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발명된 후 인간은 사진을 찍고 영화를 만들면서 지나가는 시간에 더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고 믿고, 또는 착각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더 기억에 집착하게 되었으리라. 동시에 과거는 평면화되었고 기억은 지난날의 이미지의 집합체로 남게 되었다. “위치값 공포증”은 과거의 일상을 3D 모델로 만들어 더 입체적으로 기억을 형상화 시킴으로써 평면적 이미지로 인식되어온 과거에 도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가 3D 기술을 통해 더 현실적으로 구현되는 동안 핸드헬드 카메라로 촬영된 듯한 &ld...
제 16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관객구애상 심사 총평 우선 심사 총평을 발표하기 전에 페스티벌을 준비해주신 영화제 관계자분들, 좋은 작품들을 볼 수 있게 해주신 감독과 작가분들 페스티벌을 위해 무더운 날씨에 땀을 흘려가며 활동해주신 자원활동가 ‘루키’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올해 뉴미디어대안영화제와 뉴미디어아트전시제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담은 애니메이션, 여러 퍼포먼스를 한 작품에 담은 전시 등 다양한 주제와 장르에 대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 뉴미디어대안영화제에서는 내용의 진보성...
이미지의 조각이 머릿속에 담긴다. 보통은 그 조각들이 나름의 법칙을 통해 배열되어 우리의 기억과 의식을 구성할 것이다. 어느 날 법칙이 헐거워져 배열이 낯설어 진다면, 그리고 그 순간에도 현실의 이미지와 뒤섞인다면,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은 전혀 다른 것이 되겠다. 영화는 이 어긋난 프로세스의 덜 과격한 버전이다. 카메라가 화가의 물리적, 심리적 여행을 추적한다. 평범해 보였던 산책길이 심상치 않다. 어느 순간 현실의 시공간 논리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화가는 개연성 없는 기이함을 논리로 바로 잡지 않은 채 화폭에 ...
서울의 대표적인 자연경관 한강. 대표성 때문일까? 한강은 끊임없는 성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고 앞으로도 수많은 변형을 거칠 것이라 감히 예측해본다. 왜 한강을 가만 놔두지 않을까라는 진부한 질문은 뒤로 제쳐두고, 지금의 한강을 직면해보자. 현재까지의 집도는 외형적 변형이 대부분이었고 한강의 내면을 통시할 기회는 없었다. 언제나 조망의 대상으로만 여겨졌기에 그곳이 지닌 존재성은 잊혀진지 오래다. <랑랑_상상박물관>은 보이는 것에 치중하여 정체성을 잃고 살았던 ‘한강’의 안쪽을 살피려는 시도이다. 봉준호 감독이 한...
제우스의 뜻을 어기고 기어코 인간의 손끝에 불을 쥐어 준 프로메테우스를 기억하는가. 짐승보다 약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의지, 불은 언제나 약한 자들의 희망이었다. 꽃병처럼 쉽게 바스러져갔던 청년들과, 화염병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80년대의 아우성에 2014년의 화자가 문득 묻는다. 그 때 우리들, 정말 ‘그럴 수밖엔’ 없었을까. 어두운 화면엔 흐릿한 불길의 모습만이 번지고, 관객들은 고해성사하듯 속삭이는 담담한 내레이션에 자연스레 귀를 기울인다. 운동권 학생들은 갈등해왔다. 폭력에 항거하기 위해 또 다...
<집에 사는 이미지들>에서 남자는 손발이 지저분하게 진흙투성이가 되고 옷이 온통 물에 적셔지지 않고서는 낚시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양, 몸에 묻는 물과 흙을 아랑곳하지 않고 흙과 물의 공간을 휘젓고 다닌다. 갯벌이 어둑해지고 남자는 노를 저어 화면을 가로지른다. 물안개, 배, 물에 비친 남자의 모습이 흔들거리는 가운데 둥근 불빛들이 물고기처럼 헤엄쳐 와 남자가 탄 배를 둥글게 에워싼다. 빛의 움직임이 호의의 표시인지 항의의 동작인지 알 길 없지만, 남자는 무엇을 해야 할지 직감적으로 아는 듯 자신의 배腹에서 정체 모를 길다란 하얀...
아홉 명의 관객구애단이 모여 작품에 대해 토론을 하는 시간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각자의 생각과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국제 뉴미디어 페스티벌인 만큼,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 다양한 국가의 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고, 이 작품들을 통해 새롭고 낯선 세계에 가 닿을 수 있었다. 내용과 형식의 참신성과 진보성에 구애의 비중을 두고 새로운 소재와 표현방식을 지닌 작품들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또한, 실험적인 표현과 형식을 갖춘 작품들, 특히 주제에 대한 작가의 관점을 새로운 형식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작품들이 인상에 남...
곡의 연주형태를 모방한 <평원 모음곡 서곡>의 형식은 무대로 향하는 박수소리와 함께 잔잔한 클래식 음악으로 시작된다. 이 때의 카메라는 생각보다, 혹은 그려지는 분위기보다 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데 이 작품이 연주 형태를 단순한 방식으로 모방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는 바로 이 카메라의 움직임에서 알 수 있다. 사각형의 공간에 전시되어 있는 듯한 오브제들 사이를 경유하는 카메라는 말그대로 무질서의 방식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 누구도 보지 않았을 것 같은 구석을 맴돌며, 카메라를 쥔 듯한 인물의 그림자가 투박하게 움직이면 음악의 변용이...
황량한 폐공장의 옥상. 공연은 연극 ‘구일만 햄릿’의 연습 장면을 실연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카메라가 그것을 담는다. 오픈된 관객들의 모습도 자연스레 잡힌다. 긴장한 배우들은 연출자들에 의해 조금씩 능숙해진다. 영화로서 전작인 ‘서울 데카당스’처럼 이 영화도 말하기를 연습하는 영화다. 대체로 약자들은 자신을 자각하고, 자신의 언어로 소리 내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툴고 거친 소리를 외면한다. 영화는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이 연극의 인물과 관...
해맑은 표정으로 카메라와 이야기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감독은 촬영과 출연을 하며 스크린 속의 공간과 자신을 동떨어진 세계, 분리된 세계로 나누지 않는다. 이러한 작가의 일상과 삶을 그대로 나타내고, 느낀 것들을 공유하며 생각하는 방법은 작가의 일기장을 함께 보는 것 같이 담백하고 솔직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느낄 수 있는 것들, 누군가의 일기장에 쓰여 있을 법한 이야기. 붕괴는 감독의 개인적 불안감과 사회의 불안함 모습을 그려낸다. 그러한 두려움과 불안함 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장애인들과 함께 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