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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GT] 한국 장편 2: <굿바이 마이 러브, NK>
NeMaf 조회수:2614 추천수:10
2018-08-19 16:33:29

8월 18일 토요일 오후7시 30분 인디스페이스에서 [한국 장편2] 김소영 감독의 <굿바이 마이 러브, NK>가 상영되었다. 상영이 끝나고 김소영 감독이 자리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나눌 수 있었다. 이날 GT는 미술 평론가 이양헌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고 이전에 접할 수 없는 이야기여서 흥미로웠습니다. 올해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는 ‘대항기억’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항기억은 주류의 역사가 아니라 타자들의 역사를 받아들이는 것인데요. 이번 네마프의 주제와 아주 잘 연동하고 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작품에 관해서 이야기를 한다면, 망명 3부작 구성의 마지막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전에 김소영 감독님 작품을 보지 못한 분들은 새롭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디아스포라적인 삶에 대해서 타자들의 정체성, 즉 고려인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소영: 제가 타자에 관심이 있기 보다는 안과 밖에서 바깥 쪽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타자라고 하면 경계가 딱 그어지잖아요. 2000년대에 <거류>라는 다큐를 만들었는데 저희 할머니 이야기부터 시작을 해요. 할머니가 시집을 가서 자신의 집에서 밖으로 나가는 이야기예요. <거류>가 두 가지 뜻이 있어요. 불교적으로는 삶과 죽음을 의미하고, 또 잠깐 머무는 것을 의미해요. 어느 지점에서 어느 지점으로 가는 것이죠. 타자라기 보다는 예상하지 못한 어느 지점으로 바뀌게 되고, 그런 이동들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이동 중에 생성하는 많은 이야기들이요.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산자라고 표현하는 고려인이 모국어를 능숙하게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인터뷰할 때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작품 안에 감독님이 직접 등장하셔서 인터뷰를 했던 장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했을 때 어려웠던 지점이 있을까요?

김소영: 1부는 안산의 고려인 2세, 3세 분들을 인터뷰했어요. 고려 말을 하는 분들도 있고 못하는 분들도 있어요. 제가 원칙적으로 전문 통역자를 구하지 않고 커뮤니티 내에서 뜻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과 인터뷰를 함께 했어요. 그러다 보니 통역을 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고 그런 상황이 다큐멘터리의 중요한 내용이 되기도 했습니다. 제일 어려웠던 것은 말이 안 통하는 것보다 이념적인 문제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김정훈 선생님이 한국의 주류언론에서 인터뷰를 하셨는데, 한국에서는 김일성을 비판하면 대부분 오른쪽으로 가게 돼요. 그래서 이 분이 끝까지 사회주의자로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한에서 선생님을 찾아와 인터뷰를 하면 계속 오른쪽 줄에 서게 되구요. 저는 그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북한 체제가 역사적으로 전혀 당연하지 않았고, 김일성을 비판한 것이 본인이 자유주의자라는 뜻도 아니며, 이 모든 게 역사적인 길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최국인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부분 중에 자서전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 있어요. ‘우리는 역사를 보존 해야하는데 어떤 식으로 기입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최 감독님이 반성적인 성찰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소영 감독님은 이런 것들을 영화로 작업하셨는데 영상매체를 통하여 역사를 기록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소영: 저는 아카이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을 하고. 아카이브에 묻혀 있는 어떤 분류되어있지 않은 것을 찾아서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한국의 디아스포라의 역사, 등의 아카이브 작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미시사나 거시사나 개인사나 하는 것보다는 남겨져 있는 것들을 구전하고 보존하는 작업들을 중요시한 것 같아요.

 

 

 

관객1 : 처음 감독님 작품을 보게 되었는데 궁금했던 고려인 삶을 잘 표현해주신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혹시 촬영하시면서 다른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소영: 이상하게 어려운 점이 없었어요. 수월 하지는 않았는데, 찾고자 하는 자료가 있으면 바로 다 나타났구요. 최국인 감독님도 원래 인터뷰를 안하시고, 몸도 많이 편찮으셨어요. 그런데 운이 좋게도 때가 잘 맞아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제 힘으로 하는게 전혀 아니었기에 수월하고 굉장히 놀라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관객2 : 직접 외국에 가서 촬영하시고 그분들을 찾아내시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촬영기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궁금하고 다큐를 찍는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소영: 거의 5년정도 걸렸습니다. 3부작을 돌아가면서 찍었기 때문에 오래 걸렸구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촬영감독한테 프랑스 영화 중에 심장의 박동 소리에 관한 액션 영화가 있는데, 카메라 워크가 좋아서 인터뷰 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찍어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후에 보니 전혀 그렇게 찍지 않은 거에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심장의 박동 소리가 들린거에요. 원래는 테크닉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었어요. 그런 것들이 놀라워요. 이게 아니면 또 다른 방식으로 구현이 되는 거에요. 역사적인 다큐멘터리를 찍으면 제 의지라기 보다는 이분들의 의지가 어떠한 방식으로 저를 움직이는 것 같아요.

 

 

 

관객2 : 유리 패널이 자주 등장하잖아요. 묘비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소영: 그것도 굉장히 수월하게 됐는데요. 알마타에 있는 산에 유명한 천문대가 있어서 원래는 거기에 가려고 했는데 공사중이어서 문을 안 열었어요. 그래서 다른 것을  찍으러 돌아다니는데 중앙아시아와 러시아의 예술가들이 모여서 설치미술을 해놓은 거에요. 마침 제가 원하던 프리즘 같은 파편들, 유리가 설치 되어 있어서 찍게 되었어요. 저희가 직접 설치하려고 했으면 힘들었을 거에요. 이런 식으로 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있어서 찍을 수 있었어요.

 

 

 

관객 3 : 망명이라는 주제로 3부작을 찍으셨다고 했는데 처음에 망명이라는 소재로 찍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소영: 망명을 한국말로 하면 잘 와 닿지 않는데 영어로 하면 ‘exile’, 더 표현이 와 닿을 거에요. 어느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의 이동에 대해 관심이 있었어요. 홍콩에서 중국 광저우에 들어가 아프리카 무역상을 연구하는 친구가 있어요. ‘도시를 떠돌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구요. 그 와중에 고려 여성인들에 대한 수기를 읽었어요. 그 역사적인 디테일이 굉장히 흥미로웠고, 그 때가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이기도 했는데, 한 할머니가 자신의 방에 수의를 걸어 놓으신 걸 보고 굉장히 와 닿았어요. 후에 카자흐스탄에 가서 고려인들의 역사에 빠져들게 되고, 최국인 감독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래서 아카이브에 가서 찾아봐야겠다 라고 생각을 했고 이러한 여러 가지가 상황들이 섞이어 5-6년이 지나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4 : 촬영을 하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편집을 통해서 드러난 것 같은데, 이 촬영의 목표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소영: 저는 목표가 있기 보다는 자기발견적인 것을 좋아해요. 사실은 고려인들에 대한 연구가 굉장히 많아요. 제가 그것을 목표로 했으면 아마 이런 분들을 못 만났을거에요. 그래서 목표는 없었구요. 다만 제가 냉전시대, 박정희세대예요 그래서 움직일 수 없었던 것에 대해 갑갑함을 느껴서 이동하는 것을 좋아해요. 기존의 고려인에 대한 구술을 하신 분들이 많은데 제가 취한 태도나 발견한 영역들과는 다른 것 같아요. 그 분들은 민족적인 부분으로 포용하려고 했다면 저는 약간 세계주의적인 것을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 영상이 어떤 것을 말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체제에 대한 정치적인 입장인 것 같다가도 조국에 대한 애틋함이 나타나구요. 그래서 학술적 성취라기보다는 ‘공감과 감각적인 연대를 가지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 4 : 이 다큐멘터리를 관통하는 네러티브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소영: 제가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한진 작가님의 말이에요. ‘태어난 곳을 고향이라고 한다면 죽는 곳은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고향처럼 정다운 이름이 있어야할텐데’ 이 말이 저에게는 화두였어요. 고려인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다른 생각이었다고 생각해요. 고향을 떠나 사는데 죽는 곳에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다시 보게 하는지 느끼게 되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 김소영 감독님의 나레이션 부분이었어요. 제가 작가님의 작품을 몇 번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 2000년 대에는 여성사 관련, 그리고 망명 3부작을 하셨는데 앞으로의 방향과 작품 계획이 궁금합니다.

김소영: 제가 <신여성, 도착하다> 주세죽 부분을 했었어요. 네마프에서도 전시하고 있구요. 주세죽 이야기를 더 하려고 해요. 주세죽이 혁명의 시기 때의 여성주의자인데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기록│ 이혜진, 이혜은 루키

촬영 │ 전해라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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