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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이라는 노동

     

    날짜: 2021. 9. 17
    장소: 줌

     

    리더

    설경숙 (네마프2021 객원 프로그래머, 다큐멘터리 작가)

     

    패널

    오재형 (영화감독, 피아니스트)

    유지수 (시각예술 작가)

    정희정 (시각예술 작가)

     

    정리: 설경숙

     

    뭐 하세요?라는 질문은 흔히 직업, 즉 돈을 어떻게 벌고 사냐는 질문인 경우가 많다. 창작이 내가원하는 일이지만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가지 못하는 작가의 경우 이 질문은 정체성의 문제와도 이어질 수 있다.

    ‘직업’을 묻는 질문에 간단히 대답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예술가들에게 노동의 의미는 무엇일까. 예술가들의 노동을 보는 사회의 인식과 그에 대응하는 창작자들의 생각을 나눠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실제로 부딪히며 고민했던 이야기를 주고받는 생활밀착형 잡담으로 진행한 이야기를 통해, 예술가들에게 생계는 여전히 문제이지만 창작 과정 자체에서 그것을 감내할 만한 의미를 찾는다는 것, 그 보다는 최근에는 창작자의 정체성을 ‘기술’과 관련지어 가치 매기는 일각의 시각에 혼란을 겪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급변하는 매체를 각자가 체감하는 방식,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에 대한 질문이 창작하는 동안 일어난 테크놀로지의 변화에 따른 각자의 에피소드를 통해 나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가가 쉽게 팔 수 있는 것은 기술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창작활동을 계속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재빠르게 습득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정도의 기술이 나의 콘텐츠에 과연 필요한가. 결국 이야기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귀결되었다.

     

    정답은 없지만 질문을 지속하며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예술가들의 수다는 그들의 작업이 그렇듯, 변화의 한 부분이 될 것 같다. 다음은 그 날의 수다의 일부다.

     

    최근 개인전을 마친 정희정 작가의 전시 경험으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정희정 (이하 정): 이번에 빈집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는데 홍보를 위해 SNS에 올렸어요. 갤러리가 아닌 일상적 공간인 집이어서 그랬는지 의외로 판매 문의가 있더라고요. 영상을 상영했을 때는 없던 일인데 사진과 드로잉이라는 매체 특성 때문인지 이런 형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재형 (이하 오) : 요새 미술 시장 장난 아니잖아요. 아트페어 하면 솔드아웃 되는 작가 엄청 많더라고요.

     

    정 : 저도 놀랐어요. 그게 반드시 오랜 경력과도 무관한 것이 코로나 때문인지 집 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실내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관련해서 예술품 소비도 늘어난 같아요. 자기 취향의 작품들을 수집하며 취미로 삼는 젊은 층들도 많아지고 있고요.

     

    설경숙 (이하 설) : 비실용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좀 높아진 것 같아요 요즘에. 오히려 코로나 이후 전에 비주류였던 영화제들도 오히려 관객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고요

     

    오 : 이번에 네마프도 매진돼서 못봤다는 사람 있고 그러던데..

     

    유지수 (이하 유) : 학생들도 답답한 것 같아요. 어디 놀러가기도 힘들고 카페 같은 데 가서도 예전처럼 신나게 수다 떨고 놀 수도 없으니까 되려 전시 공간이나 스크린 공간에 가서 논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과거보다 밖에 나가서 노는 것보다 문화공간을 기회가 있다고 가봐라 하면 더 재밌어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근데 지금 정작가님 말씀하신 것처럼 영상은 전시를 해도 잘.. 잘이 아니라 그냥 안 팔리잖아요? 원래 안 팔리는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뭔가 다른 재능을 가지고 같이 작업을 할 수 있는 게 부럽네요.

    설 : 맞아요. 영상은 받아서 소유한다는 것이 애매한 형태이기 때문에.


    팔리는 예술? 돈 드는 예술?

    매체에 따라 관객의 구매 성향에 차이가 있고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도 다르다. 표현수단의 경제성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작가들의 현실적 고충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설 : 정작가님과 오작가님은 회화를 하셨던 것 때문에 뭔가 고정적인, 물질화된 작품이 있어서 그것을 팔 수 있는 분이고. 유쌤과 저는 영상이라서 뭔가 자꾸 다른 걸로 생업을 해야돼서..

    오 : 저는 그림을 남기기로 한 사람은 아니고. 있으면은 오예 이거고 아니면은..

     

    정 : 저도 오재형 작가님처럼 페인팅으로 창작활동을 시작했는데 작업실도 필요하고 재료도 그렇고 물질적으로 차지하는 공간과 비용이 너무 부담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사진은 카메라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에요. 그런데 촬영은 쉬웠으나 사후적으로 전시나 판매까지 이어지려면 프린트나 액자 비용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드는 거에요. 그렇게 영상작업까지 가게 된 것인데 영상의 경우는 비물질적인 방식으로 스크린에 투사만 되면 되니까요.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미디어 아트 분야가 가장 돈이 많이 들더라구요. 극장 상영이 아닌 전시 형태라는 특징도 있는 거 같아요. 물론 영화 산업은 더하겠지만요. 그럼에도 전시 방식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상영관 보다 제게는 익숙한 공간이고 극장과 달리 작품 판매도 가능하고요.

     

    설 : 아까 우리가 회화를 해야 팔 수 있다 이런 얘기를 농담처럼 했는데. 예술의 아우라가 사실 회화에서 시작된 거잖아요 회화의 아우라. 그리고 이 노동이라는 걸 천하게 여기는, 몸으로 하는 노동을 천하게 여기는 전통이 고대의 그리스에서 정치 영역과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면서 나왔는데. 생계와 직접 연관되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몸으로 하는 활동이 천시되었고 그런 활동을 하는 노예에게 시민권이 주어지지 않았는데 화가는 예외였다고 하더라고요. 조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는데 회화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주어진 거에요. 그래서 뭔가 노동력에 비례해서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더 가치가 있다고 판단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기록의 의미 뭔가 영속적으로 남는 것 그런 걸로 인식이 되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그게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 : 저도 원래는 영화라는 이름의 영상작업에서 시작했고. 최근에 와서 보여주는 공간을 달리하면서 작품의 시간화, 공간화를 다변화하고 중층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를 갖고 작업을 확장시켜보자 해서 갤러리 공간을 찾게 되었는데요, 지금까지 해오는 과정 중에 그냥 작업만 생각할 때는 갤러리에서 보여주는 것에 다양한 방식을 생각했는데.. 정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공간을 좀 더 중층적으로 쓰려면 모니터가 원래 생각했던 건 두 개인데 프로젝터도 하나 더 달려야 되고 모니터 하나 더 넣고 그러니까 그게 다 돈이 들더라고요. 뭐 하나만 더 넣으면 필요한 금액이 확 늘어나고. 그러면 내가 이렇게 자본을 투입을 했을 때, 작품이 되었을 때 돌아오는 가치라는 게 있어야 이 자본이라는 시장 안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나는 그냥 굉장히 비싼 취미활동을 하는 사람에 불과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힘이 빠지고, 작업이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빨리 학교에도 있을 필요가 없겠다 돈을 벌어야겠다.. 이렇게 되더라고요 제 최근의 방향이. 고민이 많죠. 게다가 저는 전업작가도 아니고 하니까 진짜 내가 하고 있는 게 그냥 취미 생활에 불과한 게 아닌가..

     

    정 : 저도 똑같은 이유로 이 잡담회 제안 받았을 때 고민이 되었는데 이 자본사회에서 창작활동으로는 그 노동의 결과가 산술적으로 회수가 안되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이랄까요? 전업작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지만 생계가 어려운데 이 직업적 정체성을 내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계속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생계수단만을 위해 직장을 다니던 시절과 비교되는 점이 있기 떄문인 듯해요. 직장인으로서 제 자신은 수단일 뿐이지 존재로서의 저는 완전히 사라진 경험 때문에 작가라는 직업에서 다른 의미를 찾는 것 같아요.


    작가인가? 취미생활인가?

     

    설 : 스스로의 작가로서의 의미를 거기서 찾는다. 사실 두 분이 말씀하신 것의 공통점이 그거잖아요. 이게 돈으로 환산되지 않기 때문에 이게 내 정체성이 작가라고 하는 게 맞는가. 사람들이 뭐하세요? 라고 물어봤을 때는 사실 거기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 무엇을 하느냐 라는게 함축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영상작업을 해요 라고 했을 때, 그것이 돈을 버는 일이 전혀 아니고 다른 일로 번 돈을 끌어다 쓰는 일이기 때문에.. 뭔가 설명을 덧붙여야돼요. 일의 가치가 돈 버는 걸로 결정이 되는 것인가, 이런 개념은 어디서 나온걸까 뭐 이런 고민도 하게 되거든요.

     

    오 : 저나 제 주변에 작업하는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지금은 미술 시장이 되게 좋아지기도 했고 저도 이제 30대 후반이 되다 보니까 작품으로만 돈을 버는 친구가 아예 없진 않아요. 근데 기본적으로는 내가 만든 걸로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기대가 처음부터 없어요. 당연히 투잡 쓰리잡 뛰는거는 당연한 조건이 된거고. 그래서 내가 작업으로 생계를 이어가지 못하다니, 이게 더이상 실망도 아니고 그냥 기본적인 원래 그런거라서 팔리면 그냥 운수 좋은 날.. 뭔가 작품을 매입한다거나 그러면 운수 좋은 날이고. 그래서 그런 자괴감은 애초부터 기대가 없어서 그런지 저는 딱히 없는 편이고.. 왜냐하면 남들 다 그렇게 사니까.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원래 기대가 없다..

     

    설 : 원래 그러려니.. 내가 좋은 거 하니까 이걸로 돈 벌겠다는 기대는 없다.. 근데 이게 맞는건가 이런 생각은 드는거죠. 반드시 어디 하나의 원인에서 오지는 않았겠지만 우리는 굉장히 엉뚱한 데에서 오는 생각을 오랫동안 고수하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건 천했고 그것이 돈을 받는 일이었고 그것과 구분되는 어떤 공적인 영역이.. 공적 영역 개념이 나누어지던 시절엔 정치 영역이었겠죠? 뭔가 생계와 직접 관련이 없는 영역이 조금 더 고귀하다는 그런 생각이 결부되어 있지 않나 생각도 들어요.

     

    유 : 근데 그러다보니까 이제.. 이제라고 그러긴 좀 그렇지만 아무튼 아주 오랜 기간동안 예술적인 것들이 결부된 업무가 생기면 그거는 단지 너의 열정으로 하면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시키는 사람도 당연히 그런거지라고 얘기하게끔 된 것 같아요. 니가 좋아서 하는 거 하는데, 그럼 돈은 다른 데에서 벌어 이렇게 되니까..

     

    설 : 좋아하는 일 하는 걸 택했다는 이유로 시간을 더 쪼개서 돈을 벌어야하는.. 그래서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생계 유지가 너무 힘들다, 생계 유지를 위해서 다른 걸 해야되니까 예술에 전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 나아가면 이걸 위해서 예술활동만 하면서 살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해달라, 사회에서 우리의 생계를 보장해줬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뭐 이런 얘기로 이어지거든요. 이런 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데 정말 유작가님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니가 좋아하는 취미 생활 하면서.. 왜 우리가 너네를 먹여살리라는 거냐.. 전업작가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니 잘 만들어 팔면 되잖아 이렇게 말하는거죠 사람들이.

     

    정 : 제 경우는 전시처럼 온전히 내 존재에 집중해서 표현할 수 있을 때 살아있다는 느낌이 있거든요? 창작을 하며 전시 준비를 할 때 그게 목적 자체가 되기도 해요. 생계 수단만을 위한 직장인 이었을 때는 없던 것이죠. 겨우 현상 유지를 하는 수입을 위해 평생 살거라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불안하게 사는 게 제게는 타협점이었던 것 같아요. 이런 제게 주변에서 공모를 내보라고 제안을 해주셨고요. 처음에는 한국 아트씬에 이렇게 공모제가 많은 지도 몰랐거든요. 지금까지 공모를 통해 경력을 쌓아 왔는데 10년 이상 하다 보니 작가적 정체성도 생기더라구요. 그 전까지는 작품 활동을 통한 수입이 없는데 내가 과연 작가라고 할 수 있을까 확신이 안 섰는데 창작활동 자체가 보상을 준다는 면에서 스스로에게 정체성을 가져다 주는 면이 있는 거 같아요.

    설 : 그래서 많이 해서 작업이 쌓였다는 것에 스스로 의미를 찾는다는 말씀이신 거죠?

    정 : 어느 날 갑자기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거에요. 그 전까지는 뭐 여러가지 호칭이 있었는데 정체성이라는게 스스로 만드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 ‘작가’라는 호칭은 어느 날 갑자기 유행처럼 생겨난 거 같기도 해요. 15년 전만 해도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분들한테 전시 한번 했다고 해서 작가님이라고 부른 거 같진 않거든요.  

    오 : 아 원래 안그랬어요? 저는 데뷔할 때부터 작가님이라고 했는데

    정: 미술계라는 제도가 변하면서 갑자기 큐레이터라는 직업도 생겨났듯이 기획자, 작가, 평론가 같은 직업도 제도와 함께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 : 그러면 과거에는 뭐라고 불렀어요?

    정: 작가라는 정체성 자체가 예술계 안에서 신화화 되는 면도 있고요, 암튼 전에는 나이가 많고 작업으로 수입이 생기는 경우에 진짜 작가라고 여겨졌던 거 같은데 그렇지 않을 땐 호칭조차 애매했던 것 같아요.

    유 : 참 공감가요. 중년 여성은 다 여사님이라고 한동안 부른 것 같은 그런 느낌..

    오 : 저는 작가님은 되게 자연스러웠는데.. 제가 학교 졸업하자마자 개인전을 했는데 그때 20대였는데 선생님이라고 하는 데도 꽤 많더라고요. 그러니까 관성적으로. 다 선생님이라고 말하고. 저는 그건 부담스러웠는데 작가님은 그런 역사가 있는지는 몰랐네요.

    정 : 제가 20대였을 때는 전시 한 번 했다고 작가라 불리는게 자연스러운 느낌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우리 사회가 서로 이름을 부르는 호칭 문화는 아니잖아요. 무언가 호칭을 하긴 해야 하는데 요새 흔히 부르는 ‘쌤’은 아니고 대신 창작 활동을 하니까 ‘작가님’이 된 거 같아요.

    오 : 영화 쪽은 어때요? 지금은 다 영화 한 편 만들면 감독님이라고 부르잖아요.

    설 : 영화제에서는 당연히 단편 영화 하나 초청된 학생한테도 당연히 감독님이라고 해드려야 되는거니까 그렇게 불렀는데.. 아마 주변에서 그 사람을 감독님이라고 선뜻 부르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해요.

    유 : 명칭 얘기가 나오니 말인데.. 편집 일을 하면 한국에서는 감독이라고 안불러줘요. 편집 기사라고 그러지.

    설 : 지금도 그래요?

    유: 네. 지금도 그렇더라고요. 제가 이런 얘기를 학생들이랑도 하는데 엊그저께도 학생 두 명이 들어와서 뭐 4학년 어느 수업에 어느 편집 기사님이 와 가지고 해주셨다, 이런 얘기를 하는거에요. 근데 제가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해도 그 분 작품이 정말 많은 분이거든요? 근데 어떤 기계적인 엔지니어링처럼 편집을 하는 사람이 아닌 분인데.. 그 친구들이 그 분을 편집 기사라고 부르는거는 누군가 그 사람을 그렇게 부른 거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거잖아요.

    오 : 어감이 진짜 다르네요. 편집 기사.

    유: 다 감독님이라고 많이들 불러주는데 편집 쪽은 왜 여전히 기사인가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참 한국말이 사람 호칭을 부르는 게 참 어렵다.

    오 : 그게 제 생각에는 촬영은 남에게 보여주는 게 많잖아요. 카메라도 크고. 근데 편집은 아무도 모르게 혼자해서 모르지 않을까.

    유 : 근데 이 호칭만 이야기해봐도 한국 예술 문화계에서 계급과 계층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들이 생기더라고요 실제로요. 그 사람의 노동을 어떻게 보고 있나, 어떻게 가치화 하는가. 그런 지점들이 생겨서 늘 어디 대외적인 곳에 가면 흥미로워요.

    설 : 그리고 지금 굉장히 빨리 바뀌고 있는데 가까운 미래에 또 그런게 어떻게 바뀔지.. 재미있는게 누구에게 호칭을 붙여주느냐 마느냐가 사실 유명세였던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아마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거에 많이 좌지우지 되는 것 같고, 영화를 찍는다고 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게 편집하는 장면이 아니고 카메라 들고있는 장면이잖아요. 그런 일반인들의 외부의 인식도 한몫 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또 통틀어서 시각예술이라고 부르는데 솔직히 영상을 시각예술이라고만 부를 수는 없잖아요.

    오 : 그쵸. 소리도 되게 중요하죠.

    설: 그러니까 이 보여지는 것? 그리고 일반인들이 그 사람을 창작자로서의 포지션을 이름을 붙여서 불러주는 것도 굉장히 이 보여지는 시각적인 것? 유명세? 같은 것에 굉장히 많이 기대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아마도 사람들이 제도를 만들어서 사회에서 그 사람을 먹여살려준다고 해도 별 말을 안할 것이고, 그리고 그렇지 못한 예술인들은 우리가 왜?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예전에 어떤 영화제에서 하는 토크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독립영화 하시는 분들이 패널로 계셨고 예술인의 생계를 사회가 책임져줘야 된다라는 그런 요지의 발표를 하고 있는데, 저는 거기서 일반 관객 분이랑 거기 섞여서 듣고 있는데 어떤 일반 관객분이 '그러면 잘 만들어서 팔리게 하시면 되는거 아닌가요? 제가 몰라서 그러는데..' 이러니까 사람들이.. 앞에서 말씀하시던 분도 거기에 대해서 딱히 답을 못하시는.. 그런 풍경이 펼쳐졌었거든요.

    오 : 근데 그런 말은 종종 듣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예술계에 전혀 상관없는 직장인이나.. 이를테면 저도 징징거릴 때가 있잖아요? 뭐 행사를 여는데 관객이 진짜 없다 혹은 모객이 진짜 어렵다, 작품이 안팔린다라고 하면 그냥 하는 말이고.. 근데 그 분이 진지하게 '그럼 전략을 좀 세워서 이렇게 하면은 많이 팔릴 것 같은데.' 되게 답답하다는 식으로 그렇게 나오면 할 말이 없죠. 그렇게 성공하면 되잖아라고 했을 때 사실 그 문이 굉장히 좁잖아요. 모두가 봉준호가 될 수 없는 거고. 저도 영화감독으로서 봉준호 좋아하긴 하지만 제 롤모델은 아니거든요? 작품은 좋아하지만 그렇게 제작하는 방식, 거액의 투자를 받아서 그 사람의 기대를 충족하고 수백 명의 스텝을 꾸려가지고 뭔가를 제작하는 방식이 저의 방식은 아니니까. 누가 봉준호처럼 해라 하면 저는 그 방식은 아닌거죠. 그러니까 제작 방식도 되게 여러가지의 종류가 있고 다 살아남는 방식도 다 다른거고. 그래서 그런 차이가 있는건데 사람들은 영화 감독으로 성공했다? 봉준호밖에 안 떠올리니까. 그런 식으로 이제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른 방식의 영화 감독의 성공한 롤모델이 잘.. 옛날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뭐 그 정도? 그게 대박이 나네 이 정도?

    설 : 맞아요. ‘전략적으로 돈을 벌면 되잖아’라고 하지만 사실 많은 창작자에게는 그 전략이 진짜 내가 하는 게 아닌 다른 걸 하는 걸 뜻할 수도 있거든요

    유 : 근데 ‘잘해서 하면 되지 않아요’라고 하는 그런 의식이랄까? 그런 사고?와, 또 한편 우리가 앞서 정작가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예술?이 같은 걸로 봐야되나..? 그러니까 여전히 어떤 가치 이런 걸 어떻게 판단하는 게 맞는 것인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설 : 우리의 입장에선 다른 것인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것도 영상이고 이것도 영상이고 뭐.. 요즘에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유튜브해서 돈 벌면 되겠네 이런 거?

    오 : 그 이야기는 진짜 많이 듣는 것 같아요. 컨셉 하나 잡아서 뭐 해봐라, 채널 추천 해줄게 그걸 보고 따라해봐라 이런 거..

    유 : 요즘은 다 그렇죠. 입만 벌리면 유튜브를 하자, 해봐라 이런 거.

    오 : 근데 정말 다르잖아요. 영화 감독 중에 유튜브 성공한 사람 정말 극히 드물고. 저도 생각을 안해본 건 아니에요. 그래서 채널 파고 그럼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만들어야지 했는데. 유튜브는 빨리 만들어야 되는 거잖아요? 왜냐하면 일주일에 한 번씩 해서 올려야 되니까. 근데 저희 같은 사람들은 일 년에 단편 하나 만들어도 부지런하다는 소리 듣잖아요.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하게 되는 거에요. 그러니까 막 계속 만지고 만지고 하니까, 한 편 만들고 나니까 이거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던 방식으로 하니까..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했어요 한 두개 만들고.


    기술 vs 예술

     

    유 : 그런데 오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유튜브 막 찍지는 않아요 진짜로. 지금은 매뉴얼 유튜브도 거의 드라마처럼 하더라고요. 근데 그게 너무 쉬워보여요. 렌즈도 바꿔끼면서 사람이 문구멍까지 따라가면서 하더라고요. 그냥 앞에 설치된 카메라로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오 : 네, 다 연결해서 하고. 편집 감독, 분야별로 맡기고 그렇게 하더라고요.

    유 :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신이 나긴 하는데 이거 해놓고 다음 거 내가 바로 어떻게 시작하지, 이러면서 깊은 한숨이 한 번 쉬어지는? 하는 동안에는 좋으니 하는데 예전처럼 바로 다음 것을 동시에 진행을 시키거나 그렇게는 잘 안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어떤 새로운 기술, 새로운 형식에도 나를 막 또 집어넣어서 뭔가를 다르게 만드는 것도 실은 힘이 딸리는 거죠. 하면 재밌을 거는 같은데… 그래서 같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오 : 새로운 걸 배울 여유가 별로 안생기죠? 저도 그래요. 저도 모션 그래픽 같은 거 하나도 못하거든요? 3D 같은 거 배우면 좋을 거 같은데 그걸 지금 또 시작하자니..

    유 : 3D였으면 몇 달 그것만 하셔야 되더라고요. 저도 알아봤어요.

    오 : 꼭 필요한 건 아닌데 왠지 배워놓으면 좋을 것 같다는 마음만으로는 이제 시작을 못하겠어요. 지금 하고있는 것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그런 느낌이 들어요. 작업 말고 외주 작업 영상 일을 할 때는 그런 두려움은 있어요. 나중에 외주 일도 못할 정도로 그 트렌드에 밀릴까봐. 감각의 문제도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 작업은 물론이고 외주 작업도, 알바도 만약에 새로운 세대랑 경쟁을 해야 할텐데. 그게 조금 미리 걱정되긴 하더라고요. 돈 못 벌면 어떡하지 약간 이런.. 생각해보니까 플래시 애니메이션 엄청나게 유행이었는데 어느 순간 없어졌네요?

    정 : 저는 플래시 프로그램을 아직 사용하고 있는데 그 모듈적 성격을 좋아하기 때문인데요. 제가 사용해 본 프로그램 중에 유일한 장점이었고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계속 가지고 있어요. 나중에는 사라질 것이기에 업데이트가 될 때마다 계속 구하면서요. 상업적인 이유로 더 이상 개발하지 않는 점이 정말 아쉬워요.

    오 : 근데 그게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한 상황에 누구나 처하잖아요 작업 하다 보면. 다른 사람한테 맡기거나 내가 생각한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 어떤 특정 방식이 있고, 내가 그걸 하고 싶은데 못할 때. 그러면 돈 있으면 돈 주고 맡기면 되는데 돈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걸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기 위해서 잔머리를 쓰게 되잖아요? 뭔가 도는 건 아니지만 돌아가는 것처럼 눈속임을 만든다던가. 저는 이제 반강제적으로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는거죠. 그렇게 작업을 하나하나를 완성해 가는 게 저는 재미도 좀 있더라고요.

    유 : 그래서 그런 환경에 실제로 놓이게 되니까 사람이  주눅이 들더라고요. 내가 정말 시대에 뒤떨어져 있나? 최근에 정말 고민이 많아졌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게 취미생활인가서부터 어떤 컨텐츠를 가지고 가야 되는 것인가. 그리고 나는 이걸 얼마나 더 오래 할 수 있을까? 라던가.. 하여튼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은 상태입니다.

     

    정 : 결국 예술에서 바라는 게 그런 건 아니잖아요.

    오 : 맞아요..

    설 : 얘기를 하다보니 결국 우리의 문제는 생계의 문제보다도 우리가 어떻게 예술가라고 할 수 있게 입지를 굳혀갈지.. 이 변화하는 테크놀로지 안에서 어떻게 유지를 할 것이지에 대해서..

    오 : 정작 생계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안한 것 같은데요?

    유 : 생계가 답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설 : 이미 그런 문제는 다 떠나신 것 같고요.. 그런데 이런 얘기 하다보면 몇 년 전만 해도 사실 생계 얘기가 빠지지않고 나왔고 모이면 하는 얘기가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세요?' 이랬었는데 지금은 그런 고민이 아닌 다른 고민이 더 커지는 분위기가 되었네요.. 지금 말씀하시는 새로운 매체, 테크놀로지를 내가 어떻게 내 창작에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많아졌는데 그건 사실 어떤 대중의 인식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기도 한 것 같아요. 비판받기도 했던 예술가의 아우라는 점점 떨어지고.. 한편으로는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면서..  예술가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크게 인식하고 싶어하지 않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되고 있는 것도 같아요.

     

    나는 뭐하는 사람인가? – 이름짓기의 문제, 그리고 보편 복지

     

    설 : 그러면 마지막으로 질문을 드리자면,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도 주장할 게 있어야 되잖아요?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가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는 걸로 증명해보이지 못한다면 내가 하는 이 일 자체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고 내가 그걸 하는 사람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걸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면, 우리가 주로 작업을 계속 할 수 있게되고 그나마 경제적 도움을 얻게 되는 것이 공모잖아요. 근데 공모라는 건 관에서 세금을 가지고 운용하는 것들인데 누군가 그걸 가지고 왜 너네들 하고 싶은 취미 생활 하는데 세금으로 돈을 줘야하지? 라고 물어본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유 : 어려워요 정말.

    오 :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창작지원금 주잖아요 300만원. 작년에 받았는데 되게 좋더라고요. 정산할 것도 없고. 좋은데 다 시민들 세금이니까 누군가가 왜 너 하고 싶은 거 하는 데에 세금을 줘야되느냐라고 말을 한다면 사실 별로 할 말은 없을 것 같아요. 딱히 반박할 논리가.. ‘예술가는 그래도 사회에 필요한 존재잖아’라는 말로는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그 사람이 하는 건 사회적으로 필요없냐 그런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이건 예술인을 따로 지정해서 지원하는 것보다는 사회 전체가 보편적 복지가 잘 되어있어서 예술가를 굳이 지원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게 서로 맘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한국에 있는 예술인복지재단, 예술가만을 위한 단체, 복지재단이 있는 게 되게 드물다고 들었어요. 정작 유럽에는 없고. 왜 없냐?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들었어요 그런 단체가. 우리나라에 최고은씨가 굶어죽어서 생긴 거잖아요 예술인복지재단 자체가. 그래서 저는 보편적 복지가 잘 되어야 예술가들 따로 지원해 줄 필요도 없고 나를 증명해야 될 말을 찾거나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생각을 요즘 하고 있습니다.

    설 : 좋은 얘기네요. 맞아요 보편적 복지.. 일반적인 인식 자체도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을 쓸데없는 취미 생활이라고 보는 것이 사실 예술인 말고도 많이 있거든요. 그게 당장 돈으로 환산되는 다른 교환가치,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모든 활동에 대해서 그렇게 보는 시선이 있죠.

    설 : 제작 지원도 굉장히 많은 경우 이 시장에 먹히는 결과물이 나온다는 전제 하에 돈을 주는 거잖아요 사실. 그 예술 활동 자체, 예술가로서 활동을 하고 살아가는 것 자체를 용인하는 게 아닌 경우가 있거든요.

    유 : 주는 사람의 프레임에 맞춰서 글도 써야 되고.. 저 그게 기억이 나요. 재즈싱어 나윤선씨 있잖아요? 굉장히 유명하잖아요. 프랑스에서는 거의 뭐 그쪽에서 칭하는 예인인.. 그 분이 그 얘기를 했어요. 자기가 재즈학교를 다니다가 노래를 부르는데.. 어떻게 살았냐고 그랬더니 거긴 그냥 매 달 얼마를 줬다고 그러는 거에요. '그냥 줘요?' 그랬더니 그냥 줬다고. 예술가들은 예술을 해야되니까 노동할 시간이 없을테니까 준거라고.. 아무튼 너무 감사하게 그 돈을 받으면서 노래를 할 수 있었다고. 그래서 어느 정도 누가 불러주는 곳에 가서 노래도 하고 돈도 받고 그런 시기까지 그 돈이 없었으면 자기 못살았다고. 그러니까 보편적 복지? 그거보다 한 단계 위인거죠.

    오 : 그냥 주는 곳도 있구나. 어떤 신청 같은 것도 없이 그냥 주는 곳.

    설 : 뭐하세요 라고 물었을 때 시를 써요 하려면 시집이라도 하나 냈어야 되고.. 그래야 당당하게 얘기를 할 수 있지 내가 돈을 벌려고 풀타임 잡이 있는데 내가 퇴근하고 시 쓴다고 나 시 쓰는 사람이에요 라고 얘기할 수 있는 문화가 우린 아니잖아요 사실. 그런거부터 우리가 나의 정체성을 돈 버는 일로 연관시키고.. 아까 감독 호칭 얘기를 했듯이 일반인들에게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에 따라서 호칭이 붙여지고 이런 문화 자체가 그런 걸 만들어내는 것 같기도 하네요. 제도도 사실 그걸 따라가게 되어있으니까.

    유 : 우리는 시를 써요 이러면 약간 집안에서 창피해하고 추석에 집에 가면 안되고 그런..

    오 : 저도 처음에 말할 때 좀 머뭇.. 제가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이 아닌데 피아니스트라고 소개를 하고 싶은데. 앞에 혹여 전공자라도 있을까봐. 근데 그것도 뻔뻔하게 몇 번 말하고 나니까 지금은 그냥 그래요. 예전처럼 그렇게 막 그런 건 없어지더라고요. 저 네이버 인물 정보에도 얼마 전에 그거 했었거든요? 영화 감독이랑 피아노 연주가라고 바꿔넣었어요. 자꾸 말하다보니까 이것도 스스로에게 익숙해지게 되고. 내가 나에게 안 어색하니까 그냥 뭐 어떻게 보던지 말던지. 나에게 피아노 지적하면 도망가자라는 심정으로.

    정 : 전 요샌 이렇게 말해요. 창작활동 한다고.

    오 : 그럼 질문이 하나 더 나올 거 아니에요. 무슨 창작을 하시는지..

    정 : 사진도 찍고 이것저것 해요 이렇게.

    오 : 그러면 반응이 어때요?

    정 : 그냥 그런가보다 하던데요?

    오 : 저는 꼭 종합예술인이네 라는 말을 들어요.

    근데 진짜 소개할 단어가 없어요. 그림만 그리면 화가라고 소개하면 되는데. 요즘에는 저만 해도 '뭐하시는 분이세요?' 물어보면 저는 영화도 만들고 만든 영화 상영하면서 가끔 피아노 연주도 하고 옛날엔 그림을 그렸고 가끔 글을 쓰기도 하는 사람입니다, 너무 길잖아요 이게?

    설: 뭔가 이름을 지어줌으로써 어떤 움직임이 있었다는 게 딱 남게 되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 정해진 분류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름짓는 게 어느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 : 이름 중요해요. 기억되어야 하거든요 사실은?

    설 : 이름을 새로 만들어내더라도 그걸 붙여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정 : 그게 예술의 영역이 하는 일이기도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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