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로 이루어진 거대한 다리들,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것들이 시각적으로 왜곡되고 변형된다. 철제다리의 모습과 필름의 스크래치는 무거움과 가벼움, 픽션과 논픽션의 대비를 이룬다. 이러한 실상과 허상의 대비는 영상의 제목에 따른 오가닉과 브리지의 간극을 느끼게 한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과도하게 변형된 필름은 변형되어가는 모습과 낡아져가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의도적으로 쌓아올린다. 필름이 녹아내리고, 파괴되어가는 모습에서 철제다리와 필름의 변형에 대한 관계를 생각해보게 한다. 익숙하지 않은 두 가지의 조합이 작가의 메...
검은 화면 위 하나의 실가닥. 얽혀있는 듯 매듭이 지어진 듯 익숙한 실 가닥 하나가 영상을 채워 나간다. 클로즈업 된 실 가닥은 블랙과 화이트의 화면에서 의외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극도로 단순화된 화면과 연출은 무심한 듯 섬세하다. 시각과 텍스트를 뒷받침해주는 사운드와 컷의 변화는 짧은 시간에 영상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러한 클로즈업 된 모습과 사운드, 텍스트를 통한 전개는 대담하리만큼 단순하지만 명확하고 확고하다. [-]엮기 [-]잇기는 관계성에 대해 조직. 실의 엮임을 해체하며 그를 빗대어 표현한다. 실 한가닥이 이어지고 엮...
주파수를 통과한 폭우를 보도하는 음성은 자연스럽게 동물원의 노이즈로 옮겨간다. 이내 차분한 일본어 내레이션과 한 남자, 동물원의 파편적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경계 1>은 기시감을 철저히 분해하려는 목적을 두고 이미지와 사운드, 내레이션의 불일치를 느슨하게 끌어낸다. 그렇기 때문인지 통속적으로 받아들여지곤 하는 또 다른 자신을 대면하는 장면은 불일치 속의 일치라기보다 대상을 규정할 수 없는 개념적 상황으로 느껴진다. 텍스트를 읽는 듯한 목소리는 동물원의 풍경들과 교차되고, 교차된 지점은 과거와 현재가 지워진 하나의 소우주를 이룬다....
잔잔하고 어두운 클래식과 함께 훑어지는 풍경들은 그동안 너무 무심하게 지나쳤던 우리를 채근하기라도 하듯이 슬로우 모션으로 천천히 묘사된다. 터널과 공장, 시위 하고 노동의 문제로 저마다의 고민과 갈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하지만 그 속에서의 우리들은 너무나도 담담하고 냉정하게 지나가버린다. 역사의 기록에서 맨 처음 마주친 1940년대의 잃어버린 얼굴들 역시 오늘처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 어떤 시간이 다가올지도 모른 채 그들은 웃으며 일하고, 하루하루를 보낸다. 곧 이어 발발한 전쟁과 많은 정치문제로 혼란스럽기만 암흑기...
현실의 상황에서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누군가가 갑자기 춤을 춘다면 우리는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 대부분이 당황하고 의아함을 느낄 것이다. 영화에서도 나의 당황스러움은 고스란히 나타났다. 그러나 그 춤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사냥꾼의 미묘하고 복잡한 고민과 상황들이 어떤 형태인지 파악이 된다. 하지만 다시 말로 설명하자니 나는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토끼는 사냥꾼의 춤사위를 보고 마치 계속 대화를 하고 있던 것처럼 담담하게 이어나간다. 그들의 대화에서는 ‘춤’이 무엇보다 서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복면을 쓰고 있는 한 사람이 화면의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내 이름은 ‘아무것도 아닌’입니다.” 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은 담담하게 말을 풀어놓는다. 천천히 부피를 잃어가고 있다고 밝힌 그(그녀)에게서는 상실감이나 쓸쓸함이 보여 지는 듯 하다. 곧 나오는 음악에 맞춰 탁자를 두드린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벽과 통로를 설정하며 나와 그의 관계가 단절되어 있음을 확실히 한다. 통로를 지난다면 관객과 소통할 수 있지만, 그는 결코 통로를 통과하기 위한 다른 노력을 행하지 않는다. 결국 가상의...
이 영화는 제목을 통해 일차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스토리나 장면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배반하고 직관의 세계로 초대한다. 어린 시절에 보았음직한 흑백의 풍경들이 빠른 속도로 어지럽게 뒤엉킨다. 영상 안에는 별다른 사운드가 없어서 작은 소극장 안은 아무도 없는 것 처럼, 심지어 거기 앉아있는 나조차도 이미 그 자리에 없는 것 처럼 이상하리만큼 고요해졌다. 소리가 증발된 오래된 기억들이 눈앞을 쉴 새 없이 스쳐지나간다. 특정한 이미지들이 반복/변주 되며 독특한 리듬감을 형성하는데, 바라보는 대상은 거리에서 본 사람이나 광고판 따위의 것들...
하얗게 칠한 얼굴에 목장갑을 낀 한 소년이 ‘도시’에 갇혀있다. 그에게 도시는 활동의 중심지라기보다 벗어나고픈 상자로서의 이미지가 강해 보인다. 기능적 출입구들이 수없이 존재하지만, 소년은 다른 무언가를 찾는 듯 벗어나지 못한 체 갈팡질팡하고 있다. 영화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소년을 너절한 도시 구성요소들과 동일선상에 놓고 있다. 돌출된 맨홀, 갈라진 횡단보도, 일그러진 반사경. 이는 수동적인 침체를 마주하고 출입구를 찾지 못하고 갇힌, 도시 안의 모든 성분들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결과적...
수많은 나라 중 밤거리가 이토록 화려한 도시를 가진 나라가 몇개나 될까. 단연 한국, 서울의 밤거리는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가득하여 어두운 거리를 빛내고 있다. 그러나 아름답기보다는 낯설게 느껴진다. 우리에겐 익숙한 모습인 밤거리의 대표적인 소비와 유흥의 공간인 모텔들과 유흥업소의 간판과 전광판들. 빛을 내는 모든 것들이 “여기로 오세요, 이게 입구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같다. 이것은 나아가 자본주의 사회의 욕망과 탐욕을 보여주는 듯하다.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을 배경으로 수많은 분할화면을 통해 밤거리 그 ...
우리에게 익숙한 멜로디인 g선상의 아리아를 배경으로 그에 맞춰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그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인물들의 형상을 통해 현실 사회와 그 속의 우리들의 모습을 가장 단순하면서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였다. 두가지의 시선에서 해석해 보길, 어떤 물리적 환경의 변화에도 주어진 삶에 맞추어 살고자 노력하는 모든 인간의 고군분투가 애처롭다라는 연민의 감정에서 시작해 한편은 우리 사회에 존재는하나 인정받지 못하는 소수의 사회 그룹들이 어떠한 외압에도 묵묵히 함께 행위는 다르지만 같은 곳에 존재하며 그 의미를 지키고 이어나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