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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 한국구애전 장편2 <호스트 네이션>
NeMaf 조회수:2452 추천수:2
2017-08-23 19:33:12

 

8월 21일 오후 7시 30분, 탈영역 우정국에서 <한국구애전 장편>중 하나인 이고운 감독의 <호스트 네이션>이 상영되었다. 상영이 끝난 후 이고운 감독과 작품에 관해 얘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이날 GT는 김장연호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호스트 네이션>이라는 제목이 작품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목의 의미와 제목을 지은 이유를 묻고 싶습니다.

이고운: ‘호스트 네이션’ 단어 자체의 뜻은 미군 주둔 국가예요. ‘호스트 네이션’이라는 단어 뜻 자체와 이 단어가 주는 느낌이 좋아서 제목으로 하면 좋겠다고 느꼈어요. ‘호스트’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있잖아요. ‘주최하는 사람’, ‘주인’이라는 뜻인데, 한국은 아시아 여성 손님을 고용해서 성매매를 제공하는 주최 국가이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호스트라는 단어가 숙주라는 뜻도 있고, 우리가 미군 밑에 있는 숙주 국가로 아시아 국가 착취의 중간단계에 있는 나라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의미에서 단어’호스트’가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아시아를 찍는 것이 금전적이나 육체적 등 여러 이유로 쉽지 않잖아요. 그리고 주제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아시아라는 공간으로 확장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이 작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고운: 2013년에 영화를 만들려고 경기 북부 미군 부대 주변을 리서치했을 땐 이렇게 긴 시간과 돈을 투자할 생각은 없었어요. 원래는 미군기지들이 2016년까지 평택으로 이전될 계획이었잖아요. 그래서 공간의 변화를 기록하는 소소한 에세이 다큐멘터리를 찍어야겠다 생각했어요. 미군 부대가 나가는 공간의 앞뒤 전후 상황을 기록하려고 갔는데, 필리핀 여성들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제가 대학교 다닐 때 기활(기지촌 활동)을 했었어요. 93, 4년에 동두천에 방문했던 적이 있어요. 윤금이씨가 92년에 미군한테 잔혹하게 살해되고 기지촌을 중심으로 대학생들이 기활을 시작하는 초기였는데, 그때 기억으로 미군과 한국인의 관계는 착취자와 피해자였는데, 2013년에 기지촌에 가보니까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하던 클럽에 종사하던 한국인들은 다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동남아 여성으로 채워져 있더라고요. 그럼 한국 사람은 여기서 뭘 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이 작품을 보면서 특이하다고 느낀 게 다른 작업은 성매매 노동자와 여성들이 이런 일을 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업주나 브로커, 스카우트 같은 사람들을 보여주진 않거든요. 그 과정들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작업은 이게 처음이 아닌가 생각해요. 조이와 마리아가 얼굴을 가리지 않고 본인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 감독에게 신뢰를 갖고 얘기하는 모습 등을 통해서 이 작품의 힘을 느낄 수 있었어요. 작업하실 때 등장인물들과 어떤 소통의 과정들을 경험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고운: 특히 여성들과 관계 맺기가 힘들었어요. 처음 만났던 그룹은 의정부의 한 클럽에서 일하던 다섯 명의 그룹의 여성들이었는데 반년 정도 찍다가 본인들이 못하겠다고 엎어진 적도 있어요. 피해자 중심의 성매매 피해 상황이 아니라, 어떤 경로로 한국에 오게 됐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같은 평범한 얘기를 나누자고 시작했어요. 그 여성들은 이십 대 초중반의 나이에 있어서 더 부담을 가졌었어요. 처음에 말했던 그룹 친구 중 한 명이 미군과 결혼해서 미국에 가게 됐어요. 촬영동의서에 사인하고 촬영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못하겠다고 하지만, 강요할 수는 없잖아요. 여러 이유로 촬영이 어려웠던 적이 많았어요. 조이와 마리아는 가해상황이 비교적 심각하지 않으니까 본인들이 얼굴을 노출하고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관객1: 두 가지가 궁금합니다. 노래 비디오가 뭐길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어떠한 명분으로 심사하는 것이며 그것이 어떻게 비자 발급에 과정으로 들어가는지 부연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두 번째로는 이 영화가 상당히 음악을 지속적 길게 사용하잖아요. 한편으론 이게 이 영화가 만드는 감정을 과잉 시키는 것은 아니냐는 의문이 듭니다. 이 사운드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고운: 처음에 말씀하신 게 E-6, E-2 비자인데요. 왜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관련이 있냐면 해외에서 한국으로 공연을 오는 모든 사람은 이 비자를 받아야 해요. 이 비자를 내주는 주체인 영등위는 제출되는 비디오 테이프를 보고 ‘이 사람 진짜 가수구나, 무용수구나’ 확인해서 출입국관리소에 추천해요. 애초에 그런 목적으로 출발했다고 들었어요. E-6라는 비자가 한국 성매매 업소에 취업하는 해외 여성들의 루트로 사용되기 시작한 게 2000년대 초반부터예요. 업주들이 비자를 잘 나오게 하는 루트로 불법적으로 뇌물을 쓰거나 하는 등 문제들이 있어요. 영화에서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 모든 과정이 한국정부가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거예요. 정부의 책임 문제를 조금이라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두 번째인 음악 질문에 답변을 드리자면, 촬영에만 3여 년의 시간이 걸렸고, 오랜 시간 동안 계절과 공간, 많은 사람, 심지어 필리핀과 한국을 오가는 이야기들 등 많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이 이야기를 이어서 한 톤으로 만드는 걸 음악에 의존했어요. 음악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영상이었어요. 음악에 빚지는 것도 있는데 그런 효과를 노렸던 것 같아요.

 

 

 

관객2: 조이의 민사소송은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이고운: 작년 3, 4월부터 민사소송을 준비해서 지금은 최종 패소했어요. 사실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만 한국에서 일할 수 있다 해서 취업비자인 G-1 비자를 얻고 평택 공장 기숙사에서 지냈어요. 지금은 재판에서 졌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근데 불법으로 남아서 공장에서 계속 일을 하고 있어요.

 

 

 

미군이 어느 정도의 가해자일 수 있고, 이 사건의 가장 중심이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끝나는 장면에서 미군은 자기들도 피해자이고 쏙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의 공문을 작성하죠. 작업 결론이 감독님의 의도대로 끝났는지 궁금합니다.

이고운: 처음 생각했던 것과 모든 게 달랐고, 사람마다 경험이 다 다르고, 특수하므로 매번 다른 결정을 해야 했어요. 이 영화 마지막에 군산 아메리칸 타운이 한국인 전용 업소로 많이 변화되는 장면이 나와요. 이처럼 미군이 아시아 전 지역에 들어가서 휴양시설을 만들고, 그곳에 성매매 산업을 일으키고 나면 미군들이 다 나간 후에도 지역경제가 그 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고 그 지역은 그걸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것으로 인식돼요. 한국 정부는 이런 사업을 적극적으로 없애려는 의지가 없어요. 제 생각엔 과거부터 외국 부대에 여성을 공양하는 버릇이 정부의 DNA인 것 같아요. 제가 E-6 비자 문제 때문에 정부 기관에 협조 요청했는데, 그분들 답변이 제가 지금 이런 유추를 하게 되는 근거인 것 같아요.

 

 

 

필리핀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 욜리를 우리가 과연 비난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들어요. 필리핀은 자본의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이지만 교육률이 높아서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이 많아요. 그러나 졸업 후에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제가 만난 필리핀 여성들은 해외에 한 번이라도 나가 보는 게 소원이에요.

이고운: 해외에 나가서 이주 노동하지 않으면 가족들이 제대로 학교를 졸업할 수 없어요. 한집 걸려 한집은 가족 일부가 이주노동을 해서 먹여 살려요. 남성보다 여성들은 그 루트가 굉장히 제한되어 있어요. 일본, 한국 공장에 취업하려면 사업연수제도가 있어요. 그리고 한 해 천 명, 몇백 명인 쿼터에 속하려면 1년 동안 준비해야 하니까 돈이 있어야만 통과할 수 있어요. 돈이 없는 사람은 결혼이나 성매매 사업 관련 이주노동밖에 없는 거예요.

 

 

 

관객3: 저는 여성단체에서 일하고 있는데, 영화 내용과 현장에서 겪는 게 많이 겹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가해의 이데올로기가 드러난 부분이 좋았습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음악이 평범한 일상처럼 보일 수 있는 부분을 매끄럽지 않게 만드는 중요한 효과를 낸 것 같아요. 영화 잘 봤습니다. 후속으로 이런 다큐멘터리를 또 찍어주셨으면 해서 후속 계획이 궁금하고, 촬영하면서 느꼈던 한국이나 아시아 성 산업에 대한 얘기를 더 듣고 싶습니다.

이고운: 좋은 얘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매매 산업 브로커들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여기에 나온 분들은 ‘본인은 억울하다. 이게 다 여자를 위한 것’이라 얘기하는데, 전 이게 반반의 진실인 것 같아요. 이 구조 안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성매매 산업이란 게 정말 어렵다, 정말 특수하고 복잡하다’라는 거에요. 여기 영화에 보이는 것만 해도 세 나라가 개입되어 있어요. 그 안에는 국제 관계, 여러 합법적인 계획이 이루어져 있어요. 예를 들면 브로커들은 자신을 사업가로 소개하고 국제 사업하는 사람처럼 보여요. 실제로 합법적인 일을 하고 있고요. 여성들한테도 예전처럼 가혹적으로 학대하는 건 아니지만 유사가족관계를 만들면서 자발적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도록 부추겨요. 이런 관계들은 과거랑 메커니즘이 굉장히 똑같거든요. 그런데 현대화된 방식에 맞춰서 세련된 것처럼 포장하니까 오늘날이 더 풀기 어렵고, 남에게 설명하기도 어려워요. 영화에서도 극단적 가해 상황은 안보이니까 피해 상황이 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저도 말씀하신 것 듣고 제 소감을 말해봤습니다.

연관된 주제로 다음 작업을 시작했어요. 다음 작업은 미군 성병 관리에 관한 내용이에요. 2차 세계대전 이후, 해외 파병 군인들의 성병은 어떻게 관리되었는지 그리고 한국 정부에서 어떤 식으로 합법적으로 물 밑에서 서포트 했는지를 담으려고 해요.

 

 

 

<호스트 네이션>의 앞으로 계획이나 다른 계획 있으신가요?

이고운: <호스트 네이션>은 많은 데서 상영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개봉문제가 애매하게 걸려있어서 차차 해결해가면서 하반기에 개봉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정 안되면 공동체 상영을 통해서 최대한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많이들 입소문 내주세요. 감사합니다. 

 

 

 

 

기록 | 이은아 루키

사진 | 김지원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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