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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NeMaf 2023 얽힌 스크리닝
김성현 조회수:1969 49.175.12.141
2023-08-13 12:25:30

 

 

NeMaf 2023 얽힌 스크리닝 

일시 : 2023 8월 12일 (토) 15:10

장소 : KT&G 상상마당 시네마 (지하 4층)

패널 : 양지윤, 김규항

 

양지윤 : 안녕하세요 얽힌 스크리닝을 기획한 양지윤입니다. 지금부터 김규항 선생님 모시고 스크리닝 둘러싼 생각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귀한 자리인 만큼 질문과 의견있으면 같이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얽힌 스크리닝 기획 의도 

 

양지윤 : 올해 네마프 주제인 '안전한 신체의 확장'의 연장 선상으로서 신체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신체에 대해 예술가들이 어떻게 인식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을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었고, 신체의 인식에 대한 것과 더불어 예술가들이 생각하는 확장된 세계, 확장된 환경이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연계적인 고민도 함께 나누었으면 했습니다.

 

이렇듯 가상화된 신체, 아바타에 자신의 정체성을 부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보자면 이것은 예술가가 일평생 갖는 본질적인 질문, 내가 누구인가? 라는 질문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어떻게 재현하는 것이 나를 더 나답게 만드는지에 대한 고민으로도 이어지게 되는데요.

 

이때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예술가들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에 주목할 지점도 있었습니다. 3d 스캔과 모션캡쳐를 이용한 아바타 창조가 이전과는 달리 저렴하고 용이해졌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특징을 더 넓게 확장하여 생각해본다면, 예술가들이 유용성과 가공성이 높은 경량의 아바타를 만드는 행위, 그리고 현대의 소셜미디어상에서 다수의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신체와 자아를 필터링하여 상품화된 가공의 자신을 판매하는 행위 사이에서 예술가들이 자기 자신을 내재적으로 연관 지어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공된 자신, 실재가 아닌 나를 판매하는 것이 일상화된 세태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이런 세태를 비추어보았을 때, 이 판매가 왜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 들었고, 이와 함께 발견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브레진스키의 티티 테인먼트와 문화 산업, 얽힌 스크리닝의 교차지점

 

양지윤 : 티티 테인먼트란  entertainment 와 엄마의 젖을 뜻하는 속어 tits의 합성어입니다. 소비자의 판단력을 흐릴만한 반복되는 유흥거리와 볼 것들을 제공하여 아이로 상징되는 소비자의 뇌가 성장하지 않고 젖먹이 수준에 머물러있을 때 지금의 사회구조가 가장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주장을 함축하는 용어입니다. 이로써 상위 20%의 엘리트 집단이 하위 80%를 먹여 살리는 구조가 더 강화될 것인데, 이 80%가 반감이나 적대적 의식을 가지지 않게 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그들을 달래줄 것인가. 라는 계급적인 인식론과도 연결이 됩니다. 

 

이로써 고도화되는 글로벌리즘, 자본주의 시대 속에서 하위계층들에게 무한반복적으로 볼 것과 유흥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사회 전체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인지를 불가능하게 하고 반대로 나르시시즘, 자기 자신의 뇌에 도취하게끔 하여 그들이 우호적인 태도로 사회를 바라봄으로써 사회가 위험 없이 지속된다는 발제입니다. 

이런 계급적 인식과 문화 산업이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적인 특징이 어떻게 보면 얽힌 스크리닝의 작품들이 탐지하고자 하는 구조적인 틀의 형태에 가깝지 않나,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 산업의 형태와 일상과 예술의 관계 

 

양지윤 : 문화 산업에 또한 얽힌 스크리닝을 기획하게 된 중요한 용어로 작용합니다. 뮤직비디오, pop, 게임, VR 산업, 이런 것들이 우리를 완전히 에워싸고 있는 상황 속에서 예술가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이에 어떤 대응을 하고 자신의 창작물로서 표현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예술과 문화 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김규항 : 본래 문화 산업이라는 용어는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쓴 책 에서 만들어진 용어로 본래는 경련 적이고, 적대적인, 예술의 형상을 띈, 많은 이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자본주의의 악마적 힘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한국은 현재 k-pop 산업에 워낙 포섭되다 보니, 이런 문화 산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불편한 실정입니다. 실제로 많은 한국인이 케이팝이라는 문화를 통해 국가적 자긍심을 느끼는 등 그것에 대해 오히려 열광하지,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엔 문화 산업이라는 것에 아무도 비판적으로 이야기하지도 않고요. 이런 현대 속에서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말한 이야기들이 지금처럼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시대도 없다고 봅니다. 

 

양지윤 : 문화 산업이 우리의 일상의 모든 곳에 스며들어있는 지금, 이제는 예술과 문화 산업이 무엇이 같고 다른가? 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이 시대 속에서 예술은 어떤 의의를 지닐까요?

 

김규항 : 먼저 노동에 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지금 시대의 노동은 자본주의 아래 쉽게 포획되어 있습니다. 노동은 질과 형태, 유용성, 양과 수치로 수치화되며, 반대로 노동의 가치, 사고의 차이와 같은 것들은 전부 추상화하여 동일한 것으로 치부한 다음, 유용성과 수치로 모두 환원시켜버리는 것이 이 자본사회의 특징입니다. 

 

모든 것이 양과 수치로 전환되는 자본사회 속에서 이것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예술 행위입니다. 예술은 본래 무용 성에서 비롯된 행위입니다. 말도 안 되는 몽상, 계량될 수 없는 행위, 숫자로 환원 불가능한 행위, 이렇듯 예술이 갖는 독특한 힘과 특징이 자본주의 사회 속 도구적 이성과 문화 산업의 지배로부터 유일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해방 가능성으로서 작용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양지윤 : 이런 시대 속에서 구조적인 시선으로 작업을 이어나가는 작가들, 예술가들의 시선이 소중해지는 순간이지 않나 싶습니다. 

 

김규항 : 저 또한 대중예술과 문화 산업, 그리고 자신의 작품 사이 속 경유 되는 틀 자체를 형식으로 차용하여 작업을 하신 것들을 포착했고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양지윤 : 혹시 관객분들 중 마지막으로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관객 : 오늘 감상한 작품들에 대해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작가들이 가상의 아바타로 자기표현을 함으로써,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을 인플루언서로 만들면서 또다시 신자유주의적 정치 미디어 속에 재포함되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영상의 내용이 어떤 대안적 담론을 생성하는가도 궁금했고요.

 

또 작품 속 아바타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잖아요. 현대의 예술가들이 아바타로서 자신을 표현할 때 그 춤과 노래가 저에겐 일종의 몸부림처럼 다가왔는데, 이것이 어떤 의미로 작용을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양지윤 : 저는 리양 작가가 본인의 상품화와 판매에 적극적인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이렇게 된 이유는 작가의 국적이 중국이라는 것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중국은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지 않으면 예술가로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국가적 기금도 없기 때문에. 

 

이때 예술가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 속에서 그가 발견한 방법론인듯합니다. 소셜미디어의 판매방식을 빌린 자기 마케팅 형식 이외에도 예술체제 자체에 질문해온 수많은 예술가는 이전부터 있었죠. 그들이 말미에는 학교의 종신교수로 취업을 한다든지, 혹은 자본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 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순환되고 있는데, 이때 이런 반복이 그저 계속 순환되고 있는 비판적 태도를 이용한 일종의 언어적 상품 중 하나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을 경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기보단, 전체적인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그들이 예술체제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방식에 대해 다시금 객관적으로 인지하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의 답변으로, 우리가 지금 접하는 대부분 춤과 노래는 제작사에서 만든 가공된 상품에 가깝잖아요. 작가들의 작품은 이런 가공된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결국 근본적인 질문은 상품이 아닌 순수한 춤, 과거의 우리가 일상 속에서 행위를 하던 무용 성을 띈 춤과 노래에 대해서 다시금 떠올리고 감각하게끔 하는 지점인듯합니다. 

 

김규항 :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본 스크리닝을 감상하면서 문화 산업 속의 상업을 위한 작품, 그리고 이 작가들이 그려내는 상업적 틀을 빌린 작품들의 형태적 경계가 모호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끝으로는 앞으로 우리가 이 경계점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라는 물음에 도달할 수 있었고 이 점에서 아주 유익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새로운 세대는 이미 디지털과 가상의 세계가 자신의 실제 삶인 것처럼 삶을 영위하고 있으며 이런 시대 속에서 문화 산업과 예술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감각하는건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문화 산업과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분법적 논의를 나눈다기보단, 오늘의 이야기처럼 예술과 노동, 창작과 삶의 의미와 관계에 대해 인지하려 노력하는 행위들 매우 소중하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녹취 및 정리ㅣ아카이브팀 김성현 ALT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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