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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흰담비들 (이주연) – 신현정 관객위원
nemafb 조회수:203 222.110.254.205
2021-09-01 12:14:42

화자는 미술관에서 일했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한다. 지식인의 장소처럼 여겨지는 곳들이 그의 주무대다. ‘그리고’ 파트타임 일자리와 족제비 사냥을 다닌다. 화자의 활동 반경을, ‘그리고’라는 접속 부사를 사용해 병렬적으로 나열하기에 스스로 잠시 머뭇거리게 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다. 와중에 이런 설명은 혼란스러움을 더한다. “두꺼운 책들을 나르는 우리의 손이자 책을 나르면 나를수록 가난해지는 우리의 손.” 고상한 일과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서로 결합하지 못하고 어긋나 있는 느낌이다. 마지막에 이르면 화자가 흘리는 피인지, 족제비 사냥으로 인해 묻은 피인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선혈이 손끝에 맺혀있는 모습이 등장해 더욱 의미심장해진다. 분명 두꺼운 책을 나르던 손이었다. 철창 속에 갇힌 듯한 시선마저 화자의 사회적 위치를 은근히 드러낸다. 우리 사회에서 지식노동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 과연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있는가. 때로는 가짜가 현실을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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