상상의 차원에서 보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탕진잼, 소확행등의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결국 마지막 씬처럼 참프루를 먹으며 만족해야 하는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G> 의 박수진 감독님께 질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에 시작하며 이번 영화는 네러티브와 서사로 구성이 되어있다고 말했는데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용도 기묘했고 개별 시퀀스가 이야기를 만들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보통 네러티브나 서사를 구축하는 경우에 발화하는 주체가 고정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주인공의 뒷모습과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텍스트도 누가 하는 말인지 애매하고 F라는 친구도 기묘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전반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박수진: 영화는 황정은 작가의 <쥐> 단편이 원작입니다. 네러티브에 집중한 단편영화도 좋지만 단편영화만이 가지는 미학적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많은 것을 설명해주진 않지만 보고 나서 ‘진짜 인간으로 산다는 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한 번쯤 던지고 싶은 생각에 만든 영화입니다. 내용 자체는 보이는 그대로 용인에 사는 남자가 친구와 술자리를 했는데 자기가 사실은 쥐라고 고백을 하고 마지막에 남자가 자신도 ‘쥐가 되어볼까’하는 심정으로 발톱을 던지는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그 안의 숨겨진 것들은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달의 뒤편>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야기의 구조를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여학생으로 나온 친구가 언니랑 사실 피가 섞이지 않았다고 말하는 대사를 포함해 전체적인 구조가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정치: 친구가 새로 생각하는 소설이 있는데 그게 어떤 여자 고등학생이 찾아와 임신했다는 내용이라며 들려줬었어요. 그것이 좀 지루하게 느껴져서 ‘그 여학생이 임신한 게 아니라 그 여학생의 언니가 임신한 거로 바꾸자'라고 제안을 했었어요. 바꾼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 영화로 찍어보게 되었습니다. 또 흥미로운 부분은 남자가 주인공인데 사실 하는 것 없이 리액션만 한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영화 <시카리오>에서도 여자주인공이 진실에 이용당하고 배제되는 등 당하기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주인공이 당하는 모습이 실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더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조권>을 만드신 감독님께 질문하도록 하겠습니다. 돌탑을 쌓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이 지역공동체가 가지는 정서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돌탑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이동현 : 어렸을 때부터 산에 많이 가면 돌탑이 많이 있더라고요. 산에 갈 때마다 뭔가 염원을 하니까 쌓는 거잖아요. 처음 씬에서는 큰아들이 안 쌓다가 두 번째 씬에는 쌓는데 며칠간 집에 머물면서 바라는 것이 생겼다고 생각해서 돌을 쌓는 장면을 넣게 되었습니다.

 

 

 

관객1: <사무라이 참프루>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어떻게 배우를 섭외했는지, 배우와 감독간 연출 디렉팅은 어떻게 조율하였는지 궁금합니다.

윤성훈: 배우는 수업을 같이 들은 학우였어요. 그때 오디션을 봤는데 웃기고 과장된 역할을 보여주었어요. 그 후에 그 장면이 계속 생각이 나서 교류도 없던 배우에게 무턱대고 연락을 했습니다. 디렉팅은 당시에 미숙했던 것 같아요. 동작, 감정 하나하나까지 말하며 디렉팅을 했는데 오히려 후회해요. 배우 스스로 더 잘하고 다르게 해석할 수 있었는데 아쉬웠습니다.

 

 

 

관객2 : <G> 연출하신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극 중에 뒤를 따라다니는 장면이 많은데 어떻게 연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수진: 많은 분들이 제 영화에 시선에 대한 궁금증 많으세요. 초반이나 뒤에 갔을 때는 김영의 시선이 아닌 김영을 둘러싼 세계가 바라보는 쪽으로 연출을 했고, 뒤를 따라가는 시퀀스에서는 뭔가가 뒤쫓는 듯한 느낌으로 촬영을 했습니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 바짝 따라가서 김영이 무언가에 뒤쫓기고 있다는 걸 나타내며 관객들로 하여금 쫓기는 느낌이 들게 연출을 하였습니다.

 

 

 

관객4: <G> 감독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G가 동물인 쥐인가요? F의 손톱을 먹어서 G가 된다는 사실을 F가 알잖아요. 실제로 이 주인공이 뒤로 던지는 부분도 있고, 소리도 그렇고, 인물도 그렇고 정면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나는 누군가’라는 느낌인 건지, 이방인 느낌을 내고 싶어서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또한 화면이 거친 이유가 예산문제 때문이었는지, 의도한 것인지 역시 궁금합니다.

박수진: 일단 거친 화면은 예산이 0원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었고 애초에 의도도 거친 느낌으로 미술로 치면 크로키같이 찍어보자는 것도 있었습니다. <G> 의 제목은 알파벳 G와 동물 쥐의 이중적 의미가 있는데 F도 그렇고 G도 그렇고 익명의 특수성이 배제된 무언가의 존재들로 환원되는, 익명의 존재들로 대체된다는 두 가지의 의미를 담은 제목입니다.


 

 

관객5: <달의 뒤편> 감독님께 줄거리에 대해서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에 언니가 임신했다는 반전이 있었는데, 본인이 낳고 싶어서 낳은 아이라면 결국 행복 했어야 하는데 울고 있다는 점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또한 자매가 서로를 케어 해주는 부분이 충분히 연대적으로 보이는데 왜 가족이라는 부분에 집착했는지 궁금합니다.

전정치: 울먹이는 부분은 맞으나 불행하고 후회하는 느낌보다는 그걸 삶의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녀에 대한 집착은 극적인 설정을 위한 부분도 있었지만 아무리 친밀하다고 해서 채워질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통질문으로 끝내겠습니다. 네러티브를 조금 더 보완해서 만드는 작품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서사를 만드는 방식으로 영상을 만드는 것에 관해 어떤 식의 의미를 둘 수 있을까요?

이동현: 요즘 많이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예요. 저는 작품을 만들 때 제일 많이 생각했던 것은 우리 엄마 아빠도 볼 수 있는 것, 너무 어려운 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조금은 서사가 약해도 관객을 강렬하게 사로잡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제 영화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가족이 중심이어서 마음속에 그런 강렬한 영화를 하고 싶다가도 막상 쓰면 단단하고 드라마가 강한 영화를 쓰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콤플렉스였는데 지금은 그게 제 영화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드라마 성이 강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윤성훈: 원래 제 작품은 서사라기보다는 장면과 장면의 결합에 가까웠습니다. 우스꽝스럽고 상상 속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실제로 제가 상상한 장면들이었구요. 후에 많은 스텝들과 협업하면서 스토리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극영화가 대중적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표현 방식의 실험 영화도 어느 정도 서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수진: 저도 영화에는 서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숨겨진 의미가 많은 영화나 해석할 여지가 많은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것을 하지 않아도 재미있고 숨겨진 의도를 찾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전정치 : 네러티브 자체가 족쇄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것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창작하는 창작자분들이 용기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만들다 보면 정해진 길로 들어서게 되더라구요.

 

 

 

기록 | 이혜진, 홍수진 루키

사진 | 전해라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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