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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INTERVIEW] 홍이현숙 작가
    NeMaf 조회수:5021 추천수:5
    2017-09-08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 ‘홍이현숙작가전X: 수행의 간격’이라는 제목으로 홍이현숙 작가의 특별전이 열렸다. 8월 19일 아트스페이스오에서 열린 이번 특별전의 토크 프로그램 ‘매칭토크’에는 많은 관람객이 방문해 자리를 지켰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매칭토크가 끝나고 홍이현숙 작가를 만나 이번 전시를 구상하게 된 여러 가지 계기와 생각을 들어보았다.

     

     

     

    ‘수행의 간격이라는 전시 제목이 멋있어요. ‘수행이라는 용어가 요즘 많이 사용되기도 하고, 이번 전시의 작업들을 보면서 쉽게 수긍이 갑니다. 그런데 단순히 수행이 아니라 간격이라는 말이 전시의 전체적인 주제를 관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전시 제목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싶어요.

    저는 ‘수행’이라는 것과 작업을 연결시키는데요. ‘간격’은 작업과 수행 그 사이에 있는 ‘간격’을 의미해요. 또는 수행과 일상생활과의 간격이기도 하고요. 두 가지는 거의 따로 노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거리감을 자주 느껴요. 그런 간격을 좁히고 싶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고요. 처음에는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김장연호 집행위원장이 ‘수행의 언어’라는 제목을 제안해주셨어요. 제가 가진 수행에 대한 거리나 격차에 대한 고민으로 이야기를 나눈 후 ‘수행의 간격’이라는 제목을 짓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설치작업을 하시다가 최근에는 영상작업을 많이 하시는 같은데요. 작업 방식에 변화를 주신 건가요?

    영상 작업을 주로 시작하게 된 것은 2006년 <날개>가 처음이었어요. 2005년도까지는 분류하자면 거의 설치미술 위주의 작업들이었어요. 조각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설치미술을 많이 했는데 2006년에 ‘대안공간 풀’이라는 전시장으로 들어가 실내에서 전시를 하게 되면서 처음 영상작업을 시작했고, 영상작업이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물론 지금도 영상작업뿐 아니라 설치나 조각을 하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서 작업을 하고 싶어요.

     

     

     

    한편으로는 영상 매체의 기법들을 통해서 작업을 위트 있게 표현하시는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에게는 ‘유머’라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작업을 보면서 사람들이 최소한 한번쯤 웃었으면 좋겠어요.

     

     

     

    <날개>, <구르기>, 그리고 <폐경 폐경> 여성의 신체를 다루며 이어지는 작업 같아 보이는데요. 작업에 나오는 인물들이 꽃무늬원피스를 입은 아줌마 표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여성주의적 관점의 작업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볼 있을까요?

    여성주의를 걷어내야 제 작품이 더 잘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주의 안으로만 편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제가 따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여성주의에 대한 것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봐요. 그로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페미니즘 작가들에 대한 해석이 그 안으로만 한정되는 것이 아쉬워요. 그래서 다양한 관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맞아요. 작업에는 여러 결이 있을 텐데 여성 영화감독이나 작가들은 여성이나 ‘여성주의라는 수식어만 붙는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여성보다는 그냥 사람, 온전한 사람으로서 무언가를 다루고 싶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여성, 남성과 같은 두 가지 성별이 아니라 다양한 젠더 문제가 많이 이야기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래요.

     

     

     

    그래서인지 작가님 본인의 일상적인 공간들이 작업에 많이 등장하는 같아요. 작업을 구상하실 어떻게 영감을 얻고, 주제를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모든 것에 감각을 열어놓고 어떤 것에든 반응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능한 열어놓고 살려고 해요. ‘수행’도 그렇게 여러 감각을 열어놓고 살고자 하는 방편의 하나이고요. 또한 ‘나’와 가까운 것일수록 깊이도 생긴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일상의 용이함 같은 것도 있고요. 그리고 저야말로 ‘아줌마’의 생활 반경 속에 완전히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포스터에 <폐경 폐경> 장면이 들어가 있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 분리, 표류의 가능성인데요. 간격 문제와도 연결될 있을 같고, 혹은 간격 안에서 아줌마라는 일상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을 같아요.

    일상이라는 것 자체가 표류와 수행을 같이 담지하고 있다고 봐요. 하루의 일상이 표류일 수도 있고요.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일상을 가지고 있을 텐데, 그런 일상에서 표류라는 것들을 발견하는 것, 자신을 조금 일상에서 떼어놓는 것을 시도하는 자세가 나를 바꾸고 변화시키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말하자면 ‘간격’이지요

     

     

     

    <북가좌 엘레지> 실제로 보니 사라지는 공간에 대한 비애감이 많이 느껴져요. 요즘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는데요. 평소 재개발 문제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계셨나요?

    <북가좌 엘레지>는 북가좌동에서 촬영한 작업인데요. 한참 서울에서 재개발 열풍이 불 때 개발이 이루어진 장소예요. 작가라면 그 문제에 당연히 시선이 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서울은 이제 거의 남은 지역이 없죠. <북가좌 엘레지>를 작업하게 된 계기는, 박수진 큐레이터가 기획한 서울무지개라는 전시 프로젝트였습니다. 작가들이 하루 동안 각자 재개발 장소로 가서 작업을 해보는 기획 속에서 나온 작품이죠.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와 마찬가지인데, 작가들의 작업실도 계속해서 밀려나고 있어요. 저는 오히려 작가들이 다른 지점에 가서 먼저 깃발을 꽂아서 반경을 넓히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서울을 벗어나서 살기에 어려운 점이 많기는 해요. 그렇지만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해 밀려나기 전에 먼저 새로운 플랫폼들을 만들면 그만큼 서울이 무력화될 거예요.

     

     

     

    <조촐한 추모> 위안부 문제를 거대한 역사로서가 아니라, 조촐하게’ 그래서 오히려 오롯이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작업을 하게 계기에 대해 듣고 싶어요.

    이전에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작업을 하기도 했고, 지난 1년 반동안 위안부 문제를 공부하는 세미나를 했어요. 그것을 토대로 최근에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조촐한 추모>의 문옥주 할머니를 알게 되었어요. 문옥주 할머니는 정말 멋있는 분이세요. 믿기지 않겠지만 당시에 총 네 번의 탈출을 하셨고, 술 취한 일본 병사가 칼로 당신을 찌르려고 하자, 칼을 뺏어서 반대로 찌르고 재판을 받게 돼요. 그런데 변호를 얼마나 잘 했는지 무혐의로 풀려납니다. 노래도 정말 잘하셔서 <조촐한 추모>에 나오는 노래가 문옥주 할머니의 실제 육성이에요. 위안부 문제를 공식적으로 이야기하신 후 6년을 더 사셨어요. 한국에는 위안부 전시관이 서울과 대구에 있는데, 그곳에서 문옥주 할머니 20주기를 맞아 맹정환 큐레이터의 기획으로 열린 누락된 기록이라는 위안부 전시에 참여했었죠. 그래서 <조촐한 추모>를 작업하게 되었어요.

     

     

     

    이번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 특별전을 열게 소감을 들어볼 있을까요?

    앞으로도 더 많은 작업을 보여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은 경계를 무너뜨리려는 작업과 영화들이 많아요. 많은 팬들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및 정리 | 김지안 루키

    사진 | 김지원 루키

     

     

     

  • [2017] [GT] 한국구애전 장편3 <지옥도>
    NeMaf 조회수:4097 추천수:4
    2017-08-28

     

    지난 8월 23일 오후 5시, 인디스페이스에서 <지옥도> 상영 후 감독과의 GT가 있었다. 임창재 공동집행위원장의 진행으로 박기용 감독의 작품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공동집행위원장 임창재입니다. <지옥도>는 오늘 두 번째 상영인데요. 먼저 작품을 만들게 된 기획의도랄까, 모티프가 있으면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기용: 작년 상반기에 일어났던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사건을 뉴스를 통해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고. 저도 제 딸이 대학교 4학년인데, 알바하고 과외하는 입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영화에서 나왔던 것처럼 과외가 당일에 일방적으로 취소당하기도 하고, 과외비를 떼먹기도 하고, 학생 엄마랑 전화하고 싸우고, 이런 일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런 문제들과 강남역 살인사건을 결부시켜서 영화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이 영화는 단국대학교 영화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과 연구프로젝트처럼 진행한 작품 입니다.

     

     

     

    배우가 몇 명 안 나오잖아요. 주인공 여자와, 주인공 남자, 남자의 형, 그리고 강아지 주인, 그리고 남자가 일하는 가게 사장, 이렇게 딱 네 명인데. 캐스팅은 어떻게 하셨나요.

    박기용: 다 저희들 학생입니다. 연기 전공 학생입니다.

     

     

     

    연출상 쇼트가 굉장히 길잖아요. 거의 3개 정도인 것 같아요. 부감 샷 까지 포함해서요. 장편영화에서 이렇게 긴 롱테이크로 작품을 하는 게 드문 일인데요. 롱테이크를 사용한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박기용: 이 이야기는 샷을 나누는 게 불필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첫 번째 샷은 카메라가 과외 하러 가는 여학생을 쫓아가는데, 이 여자가 과외를 취소 당하고 공원에서 배회하는 걸 쫓아다닙니다. 두 번째 샷은 드론으로 찍은 부감 샷이고 세 번째는 화장실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나온 남자를 쫓아갑니다. 저는 샷을 나누는 게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만들게 되었습니다.

     

     

     

    동선이 굉장히 길잖아요. 계속 걷고 움직이고. 사전에 연습을 얼마나 하셨는지요.

    박기용: 촬영을 한 공간은 학교가 죽전 캠퍼스가 있는데. 용인시하고 분당시하고 접경에 있는 아파트 단지와 공원입니다. 거기서 전체연습을 했고, 출연한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촬영장소에 가서 연습을 했어요. 촬영은 총 2일에 걸쳐서 촬영했습니다.

     

     

     

    호흡이 굉장히 긴 것인데, 배우들이 어려워하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박기용: 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고 참여한 것 같아요. 동경대학교와 협력한 작품인데, 촬영하고 동시녹음을 하는 분들이 동경대학교 학생들이었어요. 그 촬영한 친구가 굉장히 고생을 했죠.

     

     

     

    관객1: 궁금한 게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잘 못 본 걸 수도 있는데 여자가 나오는 씬과 남자가 나온 씬이 화면비율이 다른 것 같더라고요. 여자가 나오는 씬은 4:3정도였고 남자가 나온 건 16:9로 보였는데, 화면 비율을 다르게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두 번째는 영화 보면서 더운 날 촬영해서인지, 햇빛이 많아서 그런지, 차가 다니는 도로 같은 곳에 화이트 밸런스라고 해야 하나, 명도가 흰 색이 굉장히 많았는데 의도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박기용: 촬영은 16:9로 찍었거든요.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느낌 상 필요했어요. 여학생의 경우 여학생에게 집중하는 화면 느낌이 필요했고, 남자는 16:9로 촬영하면 이 남자가 정신적으로 혼돈에 빠진 상황을 표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명암은 의도하기도 했지만 기술적으로 문제가 조금 있던 부분도 있습니다. 한 샷으로 롱테이크를 하다 보니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맞추기가 힘들었습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쨍쨍한 햇빛이 필요해서 일부로 그런 날 촬영을 해 그런 점도 있습니다.

     

     

     

    작품의 동기가 강남역 사건을 모티브로 하셨는데, 작품 중반에 여학생이 화장실에 들어가고 남자가 여자화장실에 들어가고, 드론 부감이 있고, 그 뒤로는 카메라가 남학생을 쫓아 찍습니다. 그사이의 일은 나오지 않으니 안에서 벌어진 일을 추측해야 하는데, 그런 모호한 지점이 있는데 그렇게 연출을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박기용: 모호하게 할 생각은 아니었고, 분명하게 전달이 됐을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칼을 버리고 숨기는 게 멀리서 찍어서 크게 보여 지지는 않지만, 어쨌든 화장실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관객2: 연구 수업에서 만든 영화라고 하셨는데. 어떤 것을 연구하시는지 주제가 궁금합니다.

    박기용: 연구 프로젝트라고 해서 매학기 연구 주제를 정해서 학생들을 모으고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 주제는 롱테이크였어요. 어떤 것이 먼저였는가, 강남역 사건이 먼저인가 아니면 롱테이크가 먼저였는가, 그렇게 나눌 수는 없고 두 가지 다 중요했습니다.

     

     

     

    이전 작품도 궁금한데요.

    박기용: 극영화도 만들었었고, 에세이 영화라고 개인적인 다큐멘터리도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관객3: 첫 번째로 강남역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하셨으면서, 직접적인 소재로 영화를 만드신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은유적으로 연출하신 의도가 궁금합니다. 두 번째는 헬조선이라던가, 탈조선 그런 말이 영화 속에 등장해요. 또 제목도 지옥도입니다. 남자가 살인을 저지를 때, “왜 웃느냐” 이런 식으로 정신병적인 측면을 드러냈는데, 결국 남자가 사회에서 당했던 일들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지르게 되었으며, 따라서 이것이 남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임을 말하고 싶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단순히 남자가 싸이코패스인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실제 사건을 그대로 영화로 만드는 건 너무 집착적이고요. 희생자가 있고 희생자가 난데없이 살해를 당한 거죠. 그 분을 생각해서도 당연히 그대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그 사건을 보고, 영화를 만들면서 한국에서 살기 힘든 헬조선, 탈조선 식의 문제들이 피부에 와 닿는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또 그런 문제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적 문제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악인일수도 있고 정신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접근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관객4: 첫 번째 질문을 드린 이유는, 강남역 사건에 대한 다른 영화인 <토일렛>이 나왔는데, 비판을 받았습니다. 저도 이렇게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서 의도를 여쭤본 것입니다.

    감독: 다음 작업으로는, 세월호 참사에 관한 영화를 옴니버스로 학생들과 작업 중입니다. 처음 주제를 결정할 때도 가볍게 결정내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유가족들을 만나고 하면서 훨씬 조심스럽게 접근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정 사건에 대해서는 외부인이 함부로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관객5: 여자 주인공이 과외를 취소를 당한 후 다음 타임 학생의 과외시간을 일방적으로 당겨달라고 부탁하거나, 커피 잔을 공원에 버리고, 강아지 사진을 허락 없이 찍는 등 그런 모습들이 부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반대로 후반부에서는 가해자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술집 사장과의 관계, 주방장 형과의 관계 등 그런 것들이 뭔가 범행 동기가 된 것처럼 느껴져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여성혐오 범죄가 일어난 게 강남역 사건이잖아요. 이 영화가 그러한 점이 강조될 수 있는 방식이었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범죄에 대해 어떤 말을 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여학생을 부정적으로 그린 건 아닙니다. 보통의 평범한 여학생이라고 설정했어요. 덥다고 짜증도 내고 일방적으로 바람을 맞은 것에 화도 내고, 욕도 하고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하듯이 말예요. 당연히 앞 과외가 펑크가 났으니까 그 다음 과외 시간을 당기면 훨씬 좋으니까 그걸 부정적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저는 오히려 그 사람을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리려고 했습니다. 해외에 가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되는 사람, 친구처럼 워홀을 간다던지 이럴 수 있는 여건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라를 지켜야한다는 말도 하고요. 남자 같은 경우에는 동정심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옹호하려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결과적으로는 제가 동정하는 듯, 피해자로 그린다는 느낌을 받으셨을 것 같아요. 저는 그 사람도 피해자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크게 보자면 사회의 시스템에서 낙오한 피해자라고 생각을 했고요.

     

     

     

    관객6: 연구 프로젝트 중 하나이잖아요. 앙드레 바쟁은 롱테이크가 관객이 영화의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도움 주는 장치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관객으로 하여금 롱테크라는 장치는 영화를 보기에 지루한 점도 있어요. 굳이 지루함을 감수하고 이런 형식을 차용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박기용: 지루하다는 감상을 방어할 생각은 없고요. 지루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겁니다. 연출, 연기, 촬영의 문제점도 있을 텐데, 아마 그건 복합적 문제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것 못지않게 말씀하고 싶은 건 영화에 우리가 너무 고정관념이 있다고 생각해요. 쉽게 비유하자면, 떠먹여주는 데 익숙하고 자기가 찾아서 먹어야 하는 경우에는 되게 불편해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제가 이에 대해 방어하고 변명하는 건 아닙니다.

     

     

     

    보통 제목 타이틀이 맨 앞에 나오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중간, 마지막 두 차례에 걸쳐서 <지옥도>라는 제목 타이틀이 등장합니다. 지옥도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그렇게 하신건지, 의도가 궁금합니다.

    박기용: 그런 의도였던 것 맞습니다.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감독: 이런 식의 실험적인 영화는 연구 프로젝트로 계속 진행할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작업도 이렇게까지 실험적이지는 않겠지만, 매번 연구 주제를 정하고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영화를 하려고 합니다. 

     

     

     

     

    취재 | 뉴미디어루키 홍보팀

    사진 | 변지혜 루키

     

     

     

     

  • [2017] [TALK] 매칭토크: 글로컬구애전X 2부
    NeMaf 조회수:4521 추천수:4
    2017-08-25

     

    문호경: 2부 토크에는 세 분이 참여하십니다. <숨바꼭질: 접촉>의 김기훈 작가님, <마지막 밤>의 장연호 작가님, <붉은 방>의 정희정 작가님이십니다. 우선 이번에 네마프2017에 출품하신 작품에 대해서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기훈센: 제가 봤던 실제 사건의 뉴스를 재편집한 작품이고 그 영상과 관련된 단서들이 함께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호경: 사실 이 작품은 추리소설, 스릴러처럼 복합적인 느낌이 있는 작품이에요. 오늘 작품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장연호: 제가 이번 전시에서 상영할 전시는 <마지막 밤>인데요 누군가가 겪었을, 제가 겪게 될 마지막 밤을 형상화해서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만든 계기는, 이 작품을 2015년도 초에 제작하게 되었는데 2014년에 세월호 사건이 있고 나서 한국에서 처음 그 상황을 tv로 접하고 바로 2-3일 후 출국했어요. 계속 그 사건이 잊혀지질 않았고 그래서 정체성에 대한 작업을 해나가는 것 자체가 사치로 느껴질 정도였어요. 어떤 작업도 무의미해 보이고 무기력하게 느껴졌을 시기에 만든 작업이에요. 저 스스로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아픔을 겪었던 누군가를 위해서 애도하는 마음을 담아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내가 제일 잘하는 영상언어로 풀어나가는 도중에 이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희정: 저는 방을 주제로 했어요. 저희가 만약 자기소개를 한다면 그 사람을 좀 더 다르게 이해하는 방식 중 하나가 저에게는 그 사람의 거주지를 가보는 것이거든요. 그게 이상하게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정보는 아니지만, 각자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방을 주제로 일종의 자화상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문호경: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그건 차차 여쭤보도록 하고 기훈센 작가님께 질문 드리면, 작품이 뉴스 클립이나 번역기, 텍스트가 조각조각 파편적으로 엮어져 구성되어 있어요. 이 작업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훈센: 한 장면이 그림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떤 걸 봐도 상관없고, 스토리도 상관 없이 회화성에 초점을 맞췄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씀드리자면, 제가 공항에서 자살 직전까지 간 극적인 상황이었는데 그걸  저와 경찰관의 놀이처럼, 숨바꼭질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던져주고 싶었습니다.

     

    문호경: 기훈센 작가님의 이번 작업은 그러한 소통의 장벽, 어려움, 오류들이 굉장히 쉽지 않게 드러나있어요. 본인이 작업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소통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기훈센: 장벽이 난무하지만 경찰이 저를 잡았을 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으로 고맙다고 이야기했어요. 저를 살려준 것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방송에서는 그러한 부분은 배제되고 단지 구글 번역기 홍보 식으로 이 기술이 쓰인다는 걸 부각했죠. 인간과 인간은 배제되었어요. 이건 내가 벌인 놀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이건 제가 주체가 된 저의 스토리이며 접촉이 중요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문호경: 아울러서 작품과 함께 젤리를 전시하셨는데 의미가 무엇인가요?

    기훈센: 사실 핑크가 주는 세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제가 느꼈던 당시의 수많은 순찰차들이 파란색과 빨간색의 반복적 형상으로 마젠타색이 연출되었고, 또한 제가 사랑하는 친구가 제가 현실을 잡고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친구의 별명이 피그렛이에요. 피그렛 색이 핑크색이라서 그걸 담아내고도 싶었습니다.

     

     

     

    문호경: 장연호 작가님께 질문 드릴게요. 장연호 작가님은 본인의 신체를 가지고 오랫동안 작업을 하셨어요. 특히 이번 작품처럼 본인을 계속해서 복제해서 작업에 등장시키는 작업도 하셨고 그 이전에는 본인의 몸을 분절시키는 작업을 하셨어요. 저는 일단 그 이유에 대해 여쭙고 싶어요.

    장연호: 한국에서는 학부 때 광고미술을 전공했고, 순수미술은 독일에서 처음 배웠어요. 광고사진을 전공할 때는 남의 눈에 좋아 보이는 작업, 남을 현혹시키는 것을 배웠죠. 그런데 독일에 가서 순수미술을 배울 때는 안에서 오는 혼란스러움이 컸었어요.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기본적 물음에서 시작해서 처음으로 남에게 보여지는 내가 아니고 저 자체에 집중한 시간이었어요. 제 신체와 제 생각, 얼굴을 정리하다 보니 제 정체성을 지우기도 하고 제 몸을 조각내기도 하고, 그런 작업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또 제가 남에게 완벽하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제가 화장 지운 모습을 대학교 때 본 학생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화장을 하고 다니는데 독일에서는 그런 강박을 풀고 싶었어요. 한국에서는 외형적인 나의 몸이나 얼굴에 집착하고 살지는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한 사회현실을 제 신체를 통해서 비판하고 싶기도 했어요.

     

     

     

    문호경: 저는 작업에 나오는 여성이 떠나 보내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가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응어리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저는 사람들이 답을 다 알고 있지만 찾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생각해요. 답을 찾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죠. 그런 의미로 보면서 세월호와 함께 그 시간을 견뎌내기 위해 작가가 작업을 했다는 사실과 함께 모두가 갖는 각자의 문제가 풀리는 느낌을 받아서 흥미 있게 봤습니다. 코르셋을 입은 작가의 분신이 등장하는데 굳이 코르셋을 입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장연호: 사실 저게 어머님이 젊으셨을 때 입은 코르셋인데 지금은 맞지 않아요. 또 더 이상 필요하지도 않죠. 그걸 제가 장롱에서 찾아서 가지고 왔어요. 예전에는 저걸 입고 엄마의 역할을 하는 작업을 했었는데, 그 이후로도 작업을 할 때 계속 찾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저번에 아트스페이스오에서 홍이현숙 작가님이 작업을 하시는데 파란색 땡땡이 무늬의 냉장고 치마를 입고 작업하시더라고요 아줌마를 상징하는 유니폼처럼 쓰신다고요. 제가 신체에 대한 강박이 있는데, 어쩌면 제가 죽는 순간까지도 제 몸을 예쁘게 보이게 하고 싶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한 젊은 여성을 상징하는 유니폼으로 코르셋을 상징하는 의미도 있어서 그걸 계속 가져가고 있어요.

     

     

     

    문호경: 다음은 정희정 작가님께 질문이 있어요. 보여지는 것은 방이지만 이것은 일종의 자화상과 같다고 말씀해주셨어요. 마치 우리가 수많은 표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각자의 방이 수많은 장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사실 이 작업을 보면 굉장히 상상적 이미지들로 가득 차있어요. 일종의 실제 방이기보다는 가상의 방인 것 같은데, 이 안에 있는 여러 이미지를 방에 모아놓으신 과정이나 이미지들의 의미를 들어보고 싶어요.

    정희정: 자화상, 다시 말해 어떤 정체성이랄까요. 나라고 인식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어제의 나를 까먹으면 오늘의 내가 나인지를 모르는 것이죠. 방이라는 게 어쨌든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여기 나오는 건 집이에요. 안방도 나오고 거실도 나와요. 그걸 하나의 몸이라는 느낌으로 작업을 진행했던 것이고 그 용도에 맞는 방이 또 주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이게 제 방인 건 아니에요. 현재라기보다는 기억을 가지는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문호경: 작가님의 작업에 대해서 프로그램 노트를 써주신 분은 "작가에게 내재된 기억의 파편들"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동의하시나요?

    정희정: 동의하지 않을 건 없을 것 같아요. 풍경이랑 방이 주는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이전에 풍경에 대해서 작업했을 때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업했었는데 그때 하던 느낌과 방을 보여주는 게 느낌이 너무 달랐어요. 저는 작업할 때 느낌이 되게 중요한데, 제가 내내 갇혀있는 느낌이었어요. 갇혀있는 게 집이 주는 느낌 중 하나이기도 해요. 나를 보호해주기도 하면서 가두죠. 그게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정체성에 갇혀있어요. 사실 자기 동일성을 벗어나기가 힘들거든요. 그러면서도 자신을 보호해요. 그래서 집이라는 게 정체성의 이미지와 연결된다고 생각해서 작업했어요. 이 작업이 끝난 건 아니고, 작년에 시작했는데 만지면 만질 수록 나와요.

     

     

     

    문호경: 그렇다면 작가에게 빨간색은 어떤 의미인가요?

    정희정: 나중에는 검은 집이 될 수도, 흰 집이 될 수도 있는데 이건 붉은 집이에요. 붉은 건 저에게 생동이랄까요, 피 같은 느낌이에요. 붉은 것에 제가 자연스럽게 끌리는 것 같아요. 색이 주는 분위기가 저에게는 아주 중요해요. 

     

     

     

    문호경: 아까 처음 질문이 나왔던 질문 중 하나인 왜 전시로 출품했는지에 대해 질문할게요.

    기훈센: 하나의 페인트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전시공간으로서의 공간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세 가지가 관객이 저의 안으로 들어오게끔 하는 장치에요. 그래서 젤리 오브제를 만져달라고 도슨트님께 부탁드렸는데, 제가 느낀 접촉을 관객들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장연호: 제 작업은 암전이 된 영화관 같은 공간에서 보여지면 결이 반짝이는 것을 더 잘 볼 수 있는 좋은 환경이긴 해요. 그런데 제가 원하는 건 스크린과 관객석의 거리가 떨어진 영화관보다는 더 가까이 다가가서 제 표정을 보기도 하고 행동을 자세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영화제보다는 전시로 출품했어요. 그렇지만 설치되었을 때 작품들이 함께 보여질 때에 제 작업이 잘 보여지지 않는 점이 아쉽기는 해요.

    정희정: 저는 이 작업이 전시였으면 좋겠어요. 극장 안에서의 집중도와는 다른 것 같아요. 극장에는 스토리와 스펙터클이 중요하잖아요. 이걸 전시로 하고 싶었던 건 원래 풍경작업을 했었는데 그걸 파노라마로 보여줬었어요. 현재의 두루마리는 저에게 파노라마였고 디지털에 흥미를 느꼈어요. 그래서 작업에 그런 요소가 다 들어가는 것 같아요. 미디어가 계속해서 바뀌어가서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또한 방이라고 하는 것이 주는 느낌이 있어서 그런 사이즈를 원했어요. 그림을 볼 때와 사진을 볼 때, 영상을 볼 때의 감각이 다 달라요. 그런데 파노라마는 볼 때마다 새롭게 발견하는 게 있어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관객1: 모든 걸 그리신 건가요?

    정희정: 모든 시작은 그림으로 하고, 사진을 찍다 보면 사진이 갖는 매력이 있어요. 그걸 이어 붙이고 음악이 들어가면 또 다른 효과가 있죠. 아무튼 이건 다 해보면서 바뀌어 가는 것 같아요. 저는 계속 만지면서 작업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메시지에 대해 물을 때, 저도 찾고 있어서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작업은 끝난 게 아니에요.

     

     

     

    관객2: 이번 작품에서는 좀 더 작가님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고 느꼈어요. 젠더에 대한 것을 많이 느꼈는데 다음 작품에서도 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정희정: 사실 제가 페미니즘에 대해서 공부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제가 여성으로서 살아남은 경험은 유사할 것이에요. 그래서 그런 곳에 관심이 많아요. 한국에서는 여성에게 억압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북한 때문에 우리가 자유로운 국가에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억압이 큰 것 같아요. 젠더라고 생각하고 작업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게 반영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 얼굴을 쓰는 이유는 모델을 섭외하기가 어렵고 쓰기 쉬운 이유가 커요. 지원이 있다면 실제 여관을 섭외해서 관객들이 돌아다니면서 배우를 배치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더 많은 시나리오를 넣고 싶었죠. 사실 쓰기는 자유롭지만 문제는 저이다보니까 너무 저에게 익어있는 거죠.

     

     

     

    관객3: 장작가님께 묻고 싶었던 게 있어요. 작업에서는 본인의 이야기를 하지만 연기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연기자를 쓰지 않고 굳이 본인을 출연시키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장연호: 제가 그 사건 이후로 저 또한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혼자 독일에 살고 있고, 갑자기 죽으면 며칠 동안은 사람들이 나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죠. 그 당시에 나를 위로해 줄 사람은 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퍼포먼스를 보면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작가 개인으로 보면 제가 저를 위로하고 있는 식으로 해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저를 썼어요.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세월호 이후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은 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건 많았지만 그 희생자나 유가족들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건 없고, 유가족들이 투쟁하는 장면을 너무 많이 봤었어요. 직접 시위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그 상황에는 도움을 줄 수 없으니까 제 나름의 방식으로 애도하고 싶어서 만든 작업이기도 하거든요. 그 마지막 순간에 제가 만약 그 배 안에 있었다면, 그리고 그 유가족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작업했어요. 팽목항에서 오열하는 어머님들이 구해내지 못한 아이의 시신을 보았을 때 아이가 잘 잠들 수 있도록 이불을 덮어주고 두드려주고 싶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걸 하지 못하니까 제가 상상해서 표현했던 것 같아요.

     

     

     

    관객4: 장연호 작가님 엄마입니다. 저는 딸의 작업을 처음 보고 굉장히 많이 울었어요. 세월호를 생각하면 5분을 생각을 못해요. 제 아이들을 생각하면 너무 괴로워요. 이 작품을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해서 작품을 내면 어떻겠니"라는 권유를 했었어요. 그들이 보고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고 딸의 내재된 마음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문호경: 자원활동가 분들에게 받은 질문 중에서 기훈센 작가님께 질문이 있어요. 화면에서 어떤 부분은 특별히 확대되는 부분도 있고 파편적인 부분도 있는데 큰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입니다.

    기훈센: 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분적인 건 그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졌을 때의 감정을 나타내고 싶었어요. 멀리서 본 건 CCTV라는 기계가 보는 시선이 반영된 것이죠. 그래서 다양한 시선을 담고 있었습니다.

     

     

     

    관객5: 저는 사실 시간을 갖고 보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젤리는 만지고 싶지 않았거든요. 선지덩어리가 떠올랐어요. 그런데 얘기를 듣다 보니 제가 느낀 것을 다른 타국에서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왜 작가들이 계속 자신을 드러내려고 할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정말 나르시즘의 시대인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슬프기도 해요. 얼마나 이해가 안되면 계속해서 소통을 원할까라는 생각을 해요.

     

     

     

    문호경: 마무리를 해볼까 하는데요, 세 작가님들의 작품 뿐 아니라 약물 도핑을 다룬 <거북이 수프>라는 작업도 있고, <스윗앤스윗>이라는 아동노동착취를 주제로 한 작품이 있어요. 모든 작품에 관심 가져주시길 바라요. 저는 이번 네마프의 전시작들이 아주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영화 장르로 이야기를 하자면 스릴러, 멜로, 코미디까지 있는 거죠. 제가 심사위원으로서 뽐내고 싶던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기록 | 김혜림 루키

    사진 | 김지원 루키

     

     

     

  • [2017] [TALK] 매칭토크: 글로컬구애전X 1부
    NeMaf 조회수:4233 추천수:4
    2017-08-25

     

    8월 20일 일요일 오후 3시,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글로컬구애전X 매칭토크’가 진행되었다. ‘글로컬구애전X 매칭토크’는 전문가와 전시참여작가들을 매칭하여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전시연계행사이다. 1부는 1층 전시작가인 백기은, 윤지운, 엄지은, 설수안, 홍민기, 차지량 총 6인이 참여하였고 2부에서는 지하 전시작가들인 정희정, 장연호, 김기훈 총 3인이 참여하였다. 사회에는 예선구애위원이자 독립큐레이터인 문호경이 자리했다.

     

     

     

     

    문호경: 오신분들께 감사드리구요, 날씨가 좋지 않아서 걱정했지만 비가 잦아들어서 소통하기에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우선 오늘 토크에 참여하시는 작가님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하늘에 딩동댕동 손가락비행체들>을 출품해주신 백기은 작가님, <헤노코>를 출품하신 윤지운 작가님, <마구리쌓기: 사랑을 나눕시다>를 출품하신 엄지은 작가님, <공부 차>를 출품하신 설수안 작가님, <NPC 튜토리얼>을 출품하신 홍민기 작가님, 그리고 <한국난민캠프: 불완전한 시공으로 사라진 개인>을 출품하신 차지량 작가님이 자리해주셨습니다. 먼저 소개해드린 여섯 분의 작가님들과 함께 1부를 진행할 예정이고, 휴식을 갖고 지하로 이동해서 2부 토크를 마저 진행을 할 것입니다. 지하에서 전시를 진행하시는 작가님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Die letzte Nacht: 마지막 밤>을 출품하신 장연호 작가님, <붉은 방>을 출품하신 정희정 작가님, 그리고 <숨바꼭질: 접촉>을 출품하신 김기훈 작가님이 자리해주셨습니다. 우선 공통적으로 작품 제작 동기나 배경에 대해서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백기은: 드로잉을 위주로 작업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각 그림마다 이야기가 있는데 이야기를 엮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그래서 각각이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야기들을 엮어서 큰 주제로 묶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고민하다가 짧은 이야기처럼 만들었는데 이야기들이 다 하나의 방향으로 흘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어떤 방식이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9개의 이야기로 구성해서 맨 마지막의 이야기를 새로운 세계로 설정하는 방향이었는데 그 새로운 세계가 제 자신에게도 작업의 미래나 삶의 미래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맥락에서 이야기를 연결해서 만들었죠. 드로잉에서 나온 캐릭터들을 연결하고 보기 편하게 동화스타일로 짧은 텍스트를 위주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윤지운: 작가라면 작가로서 사회의 문제나 개인의 경험이 만나는 지점을 항상 탐구해왔어요. 그 지점에 있어서 개인의 정체성과 확장시켜 국가의 정체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저 작품을 하게 될 즈음 미국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그때 미국에서 미국과 한국의 경계를 생각하면서 미군의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간단하게 얘기를 하자면 그런 관심사에서 출발해서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엄지은: 영상에 나오는 친구들의 집에 자주 놀러갔었는데, 거기에 가려면 철도 건널목을 꼭 건너야 했어요. 친구들과 가던 백반집에서 평소처럼 밥을 먹고 있다가 전날 밤에 어떤 여자분이 그 철도 건널목에서 자살 시도를 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그런 일이 밤에 많이 일어났는데 저는 잘 몰랐었죠. 그 이야기를 자세히 찾아보니 철도회사와 동대문구가 그 건널목 때문에 갈등 중이었어요. 원래 없어져야 하는 건널목인데 못 없애니 역을 위로 만들고 지하도를 뚫는 상황이 생겼던 거에요. 저는 그 옆에 바로 옆에 집을 나누어쓰던 친구들의 이야기가 엮어지는 것 같아서 그걸 연결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설수안: 저는 저 찻집을 친구가 저기에 대한 무언가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리서치를 하면서 시작되었어요. 저 곳이 서양인의 눈에는 오리엔탈리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고, 그래서 특이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촬영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수다나 말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하지만 처음에 구상한 것처럼 저 찻집에 다양한 사람이 오가는 게 아니라 특정한 부류의 사람이 오고 특정한 분야의 말이 오가고, 어떤 조건이 갖춰진 사람만이 나눌 수 있는 문화라는 걸 알았죠. 그 속의 배타의식과 그것을 비판하지만 그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다른 사람의 욕망이 섞인 복잡한 공간이기 때문에 그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홍민기: 제가 이 작업을 시작한 게 2016년이었는데 그때가 사회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양극화가 고조되던 시점이었어요. 그래서 그것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나아가서 제가 사회적인 것에 관심이 많아서 그것을 작업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생각이 있는데, 그럴 때 언론이나 매체와 다르게 작업으로 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딜레이가 있어서 그것에 접근할 방법을 찾다가 이 작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차지량: 2012년 12월 20일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될 때 한국을 떠난 적이 있었어요. 나라가 살기 힘들 것 같았어요. 그런데 실제로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나라 시스템에서 법적인 편법을 이용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었어요. 실제로 그런 편법들이 많이 존재하더라구요. 그때 지내면서 한국의 상황이 무너져가는 걸 보게 되었고 작업을 하고싶다고 느꼈던 게 한국의 그 당시 국민들을 미래로 몰입해서 난민으로 책정하는 것을 고민했었고 지금의 전시는 그 시리즈의 마지막 정리의 느낌입니다. 총 에피소드가 5년에 걸쳐서 3가지가 진행되었어요. 첫번째가 2014년 3월에 서울 광장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난민으로 등록하는 과정이 있었고 10월에는 신청한 사람들이 국가의 경계를 벗어나는 시도를 하는 방식을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그러한 미래의 경험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현재의 시스템과 구성될 수 있는가를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문호경: 제가 관객으로서 궁금했던 질문을 조금 하고, 자원활동가 분들이 궁금한 질문을 받아봤습니다. 그와 함께 관객 분들이 보시면서 궁금했던 질문도 작가님들에게 함께 여쭙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엄지은 작가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작품의 제목이 ‘마구리 쌓기’인데요, 마구리라는 단어가 흔히 쓰는 용어는 아니에요. 그래서 작업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이 많이 생기는데 설명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엄지은: 저는 기본적으로 도시가 어떻게 설계되고, 이미 정해진 구조라기보다는 개인이 살면서 발견하는 시스템이라든가, 집에 있는 조그만 규칙이라든가 주관적인 규칙을 발견하는 작업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마구리 쌓기라는 벽돌 쌓기를 알게 되었어요. 한국의 다세대 주택을 보면 빨간 벽돌이 많은데 벽돌이 긴 쪽으로 쌓여 있더라구요. 가장 벽돌을 적게 쓰기 위한 구조입니다. 그걸 반대로 머리만 보이게 쌓은 작업이 마구리 쌓기라는 방법이에요. 그 외에는 잘 발견이 안됩니다. 효율성에 어긋나기 때문에요. 저는 그렇게 머리들만 보이는 벽돌들이 개인들이 살아가면서 도시에서 한 개씩 발견해서 자신의 이야기나 가치관이 되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했어요. 비유적으로 지은 제목이죠. 그런 면에서 저도 이 이야기를 항상 지나다니던 곳에서 발견해서 연결해서 하나의 담을 쌓듯이 했던 작업이고 형식적으로도 발견했던 텍스트들이 쌓이면서 이야기의 힌트를 찾아서 추적하는 형식을 취했던 것 같아요. 그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엮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분배의 문제에 대해서 ‘나누다’라는 다의적인 말을 차용했어요. 사람들이 ‘사랑을 나누자’고하는 데 내가 살기도 힘든데 어떻게 사랑을 나눌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랑을 나누자는 슬로건으로 묶어보자고 생각해서 작업의 제목을 정했습니다.

     

     

     

    문호경: 실제로 작업을 보면 의도라기보다는 날것의 이미지를 채집해서 그것들을 작업으로 엮었다는 느낌이 많이 들거든요. 설명을 듣고 나니 확실히 이해가 더 잘 되는 것 같고요. 또 궁금한 게 건널목은 사실 굉장히 공적인 공간이고 친구의 자취방은 또 사적인 공간이라 이미지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요. 그러한 다른 공간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유도 듣고 싶어요.

    엄지은: 저는 살면서 이사를 가거나 행정적인 것을 맞닥뜨릴 때 말고는 도시의 것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어요. 계단이 있으면 올라가고 지하철이 있으면 타고, 몸에 익은 습관대로 움직여왔었는데 그러한 주관적인 사소한 감각들이 공적인 공간에 갔을 때도 여전히 작동하는 걸 볼 때 이입이 되었어요. 자살시도를 한 여자에게 이입이 될 때. 공적인 일인데 이입이 될 때가 있잖아요. 그런 지점을 찾아서 연결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개인에서 출발해서 시스템이 만들어 진 것 같기도 하고 그 속에서 여전히 개인의 흔적이나 가치관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문호경: 다음으로 홍민기 작가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이 작품 제목이 <NPC 튜토리얼>인데 NPC는 Non-Party-Tutorial이라고 해서 작가가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는데 가장 중립적인 태도로 모든 사람들의 주장을 경청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작품 제목으로 드러나고 있는데요. 사실 이게 작품으로 보여지는 시간도 굉장히 길고, 그 이야기는 인터뷰가 엄청 길었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저도 개인 리서치를 위해서 인터뷰를 많이 한 편인데 작가님도 이번 작업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홍민기: 일단 정정하고 싶은 걸 말씀드리자면 일단 저는 ‘Non Party Cheerleaders’라는 단체를 구성해서 작년부터 활동했었어요. 그래서 온라인 상의 유튜브 채널로 모든 자료가 게시되어 있어요. 먼저 말씀드린 것처럼 사회적인 것을 표현할 때의 딜레이들을 어떤 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에서 나온 결과물로서 온라인 창구를 이용해서 그러한 자료를 즉각적으로 볼 수 있도록 업로드가 되어있는 상태에요.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원하시는 부분을 비춰주는 식으로 현장성을 가시화하려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거기에서 응원단장이었죠. 그리고 원래 NPC는 게임 용어에요. Non Play Character라고 해서 게임 안에서 상점 주인 같은 역할이다. 아이템을 팔고 사거나 퀘스트를 받는 거죠. 사실 엔피씨는 목적이 단순해요. 계속해서 자신의 역할을 반복수행하는 캐릭터이고, 누군가 조종하는 게 아니라 프로그래밍된 대로 행동을 하는 거죠. 중의적인 의미로 그 제목을 선택했던 것이죠. 그리고 중립이라는 표현은 사용한 적이 없어요. 그렇게 보여질 가능성은 있지만 애초에 응원 단장으로서 활동할 때도 중립을 표방한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특정한 지지를 하는 게 아니라 의견을 듣고 싶어서 요청을 드렸고, 그것의 역할이 중립처럼 양립화된 개념이 아니라 제3의 영역의 존재가능성을 고민하면서 생긴 것 같아요. 이슈에 대해서 의견을 정하지 않더라도 편향된 정보를 얻고 싶지 않을 때의 방법을 고민했었어요. 그런 면에 있어서 대안매체로서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제3의 영역이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면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저울질이라는 개념보다는 다른 영역으로서 존재할 것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질문 내용으로 다시 돌아오자면 제가 아무리 NPC같은, 기계적인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저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 인터뷰를 할 때 솔직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 있어서 그 부분은 잘못된 정보라는 걸 지적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불편한 부분이 있어도 저는 계속 역할 수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를 인지하고, 많은 의견을 끄집어내는 것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나아가서 현실적으로 아무래도 현장을 직접 나가다 보니까 기자 분들이 많이 경험하는 문제일 텐데 날씨나 조건의 문제가 많았어요. 여름에는 더워서 거절 당한 경우도 너무 많았어요. 겨울에는 추워서 인터뷰가 안되고, 그런 현실적인 분의 한계가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문호경: 이 문제들을 보면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문제가 많아요. 실제로 이 인터뷰 영상과 함께 굉장히 시각적으로 쨍한 열대 나무가 섞여있는 것 같은데요. 이와 함께 설치를 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홍민기: 저는 일단 예쁘게 보이고 싶었어요. 멀리서 봐도 눈에 띄고, 이 작업을 기억할 때 초록색, 형광색으로 기억하시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제가 응원단장을 나갔던 각각의 스테이지라고 부르는 현장을 보면 광화문 광장뿐 아니라 노량진 수산시장이거나 용산의 경마장 이슈가 있어요. 그 근처에 102m에 학교가 있는데 그 주위에는 유해시설이 들어올 수 없어요. 그래서 그 경마장을 없애자는 주민들의 시위가 꽤나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거든요. 오랫동안 진행되지만 이슈화 되지 않는 일들에 대해서도 응원을 갔었어요. 저는 조명되지 않는 지점에 대해서 가시화하고 싶은 의도였죠. 그래서 눈에 띄는 색을 선택했어요. 또 여름에 했던 인터뷰는 부채질을 하면서 인터뷰를 했었어요. 야외에서 시위를 하는 경우가 있으니 부채를 나눠드리면서 인터뷰를 요청했고, 부채질을 해드렸죠. 그 부채들이 각각의 현장에서 사용한 것도 있고 앞으로 사용할 부채도 꽂혀있는 것이죠.

     

     

     

    문호경: 윤지운 작가님께 질문 드리겠는데요. 아까 작품 제작 동기에 대해서 설명하시면서 잠깐 설명해주셨는데 오키나와라는 공간이 역사적으로 복잡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잖아요. 일본 전체 면적에 비하면 아주 작은데도 불구하고 주일미군기지 시설의 75%가 오키나와에 있다고 합니다. 또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키나와 지역에 일본군이 편성되면서 오키나와 전체에 위안소가 설치되었고, 그 중 일부는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로만 구성되었죠. 오키나와는 일본 자체의 역사에서 봤을 때도 아픈 역사가 쌓인 곳이면서도 우리와도 뗄 수 없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오키나와 지역에 특별히 시위 현장을 작품에 담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윤지운: 관객 분들이 작업을 봤을 때 원래 이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찾아갔다고 생각하시는데 우연히 시위 현장에 가게 되었어요. 오키나와에 가게 되었던 건 미군기지 자체보다는 부대찌개 배경 때문이었어요. 한국에 부대찌개가 있는 것만큼 외국에도 미군기지로 인해 만들어진 음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리서치를 했는데 은근히 많더라구요. 태국과 필리핀, 하와이 일본에 있었어요. 오키나와에 가게 된 이유는 오키나와 타코라이스라는 음식이 있어서 그걸 취재하려고 간 것인데 우연히 그 시위 현장을 발견해서 같이 머물면서 영상을 촬영하게 되었어요.

     

     

     

    문호경: 시위현장을 기록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작업 하시면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윤지운: 준비가 안된 상태로 가서 통역도 없었고 여건이 제한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프 사람들이 협조적이어서 촬영할 수 있었죠. 사실 통역이 바로 안되어서 당시에는 무슨 상황인지 잘 몰랐어요. 와서 번역하면서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게 되었고 감정이 공감되기도 했어요.

     

     

     

    문호경: 시위에 활용되는 특별한 노래가 있었다고 해요.

    윤지운: 제가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게 ‘we shall overcome’이라는 노래에요. 원래는 흑인 인권운동 노래였는데 일본으로 와서 미군기지를 반대하는 노래로 불린다는 게 아이러니했어요.

     

     

     

    문호경: 다음은 설수안 작가님께 질문 드릴게요. 사실 <공부 차>는 다큐이기도 하지만 코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기도 해요. 감독과 촬영감독의 내레이션이 화면에 비춰지기도 하고 찻집 속에서 차를 음미하는 손님들의 내레이션이 화면에 겹쳐지기도 해요. 저는 보면서 굉장히 연극적인 느낌도 받았어요. 이 작업을 하시면서 혹시 찻집 주인이나 차를 즐기러 오시는 손님들에게 어떤 디렉팅을 하신 게 있으신지 궁금해요.

    설수안: 전혀 디렉팅을 하지 않았고요. 말씀을 듣고 보니 연극적인 게 들어간 것 같기는 해요. 제가 사용한 저 장면은 저분이 자발적으로 최고급의 차를 골라서 격식을 갖춰서 음미하는 것을 그걸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하신 거에요. 그래서 연극적인 부분이 보인 것 같아요. 제가 나타내고 싶었던 것 중에 저게 꼭 촬영을 위한 디렉팅이 아니라도 저 상황 자체가 연극적인 요소가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하나의 무대처럼 보여주고, 소품을 갖춰야 하는, 그래서 저 자체가 연극의 장소인 것 같아요. 그 문화 자체가 발현된 것 같기도 하네요.

     

     

     

    문호경: 작품을 보면 촬영감독님과 두 분이서 나누는 대화가 굉장히 액티브해요. 그래서 저는 두 분이 겹치는 대화만으로 유/추를 해본 것인데, 두 분이 첨예하게 부딪히신 부분도 적지 않게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어떻게 넘으셨는지 궁금해요.

    설수안: 넘지 못했어요. 그래서 혼자 작업을 했죠. 굉장히 오래된 친구인데도 불구하고 작업을 하다 보니 이 친구가 나를 보는 시선에도 오리엔탈리즘적인 시선이 있었다는 걸 새롭게 발견했죠. 그런 걸 나타내고 싶었기도 해요. 그리고 저것보다 더 격하게 대립한 대화가 어느 날 푸티지를 보면서 싸운 적이 있는데 격하게 싸우다 보니 레코딩이 끊어졌었어요. 그래서 안 들어간 상태에요. 그런 간극이 있는데 그걸 꼭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찻집에서도 다른 분위기가 공존하듯이 그냥 그렇게 흘러 가는 것 같아요.

     

     

     

    문호경: 다음 백기은 작가님께 물어보자면 이전 인터뷰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영상작업을 하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번에 영상작업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욕구가 해소가 되었는지를 여쭙고 싶어요.

    백기은: 아니요. 저걸 끝내고 새로운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얀 슈반크마예르의 작업도 보고 스탑모션의 방법이나 이야기를 푸는 형식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 다음 작업을 위한 드로잉을 계속 그려가고 있어요.

     

     

     

    문호경: 이번 작업에서 중요한 게 피아노 연주인 것 같아요. 궁금한 건 영상작업을 보시면서 피아노를 즉흥 연주로 하신 건지 궁금해요.

    백기은: 거의 저 작업에 드로잉부터 시작해서 다 작업했는데 피아노가 아니라 어플이에요. 어플로 작업하고 녹음하고 핸드폰으로 찍은 영상을 조합해서 진행했어요.

     

     

     

    문호경: 차지량 작가님에게 질문 드릴게요. 작업을 보면서 작가님의 세계관이나 미래에 대해 생각하시는 게 가장 궁금했어요. 미래에 대한 세계관이 궁금해요.

    차지량: 미래 자체에 대한 세계관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그에 대한 소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문호경: 2014년에 처음 작업을 시작하셨는데 지금은 2017년이에요. 만약 2017년에 작업을 시작한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으세요?

    차지량: 천천히 생각하고 싶은데요. 2014년에 시작한 프로젝트에서 보여주는 현장은 2015년 4월 17일인데 그때 작업을 같이 나눴던 친구가 25분동안 미래의 난민에 대한 체념사가 등장해요. 그 당시 체념한 사람들에 의해 쓰여진 텍스트가 주를 이뤄요. 그들이 생각한 미래가 지금과 얼마나 다른지는 여기 있으신 분들의 감정상태와 비슷할 것 같아요. 실제로도 불확실한 분위기를 띄고 있는데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계속되는가를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업한 것이에요. 이 작업에 등장하는 사이트에 들어가보시면 가상의 2년 후 이야기가 있으니 시간 되시면 보시면 이해가 쉬우실 것 같습니다.

     

     

     

    관객1: 모두에게 궁금한 점이에요. 네마프가 워낙 작품이 많으니 몰입해서 본 것도 많고 재미있게 본 것도 많지만 제가 궁금한 건 왜 이걸 전시공간으로 끌고 올 생각을 하셨는지에요. 전시장으로 끌고 나왔을 때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가 듣고 싶네요.

    홍민기: 저는 이게 게임의 형식을 띄고 있어요. 제목도 그렇고요. 튜토리얼이라는 게 게임이나 사용법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게임인데 그 게임을 어떻게 사용하거나 경험할 것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작업이에요. 제가 굳이 전시의 형태를 들고나온 이유는 제가 이걸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자리를 게임을 홍보하는 프로모션 자리라고 상상했던 것 같아요. 벽에 스크리닝이 되는 게 아니라 이게 게임이고, 그 게임이라는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하기 위해서 조형물처럼, 프로모션을 꾸미는 구조물처럼 생각을 했었죠. 게임이라는 정체성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전시장 형태를 사용하게 되었어요.

     

    차지량: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예전에 동일한 곳에서 공연을 한번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장소성 자체를 드러내는 방식이 필요했어요. 저는 네마프에서 꽤 오랫동안 상영에서 했던 작가인데 전시를 기피한 이유는 포지션이 안좋거나 지원이 없는 이유가 컸죠. 하지만 이 작업은 시야 자체가 넓게 보는 형태여서 캠프장으로서 존재할 형태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서 전시로 진행했어요.

     

    엄지은: 저는 극장과 전시장의 영상작업을 봤을 때의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내러티브의 감각이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전시장에 프로젝션되는 작업을 구상했었어요. 전시장 같은 경우에는 나갈 수도 있고 돌아다닐 수도 있어서 몸에 익히면서 몰입할 수 있는 감각이 짧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짧은 순간들이 겹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과 전시장이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애초에 그렇게 설계를 했었죠. 영화관처럼 한 자리에 앉아서 몰입해서 그 이야기를 완전히 따라가며 볼 필요가 없어요. 텍스트도 형식이 계속 달라져서 어떤 곳에서 시작해도 다시 이어나갈 수 있거든요. 제가 작업한 방식도 순차적으로 하고 전체적으로 구조를 짠 게 아니라 장면장면을 만들고 짜집기를 한 거라서 영화의 방식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설수안: 내러티브 이야기 뒤에 덧붙이자면 제 건 아마도 영화에 가장 가까운 작업인 것 같아요. 저걸 처음 촬영할 때 저 친구가 말하는 감각적인 아름다움에 집중했었는데 그걸 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그에 부여된 다른 의미들을 드러내는 방식을 구상했었어요. 또한 보는 사람이 스스로 여러 채널을 섞어서 생각하도록 구상했기 때문에 전시로 놓았죠. 전시에 놓으니 내러티브가 있어보이는데 또 영화관에서 보는 걸 상상해보면 내러티브가 파편적이고 시각적으로도 아름답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게 어디쯤일까 고민해봤지만 여러 이유로 전시를 선택했어요. 전시는 보는 위치나 보는 자세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저 분위기를 더 느낄 수 있겠죠.

     

     

     

    관객1: 채널을 섞으니 아쉬운 점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설수안: 아쉬운 부분은 아무래도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점 같아요. 세 소스에서 흘러나온다는 걸 인지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그게 장점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너무 나누어져 있는 게 그 의도를 도식화해서 보여주는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스스로 혼합해서 보는 것보다는 각 채널의 관점을 나눠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윤지운: 상영관의 상영은 일회성에 귀속된다고 봐요. 제 영화에서는 주요 소재가 시위현장이다 보니까 시위 현장이 가지는 지루하면서도 끝나지 않는 그런 감각을 고려했을 때 전시장이 맞다고 생각했었죠. 관객들이 또한 자신의 경험과 전시를 혼합하고, 흥미가 없다면 전시장을 떠나는 자율성을 부여하기에는 전시장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관객1: 두 채널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있나요?

    윤지운: 싱글채널로 하면 굉장히 그 사건이 집중이 되는데 투채널로 하면 그 둘이 루즈한 연결관계를 가지면서 더 다층적인 의미가 형성되더라구요. 싱글은 의도한 것만 드러나는데 투채널은 자율성이 드러나는 게 있어서 투채널로 고안했어요.

    저는 애초의 소스 자체도 손가락, 움직임, 느끼는 감각과 같이 사소한 것이었어요. 그것들이 재조합되면서 캐릭터가 되거나 공간을 조합하거나 몸을 만들어가는 수많은 가능성들이 오브제였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설치와 같이 가는 게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관객2: 홍민기 작가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겨울에 온도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곳에서는 부채를 나눠주는데 바람을 나눠준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 것들이 인상깊었고 반대로 작가님이 받은 게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홍민기: 제가 흥미로웠던 경험 중 하나가 광화문 현장을 응원하러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쓰레기통을 등에 매고 이동식 쓰레기통이 되어서 쓰레기를 모았죠. 두 가지 장소를 함께 갔었는데 서울역의 박근혜 대통령 하야 반대 집회와 광화문의 하야 집회였어요. 흥미로웠던 건 서울역과 광화문 모두에서 저에게 선물도 주시고 수고한다고 말씀해주셨다. 흔히들 그 현장이 대립하고 반대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공간에서 동일한 경험을 한 게 흥미로웠어요.

     

     

     

    관객3: 오키나와 타코라이스가 어떤 음식인지 궁금해요.

    윤지운: 타코가 원래 또띠아 위에 고기와 채소를 올려서 먹는 멕시칸 음식인데 미국에서 대중적인기를 끓었고, 그게 일본으로 전파된 것이에요. 오키나와 타코라이스는 거기에서 또띠아가 라이스로 바뀐 거에요. 아주 맛있습니다.

    문호경: 루키분들이 질문 주신 것 중에 백기은 작가님께 질문이 있었는데 드로잉의 형태를 어떻게 구상하셨는지 궁금했어요.

    백기은: 끝으로 갈수록 조직들이 재조합 되는 것들을 많이 보여주고자 했었어요. 기본은 손가락 마디에서 시작했어요. 스스로 움직이는 상태가 되려고 하면 프로펠러 날개처럼 묶여진 모양이에요. 그게 회전을 하게 되면 날게 되잖아요. 그렇게 해서 조합된 것 같아요. 단순하지만 놓는 방식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죠. 그게 길게 이어지다가 몸들이 분리되고 다시 만들어지는 게 즐거웠죠.

     

     

     

    기록 | 김혜림 루키

    사진 | 김지원 루키

     

     

     

  • [2017] [TALK] 말, 분리, 표류의 가능성 토크
    NeMaf 조회수:3360 추천수:5
    2017-08-25

     

    8월 24일 오후 4시, 인디스페이스에서 이번 주제전에 대한 토크가 진행되었다. 설경숙 프로그래머는 이번 주제전인 ‘말, 분리, 표류의 가능성’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세 작가와 변성찬 영화평론가와 함께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토크에는 <개의 역사>를 작업한 김보람 작가와 <언랭귀지드 서울>을 작업한 서울익스프레스의 홍민기, 전유진 작가가 참여하였다.

     

     

     

    설경숙: ‘말, 분리, 표류의 가능성’은 통합과 비판에 대한 작업이 계속해서 언어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착안했습니다. 우리는 익숙해진 언어의 코드를 쓰면서 분리와 차별의 코드에 익숙해져 있죠. 그래서 우리가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며, 이로서 의미를 형성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담은 작업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개의 역사>는 한국구애전에 속한 장편이고, <언랭귀지드 서울>은 주제전에 속한 단편작업입니다. 이 두 작업은 사뭇 달라보이지만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이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완성되고 확장되는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변성찬: 사실 영화에서 말과 언어가 아주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비평이나 이론에서는 덜 다루어진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문제를 떼어놓으면 계속해서 다른 문제와 함께 그 문제를 이야기하게 되더라구요. 이번 섹션을 보면서 의식적으로 언어적인 요소만 생각하려 하니 진전이 잘 안되고 어려웠습니다.

     

     

     

    설경숙: 우선 작가님들이 어떤 생각에서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전유진: 저희 작품 자체는 전시와 공연이 결합된 형태입니다. 저희 기획 전체는 서울에 와보지 않은 해외 아티스트 3명과 함께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서울에 대해 비언어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총 다섯 작품이 이 프로젝트 안에 속해있죠. <언랭귀지드 서울>은 이러한 가능성의 실험에 대한 과정을 풀어낸 작업입니다.

     

    김보람: <개의 역사>라는 작품은 제가 살았던 서울 후암동에서 발견한 개와 그 개를 보면서 했던 생각을 풀어낸 작업입니다. 저는 일상이 잘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하게 느낀 시기를 겪었습니다. 그때 동네의 백구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죠. 저의 감정의 근원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 <개의 역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 감정이 어떤 한 가지 큰 일로부터 온 게 아니라 공기 중에 떠도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의 사소한 풍경과 존재를 통해 이야기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설경숙: 언어 자체에 대한 탐구는 이전에도 있어왔어요. 그런데 지금, 여기에서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홍민기: 서울은 도시에요. 도시라는 건 참 특이한 것 같은데 우리는 가보지 않은 도시라도 그 도시에 대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죠.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는 어떤 도시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어요. 우리가 아는 서울과 서울에 사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더욱 광범위하게 이 도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언어와도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변성찬: 그런 점에서 질문을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언랭귀지드 서울>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서울이라는 공간과 그 기표가 갖는 이미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개의 역사>는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서울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굉장히 성격이 다른 두 작품이지만 공통적으로 서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언랭귀지드 서울>을 볼 때, 이 작품에서 서울이 어디 있는지에 대해 묻고 싶고, 그를 전달하기 위해서 이러한 작업 방식을 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홍민기: 저희의 작업은 외국작가들과 언어적인 것을 최소화하고 소통한 결과물이에요. 모두 서울에 대한 인상이 있는데, 그 세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죠. 그러한 세계에 대한 설명은 구체적인 이미지나 언어를 통해서 획득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조각조각 흩어진 단어와 파편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넘쳐납니다. 이에 대한 해석은 관객 나름인 것 같아요.

     

     

     

    변성찬: <개의 역사>는 비전형적이고 비관습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취합니다. 개나 할머니,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느슨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고, 어떠한 연결은 급작스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교방문 에피소드나 친구의 이야기가 왜 들어갔는지는 궁금해요.

    김보람: 작업 과정에서 몇 가지 변화가 있었어요. 백구의 이야기만으로는 제가 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모두 전달되지 못한다는 깨달음으로 작업을 몇 달 동안 진행하지 못한 시기가 있었죠.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나는 개라는 소재를 썼을 때 사람들이 기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담지 못했다는 어려움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촬영 도중 갑작스러운 백구의 죽음이었어요. 제가 소외되거나 관심이 없는 식으로 접근했던 대상이 사라졌을 때, 그 부재로 인해서 오히려 백구가 그저 백구로서 존재했던 시간이 확 다가온 순간이 있었죠. 백구가 죽기 전과 죽고 난 후에는 작업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큰 변화가 있었어요. 다른 대상을 찍은 것들은 사실 <개의 역사>에 넣으려고 찍은 건 아니었는데 그러한 전혀 다른 이야기도 백구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었어요. 그래서 제 마음가짐이 같다면 뭘 찍어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친구나 모교 방문 에피소드를 넣은 건 제 배경이 설명되지 않고서는 이야기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때 제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할까를 생각했는데 제가 주인공이 된다거나, 나와서 어떤 행동을 한다는 건 영화와 잘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도 제가 찍은 사람들처럼 스쳐 지나가는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저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들만 넣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변성찬: 이 영화의 궁극적인 화자, 즉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은 간접적으로만 듣게 되어있어요. 자기 발언이나 노출은 최소화 되어있죠. 그래서 저는 내레이션이 절대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끝나갈 무렵에 등장해요. 왜 내레이션을 넣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람: 영화 전체가 저의 돌려 말하는 화법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일상에서는 불편함을 못 느꼈는데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전달이 안된다는 고민이 많았죠. 이런 애매한 이야기를 애매하게 전달하면 누가 이해해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스스로에게 많이 들었어요. 마지막 내레이션은 충동적으로 만든 부분이었는데 하고싶었던 말을 다 해보자고 생각해서 일기를 긁어와서 낭독하듯 읽었어요. 그리고 그에 맞는 화면을 찾아서 붙였죠. 중복될 수 있다고도 생각했지만 중복이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넣게 되었습니다.

     

     

     

    설경숙: <언랭귀지드 서울>은 성가풍의 노래를 아이들이 부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러한 목소리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전유진: 음악은 시각적인 것의 뒤에 오는, 두번째 감각으로 다뤄졌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울익스프레서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음악을 앞으로 끌어오자는 측면이 있어요. 청각적인 것은 텍스트나 이미지에 비해서 정보전달이나 지식전달력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그것이 가지는 직관적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성가는 아주 심플한 형식의 음악이에요. 이러한 미니멀함이 줄 수 있는 청각적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게 실제적으로 분산적인 형태의 가사와 맞물렸을 때의 괴리감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어린이의 목소리도 꾸밈이 없고 원초적이라는 점 때문에 가져왔어요. 저희는 작가의 의도, 즉 무언가에도 다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최소화하고 싶었어요. 그런 의도가 없다는 걸 역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영상도 절제되어 있고 군더더기가 없죠. 그런 방식이 줄 수 있는 직관적 감정이 더 강한 힘을 가진다고 생각했어요.

     

     

     

    변성찬: 그러한 미니멀함을 교란시키는 것이 아날로그 티비에 등장하는 테스트들이에요. 어떨 때는 가사와 상응하기도, 또 충돌하기도 하죠. 그러한 언어가 청각적 목소리의 흐름과의 관계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홍민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루투갈어를 모르지만 포루투갈 음악을 듣거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하거나 이미지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최소한의 이미지나 정보라도 제공하죠. 그게 최초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지만요. 그래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의미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조각난 언어와 단어를 가지고 서울이든 뭐든 감정적 교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입장에서 텍스트는 무언가를 하나 사람들에게 던져주었을 때 의미화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서 사용했습니다. 방해요소가 될 수도, 생각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죠. 재료를 하나 더 준 것입니다.

     

    전유진: 저희가 ‘비언어’라는 단어로 작업을 설명했지만 사실 이에 대해서 정확한 정의를 내려야 했어요. 저희는 우리가 아는 언어의 형태, 즉 완벽한 구조의 언어가 아니라 이처럼 분산되어 있고, 떨어져 있는 것도 언어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이 가지는 소통의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죠. 아날로그 티비로 한 작업은 같은 가사임에도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텍스트를 쓰지만 굉장히 언어적이지 않은 파편적 형태로 보여주죠. 그 방식이 보여주는 이미지적인 언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홍민기: 제가 <개의 역사>를 본 후기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요. 인간은 사실 백구의 생각에 대해서 완벽히 알 수 없잖아요. 주변인들이 백구를 보는 시선도 결국 인간의 시선입니다. 결국은 무의미하죠. 하지만 이러한 무의미가 백구와 다른 인간의 삶에 비춰지면서 관계성을 맺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이야기와 세계를 설명하는 것에 있어서 저희의 작업과 유사하다고 생각했어요.

    변성찬: 제목을 바꾸라는 이야기는 없었나요? 제목은 애초에 첫번째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잡았던 것인데.

    김보람: 제목은 시작하는 순간부터 제 마음 속에서는 바뀌지 않았어요. 개가 백구를 지칭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저이기도 하고, 제가 만난 사람들이자 비둘기일 수도 있죠. 백구는 백구의 삶이 있었고 저도 제 삶이 있는데 그걸 백구에게 완전히 투영하려는 건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패한 지점이죠. 그 이후에도 그런 순간들을 경험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말하고 싶었던 지점에 대해서는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를 중심으로 영상들을 모았습니다.

     

     

     

    설경숙: 내레이션을 넣으시면서 다른 작품을 참고했다면 무엇이고, 그와 비교를 한다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김보람: 사실 참고한 영화는 많았는데 그걸 특별히 화자, 감독에 초점 맞춰서 보지는 않았어요. 무책임한 말일 수는 있지만 그러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 캐릭터를 설정하고 현장에 간 건 아니고 사람들의 질문과 함께 인터뷰가 시작되는 방식을 택했죠. 참고한 영화는 세 가지 다큐멘터리인데 <시 읽는 시간>, <아들의 시간>, <의사가 되는 법>이에요. 이 작품들과 <개의 역사>를 비교해보면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이 다들 있었던 것 같아요. <시 읽는 시간>이 말하고자 한 주제와 제 주제는 비슷한 느낌이 있지만 저와는 작품 구성 방식이 달라요. <의사가 되는 법>은 형식이 비슷하나 촬영 방식은 다르죠. <아들의 시간>은 푸티지 구성이 비슷하지만 그와는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설경숙: 네마프에서 소개되는 작업들이 그 동안의 소통 방식과 다르다는 점 때문에 어렵다는 말도 많아요. 작업하신 분들로서 소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어요.

    홍민기: 보통은 소통이 자신의 명제를 상대방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예술 작품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예술은 진리나 명제보다는 세상을 설명하려는 나름대로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사실 설명이 불가한 것이죠. 설명이 불가한 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을 때 정확한 명제보다는 그 사람의 인상과 이미지를 통해 영감을 받는 것이에요. 저는 어떤 명제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만이 소통이라기보다는 이미지나 작가가 가지는 감정을 관람객의 개인적 경험에 비춰서 다른 방식으로 소화하는 것이 소통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김보람: 저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영화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작업을 이어나갔어요. 제 딴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대한 언어를 만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떨어지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기는 원치 않았어요. 이렇게도, 저렇게도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상영하면서 관객 분들이 저에게 거꾸로 단서를 던져주기도 해요. 저는 그런 과정 자체가 의미 있었고 좋았습니다.

     

     

     

    변성찬: 이러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상투적 관습이라는 것에 어떻게 균열을 내고 해체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고민은 정치적 고민, 미학적 고민이 뗄 수 없이 결합된 작업으로 나타나죠. 이러한 작업이 소통의 첫 출발 같아요. 제목처럼 일단은 분리시키는 것이 소통의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록 | 김혜림 루키

    사진 | 변지혜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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