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예술, 그 경계 어딘가에서 움직이기
<버블클리너>는 쇼의 정점이 되는 무대가 아닌 그 뒤편, 비가시화된 공간을 점유하는 청소 노동자의 움직임을 쫓는 작품이다. 공연이 끝난 후 모두가 떠난 백스테이지는 어둡고 조용하며 지저분하다. 청소부는 그 복도를 대걸레로 밀며 등장한다. 일상적인 노동의 움직임은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 비눗방울이 청소부의 손끝과 접촉한 순간, 비일상적인 움직임으로 변모한다. 대걸레를 지탱하던 팔이 허공을 가로지르고 복도 앞을 향하던 다리는 멈춰서고 회전하며 춤을 만들어낸다. 낮은 현악기 음 위로 전자음이 쌓이며 음악이 전환된다. 전에 없던 환상성의 시간이 시작된다.
청소부는 춤을 춘다. 비눗방울은 피어오르고 부유한다. 각각 카메라와 VFX 작업을 통해 포착되고 만들어진 별개의 이미지들이 한 프레임 안에서 겹침을 이루자, 새로운 상호작용과 의미가 탄생한다. 작은 비눗방울 하나를 터뜨리는 데서 시작한 청소부의 움직임이 자기만의 몸짓으로 머물다가, 손끝에서 피어난 큰 비눗방울을 마주하는 순간 물질과 공간을 더욱 넓게 탐구하는 방향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이들은 복도라는 수평 공간을 가로질러 앞으로 밀고 나간다. 청소부와 비눗방울의 비선형적인 운동이 선형적인 공간을 관통하면, 이 백스테이지 복도는 지나가야 하는 통로인 동시에 머물러야 하는 무대가 된다. 그 속에서는 너저분하게 흐트러진 쓰레기와 파편들도, 너덜너덜하게 간신히 붙어 있는 벽의 포스터들도 그럴듯한 무대 구성의 일부가 된다. 이들의 에너지가 뒤엉키며 본 공연이 모두 끝난 무대 뒤편의 쓸쓸했을 법한 공간에 숨을 불어 넣는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청소부의 몸과 흩날리고 떠도는 비눗방울 구체들을 통해, 그리고 그들에게 끈질기게 따라붙는 프레이밍 안에서 이 시공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살아 있다.
카메라-VFX 이미지의 관계가 교차하듯, 노동과 예술의 관계도 재구성된다. 청소 노동자, 노동 환경으로서의 백스테이지, 그리고 노동에 사용되는 비눗방울이라는 물질의 결합은 춤 노동자, 무대라는 노동 환경, 그리고 춤 파트너이자 무대 구성 요소인 비눗방울의 관계로 새롭게 인식된다. 어떤 움직임은 노동이고, 어떤 움직임은 예술인가. 무엇이 공간을 빛내는 것인가. 또 무엇이 우리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쾌를 선사하는 것인가. 노동과 예술의 분리 불가능성에 대한 사유를 끌어안고, 필연적인 하강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청소부와 비눗방울의 움직임을 좇던 카메라가 복도 막다른 구석에 다다르자, 그에게서 서서히 멀어지는 것이다. 조명이 하나둘 꺼지고 음악이 잦아들며 비눗방울도 점차 사그라든다. 처음 등장하던 모습처럼 청소부는 다시 혼자가 된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여전히 찬란하다. 어두운 복도 끝에서 홀로 핀 라이트의 빛을 받는 그는 노동 현장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이다.
글. 이슬기. 네마프2024 비평웹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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