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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CRITIC -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2023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웹진] <빛 속으로> 김익현, 2022
윤재희 조회수:1771 추천수:4 121.129.84.56
2023-08-13 12:20:24

해협 너머로 풍경이 펼쳐져 있고, 빛은 공기를 가로질러 바다 위를 건너간다. 빛이 직진한다. 빛은 굴절했다. 김익현의 <빛 속으로>는 기록될 수 없었던 등대의 빛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100년 전의 사진건판과 낮은 감도의 필름으로는 밤바다를 밝히는 등대의 빛을 충분히 보전할 수 없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더 많은 빛을 더 오래 보존할 수 있게 된 지금, 등대는 더 이상 빛을 발하지 않는다. 등대의 빛은 대부분 그림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등대의 빛이 꺼지기까지 그 빛을 멀리까지 퍼트리려 했던 사람들과 이를 기록하기 위해 애쓴 흔적들이 있다. 프리즘과 굴절 렌즈를 통해 17해리 밖에서 빛이 포착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프레넬의 실험, 세밀하게 계산된 굴절각으로 빛을 멀리까지 내보내는 특수 장치의 도면들. 빛의 발원지로부터 빛이 가닿는 곳, 부산과 쓰시마, 100년 전부터 한국 근현대까지의 시간과 공간이 영화 안에 놓여 있다. 카메라는 이들 시공간의 사이를 연결하는 존재를 추적한다. 

사람들이 해협 너머에 무엇이 보이느냐고 묻는다. 카메라는 해협 너머의 풍경을 보여주는 대신 등대 주변을 바라본다. 신발, 배, 물류산업이 이루어지는 부산 조선소의 현장, 항구, 그리고 도시가 놓여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해저 광케이블 매립 표지판과 맨홀 뚜껑, 통신 시설이 나타난다. 영화는 스틸컷, 무빙 이미지, 파운드 푸티지와 이중 프레임까지 다양한 형식의 이미지들을 스크린 안에 들이는데, 각각의 이미지들은 빠른 속도로 지나가 한 장면을 충분히 살필 시간을 주지 않는다. 다만 이들 이미지는 대상이 거기에 있었음을, 그 현존 자체의 감각을 남긴다. 

한편 김익현은 영화 안으로 우연히 치바현의 해안길을 따라 여행한 사람의 중고 필름을 불러온다. 덤으로 딸려온 주인 모를 필름 사진이 카메라의 시선을 일본의 치바현으로 옮긴다. 사진은 의도 없이 다가와 부산과 치바현 사이, 저 너머를 향하는 시선 사이를 메운다. 그곳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이어진다. 마을의 곳곳, 도시와 항구, 등대의 모습. 쓰시마 한국 전망소에서 멀리 바다를 응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저 너머 부산이 보이느냐고. 

빛을 해협 저편으로 보내고자 했던 등대의 빛은 꺼졌지만, 볼 수 없는 것을 향한 질문은 계속된다. 대답은 해협 사이를 떠돌며 그 주위를 아우른다. 이곳과 저곳을 연결한다. 지금 여기와 그때의 그곳이 연결되기까지 빛이 향하는 길은 더는 선형적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빛은 직진하지 않고, 우연을 동력 삼아 나타난 사진을 우회로 삼아 저 너머에 도달하기 위한 새로운 지도 를 그린다. 시선은 빛을 따라가지 않는다. 스스로 빛 속으로 들어간다. 영화가 풍경을 향한 비선형의 응시를 만들어낸다.

글. 윤재희. 네마프2023 기획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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