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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af 2023 장소의 감각, 물질의 그물 <선별과 해석과 소란의 공생> 리스닝 세션 및 강연, 라이브 화상 토크
지민주 조회수:1069 61.73.47.182
2023-08-13 16:44:08

 

김신재 큐레이터(이하 김): 안녕하세요. 카이누마 히로시 선생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카이누마 히로시(이하 카): 안녕하세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녹취한 필드 레코딩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일본대지진 사태가 끝난 지 12년이 넘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후쿠시마 문제를 통해서도 동일하게,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 이 자리에서 선보이고 있는 <네마프Nemaf>가 대안영상페스티벌인데요, 저희가 그를 표방하는 만큼 영상 없이 사운드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마음에서 선생님 작업을 소개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트랙을 극장에서 함께 들으면 좋겠냐”는 질문을 드렸을 때 원자력발전소 안에서의 일상을 상상하는 데 있어 알기 쉽도록 ‘상승’, ‘식당’, ‘풍경’, ‘퇴출’ 이라는 트랙을 직접 추천해 주셨어요. 오늘 극장에서 처음 사운드를 들으신 분들이 대부분일텐데, 관련 에피소드나 추가적인 설명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카: 감사합니다. 영상을 주로 다루는 페스티벌이라는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기쁜 마음입니다. 현대사회는 정보가 지나치게 많고, 그러면서도 반비례하듯 오히려 저희의 상상력이 좁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도 아마 마찬가지일 겁니다. 영상이라는 매체는 초등학생도 물론 유튜브에 실시간으로 올릴 수도 있고, sns를 통해서도 업로드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질이 좋은 영상보다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 좀 더 부합하거나, 흥분으로 이끌어주는 영상들이 자주 다루어지기 마련입니다. 저희가 이번 작업을 진행하며 이처럼 동시대 영상이 다루어지는 방법에 대해 맞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소리를 선택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들어보신 후쿠시마 제1원전 사운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1원전에는 지금도 4000명 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들어주신 트랙에는 식당에서 기록한 사운드가 있고, 식당에서는 당연히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가족이 있고 아마 집에 가면 서로 웃고, 그렇게 생활하고 있겠지요. 이처럼 상상을 통해 저희가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것들이라던지,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 더 친근한 존재로서 다시 생각되길 바라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질문자1: 선생님의 강연 인상깊게 잘 들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의 문제는 한국에서 굉장히 정치적인 이슈화가 되어 있습니다. 현재 네마프의 주제와도 맞닿게 ‘안전한 신체’ 라는, 환경오염에 대한 우리의 현실과도 닿아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후쿠시마 연구를 굉장히 오래 하신 것으로 알고 있고 현재 원전사고 이후에 일상으로 회복되고 있고 아주 긍정적인 자세로 보고계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사운드로 아카이브 하시면서 누락되거나 편집된 정보에 의해 은유가 조금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불안전함, 오해 등을 조금 긍정적으로 얘기하고 있으신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조금 받았습니다. 한국과는 조금 다르게 도쿄전력은 민간, 민영화된 기업이잖아요? 민영화된 기업이 일으킨 사고, 국가가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원전 사고가 인접 국가에게 영향을 굉장히 주고 있고 중국과 한국은 그런 것들이 매일같이 많은 뉴스와 정치적 문제화되고 있습니다. 그런 문제에 대해 사회학자로서 솔직하게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저 역시 매체미학을 강의하는 연구자이기 때문에, 사회학 연구자로서의 선생님의 솔직한 입장이 궁금합니다.

카: 제가 말씀드리는 내용이 사회학자로서의 어떤 의견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아까 이야기했지만 저는 후쿠시마에서 태어나기도 했고, 원자력 사고 이전부터 안전과 과학기술에 대한 관계성에 주목하고 연구하고 고민해왔습니다. 이렇게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하면서 어떤것이 안전이냐 위험이냐 따지는 고정관념을 가지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복잡한 상황을 마주했을때, 보고싶은 것만 골라 안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에 입체적인 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일본에서 정치적인 이슈가 하나 있었습니다. 국회의원이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하겠다” 주장한 뒤에 불상사를 일으켰는데요. 사실 ‘재생가능한 에너지’ 하나를 두고 봤을 때도 그것이 과연 정말 친환경적인지, 그리고 전체적으로 완벽하고 청결한 이슈를 통해서 실현되는것인지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1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런 얘기를 진행 중이고요.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것은 강제적인 것과 고전적인 것을 둘 다 봐야 한다는 것이며, 오늘 이 자리에서 들어주신 원전 사운드들 역시 그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고,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김: 사실 이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관심이 갔고 제가 본격적으로 리서치를 진행을 한 시기가 작년부터였는데요, 작년에 제가 먼저 관심을 갖게 된 건 한국에서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처분장의 위치를 잡는것을 30-40년동안 실패했어요.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거죠. 이번 정부에 들어서면서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방사선 폐기물을 임시처분장이 아닌 주관처분장으로서 원자력발전소 내에 저장하는 방안을 급격하게 추진한다고 이야기하는것을 작년에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안을 보면서 저는 오염수 방류라든지, 처리 부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년에는 오염수 방류에 대해 굉장히 반대하는 마음을 가졌었는데 이 사안에 대하여 알면 알수록 이것에 대해 말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면 점점 어려워지는데,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저도 <선별과 해석과 소란의 공생> 사운드트랙을 듣고난 뒤, 이를 듣는 과정 자체가 우리에게 뭔가 다른것을 발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또, 한국에서 번역하며 생긴 에피소드인데 원전 방사능 ‘오염수’냐, ‘처리수’냐 올해 3-4월부터 전쟁같은 이슈가 되며 플랜카드로 댓글싸움을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오염수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싶은 쪽에서는 ‘처리수’를 쓰고, 오염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쪽에서는 ‘오염수’라는 표현을 쓰는데 선생님 강연에서 두 표현이 다 나왔기 때문에 그것을 저희가 “어떻게 번역하느냐, 실제로 그렇게 말을 하신것이냐” 라는 대화를 번역자 분들과 나눈 기억이 있습니다. 관련해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오가는 유키 씨도 할 말이 있으실 것 같아서 한번 짚고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카: 저는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이 문제는 아무래도 정치적 국면, 과학적 국면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두개가 얽혀있기도 합니다. 각각 정치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이죠. 단어 하나만 가지고도 판단이 갈라서는 상황이 원전사고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있어왔던 팬데믹 등의 이슈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앞으로도 많아질 것 같습니다.

 덧붙이자면 저희가 활발하게 논의를 하게 된 이유도 경제적으로 저희가 풍요롭게 되었고, 두 번째로는 유기적으로 발전했다는 증거인데요, 만약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폐기시설물을 건설하고 있고 국가시설을 지으면 된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그대로 결정이 나는것이겠지요. 이와는 다르게 저희는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성장을 했고 유기적인 의사과정이 자연스럽게 따라왔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질문자2: 현재 넷플릭스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 내용을 담고 있는 <더 데이즈> 라는 작품이 업로드 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을 단순 드라마로 봐야 할지, 아니면 현실의 사실들에 기반한 다큐멘터리처럼 봐야 할지 궁금했습니다.

카: <더 데이즈>의 원작이 일본 저널리스트분이 쓰신 책이고 사실 저는 원작에 해설로 참여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청탁을 받고 해석을 쓰게 되었는데, 처음에 책을 읽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일본 역시 정부가 만든 기관도, 씽크탱크에서 만든 조직단체도, 사고조사위원회라는 조직도 있는데요, 사고조사위원회의 결과와 비추어 보았을 때 이 도서는 사실에 충실한 내용이 있습니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가짜뉴스가 적힌 도서들도 다수 출판이 되었는데, <더 데이즈>의 원작 도서의 경우에는 몇 십 년 넘게 사람들에게 취재를 진행하였습니다. 물론 현지에 있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의 기억이 항상 들어맞는것도 아니겠지만, 오랜 기간동안 사람들에게 취재를 했다는것만 봤을 때도 충실하고 좋은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드라마 <더 데이즈>의 좋은 점을 하나 말씀드리면, 12년간 원전 사고 관련하여 지진 관련 이야기가 이슈되고 영화도 많이 나왔지만 원전에서의 사고가 아닌 쓰나미로 돌아가신 두 분이 있습니다. 쓰나미로 두 분이 사망한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남았고,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사고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피폭이나 원자력 사고 때문에 돌아가신것은 아니기 때문에 작품의 소재로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 데이즈>는 이 부분을 꼭 짚고 넘어갔다는 부분에서 평가받을 만합니다. 이는 제가 했던 필드레코딩과도 맞물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말씀드리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나 단순화된 생각들에 노이즈를 띄워서 상상력이 넓게 퍼질 수 있게, 상상력을 전달하는 과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자3: 선생님이 작성하신 책들의 제목을 보고 관심이 많아져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쓰신 책 중에서 <후쿠시마의 정의: 일본의 변함없음과의 투쟁>이라는 제목을 보았습니다. 아마 <유럽의 변함없음과의 투쟁>이라는 제목을 후쿠시마와 관련되어 쓰신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혹시 간단하게라도 어떤 책인지, 일본의 변함없음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시고 계신건지 책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는지 여쭤봅니다.

카: <후쿠시마의 정의: 일본의 변함없음과 투쟁>은 잡지나 신문에 그간 투고한 내용을 묶은 일종의 논문집인데요, 책을 통해 크게 말씀드리고 싶던 큰 축은 저희가 스스로 후쿠시마에 대해 얼만큼 잘 알고, 그 내용이 틀림없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는 “틀렸다”라고 말하는것 역시 논의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런것들을 피해 좀 더 확장된 시선으로 보고자 했던게 이 책의 중심적인 내용입니다. 사실 지금은 점점 악화되는것 같습니다. 나만의 정의가 있고 타인의 정의도 비판하는 상황이죠.

김: 사실 선생님 여기에 모시게 된 것도 그간 쓰신 책들이 한국에 번역이 되어 있지 않아서요. 누군가 관심을 가지고 번역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하고 마무리 하면 좋을것 같은데요. 통역가 콘노 유키 선생님의 줌 배경 화면으로 시골 풍경 사진이 보여 생각이 났는데, 방사능 낙진 피해를 받은 일본의 ‘카시마’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저희 동료들과 카시마에 다녀왔었는데, 카시마는 그동안 낙농업으로 생계를 이어 온 곳임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작물을 키워 먹을 수도 없고 더이상 소나 돼지, 동물들을 키울 수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곳에 거주금지해제가 풀리면서 귀환을 하고 그곳에서 살기로 결심한 분들이 많이 계신다고 알게 됐어요. 그분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급격한 재난, 저희가 아는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재난이 아니라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느린 재난’ 같은 경우에는 우리의 대화와 접근 역시 굉장히 ‘느려야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마지막으로 인사 한마디 듣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카: 훌륭한 기회를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번 후쿠시마에 대한 일들은 동아시아 전체에서 큰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라 생각을 하는데요. 후쿠시마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고, 관계 속에서 어떻게 넓혀가고, 긍정적인 감정을 생각할 수 있고, 이런 시간들이 늘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후쿠시마를 알려면 실제로 오셔서 보는것이 가장 좋습니다. 도쿄에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이고 코로나도 어느정도 안정화 되어서, 일본으로 직접 오셔서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가볍지 않은 주제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저녁에 자리해 주신 분들 감사드리며, 카이누마 히로시 선생님, 통역을 맡아주신 콘노 유키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일시: 2023년 8월 12일(토) 18:20~20:10

장소: KT&G 상상마당 홍대 시네마

강연: 카이누마 히로시(사회학자, 도쿄대학교)

모더레이터: 김신재(큐레이터)

통역: 콘노 유키

녹취 및 정리: 알트루키 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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