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아키암퐁과 데이비드 블랜디가 이어가고 있는 <파농을 찾아서(Finding Fanon)>(2015~) 연작의 외전이다. 연작은 탈식민주의 학자 프란츠 파농(Frantz Fanon)이 썼으나 남아 있지 않은 희곡을 가정하고 찾아 나선다. 제목의 '외전'은 영제에서 'Gaiden'으로 표기되었는데, 이는 일본 서브컬처에서 외전을 일컫는 단어다. 연작 일부와 외전들은 오픈월드 게임 <GTA V>(2013)를 통해 제작되었으며, 두 작가는 게임 내에서 만나 촬영을 진행하였다. 이렇게 게임을 일종의 영화제작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머시니마(machinima)라 부른다. 머시니마는 게임을 도구로 삼지만 종종 게임 자체의 내러티브나 형식을 벗어난다. 이를테면 <GTA IV>(2008)를 도구로 삼은 필 솔로몬의 <엠파이어>(2012)는 게임 내에서 변화하는 미묘한 변화의 순간들을 관조하며 디지털 게임 내 재현과 인식의 문제를 환기한다. 같은 시리즈의 <GTA V>를 활용한 <FF 외전: 흑사병>은 흑인의 외형을 한 캐릭터가 게임 내 가상의 도시인 로스 산토스의 폐공장, 텅 빈 항만, 해안 등을 거니는 모습과 함께 다매체 예술가인 카밀 오포엠의 포에트리 슬램(poetry slam)을 담아낸다. 게임의 오리지널 캐릭터를 활용하는 대신 <GTA V: 온라인>에서 생성 가능한 커스텀 캐릭터를 도입한 이 영화는 오포엠의 음성을 빌려 영국의 식민주의와 대처리즘을 브렉시트라는 현재적 문제(영화는 2016년작이다)를 언급한다.
<GTA V>의 세계를 짧게 알아보자. 게임의 서사는 프랭클린이라는 슬럼가의 흑인 청년이 두 명의 은퇴한 백인 은행강도와 협력해 "큰 건" 하나를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게임 속 세계는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폭력과 범죄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으며, 군사주의, 소비자본주의 등의 이미지가 과장된 패러디의 형태로 배경에 위치해 있다. 게임의 서사를 따라가든, 온라인 모드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생성해 플레이하든, 이 세계는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범죄자라고 선험적으로 규정한다. 경찰, 갱스터, 상대 플레이어 등을 살해하고, (제목처럼) 자동차를 탈취하며, 상점과 은행을 터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나 다름 없다. 하지만 <FF 외전: 흑사병>, 그리고 함께 공개된 다른 <FF 외전> 속 캐릭터들은 그저 게임 내 공간을 거닐 뿐이다. 다른 외전들은 각각 유산, 대안, 통제, 삭제, 탈출 등의 부제를 달고, 쇠락한 광업, 감옥, 테러, 난민 등의 주제를 다룬다. 다시 말해, <FF 외전>들은 게임 내 세계의 규칙으로 인해 범죄자 혹은 그에 준하는 지위로 규정된 캐릭터들이 폐허의 가까운 세계를 거닐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가상 세계의 조건과 현실을 중첩시켜보는 작업이다. 외전 중 유일하게 흑인 캐릭터를 내세운 이 작품은, 가나 이민자 가정 출신인 아키암퐁이 작가의 분신을 내세워 그들이 마주한 현재의 역사적 뿌리를 탐구한다.
글. 박동수. 해파리X네마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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