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역사
할 포스터는 그의 글 ‘아카이브 충동(An Archival Impulse)’에서 아카이브 충동의 핵심적 속성 중 하나는 “연결될 수 없는 것을 연결하려는 의지”이며, 이것은 “총체화하려는 의지라기보다는 관계를 만들려는 의지”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은 “잘못된 위치에 놓여 잊힌 과거를 탐색하고, 그 과거가 지닌 다른 기호들을 대조하며, 현재를 위해 남아있을 법한 것을 확인하려는 의지”이다. 해당 논의를 빌려 아카이브 영화의 의의를 말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과거의 이미지를 발견하고 가공 없이 보여준다는 데에 있지 않다. 그보다는 수집된 이미지들을 배열하는 과정에서 이미지 안에 잠재되어있던 역량이 발현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역사 쓰기와 현재에 대한 검토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러브 데스 도그>는 아카이브 영화로서 과거의 이미지를 통해 새로운 연결을 모색하는 영화다.
1914년 조선총독부의 지원을 받은 인류학자 도리이 류조는 내선일체의 과학적 근거를 찾기 위해 식민지 조선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다. <러브 데스 도그>는 당시 도리이 류조 조사단이 기록한 사진들을 비롯, 식민지기에 촬영된 푸티지들을 늘어놓는다. 이중에서 핵심이 되는 사진은 유리건판 사진인 <전남 해남 우수영의 진돗개>이다. 이 사진은 한국에서 찍힌 개 사진 중 가장 오래된 사진 중 하나로, 조선인들의 신체, 조선의 문화나 풍습, 유적이나 유물, 지역 풍경 등과 함께 촬영되었다. 영화가 언급하듯, 조선총독부의 경우 조선인과 조선에 대한 기록을 다루는 방식에서 “인간과 동물 그리고 사물을 동등하게 낮은 곳에 위치시키기”를 숨기지 않는 반면, <러브 데스 도그>는 해당 사진들을 삽입된 자막과 함께 배열하며 이를 뒤집으려 한다. 가령 조선인들의 신체를 촬영한 사진은 곧 창경궁 안에 전시된 동물들과 몽타주되고, 이는 연구 대상으로 수집된 사진들에서 해당 대상들이 전시 대상으로 여겨진 이들과 같은 위치로 격하된 입장에서 대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러브 데스 도그>의 이미지들은 조선총독부의 ‘보기’의 방식을 폭로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동시에 <러브 데스 도그>는 식민지기 일제의 광견병 대응과 그에 관한 자료를 나열함으로써 종(種)적 차원에서 착취와 통제, 학살이 동일하게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개에 대한 관리와 통제, 광견병에 대한 방역 대책은 식민지 조선을 효율적으로 통제 관리하기 위한 조선총독부의 방침이나 내선일체 주장, 위생 정책, 불령선인(不逞鮮人)을 잡아들이기 위한 감별 수단과도 연결된다. 흥미로운 건 이 두 사실 중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보충하도록 구성되기보다는 모두 동등한 정보로서 진술된다는 점이다. 비인간화된 삶과 비인간의 삶. 이들을 함께 들고 영화는 현재의 삶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 영화에서 감독이 직접 촬영한 영상은 몇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식민지기의 비인간종에 대한 레포트-영화로도 비춰지지만, 이 몇 되지 않는 촬영본과 과거 이미지, 그것의 아카이브(혹은 그 레포트)의 관계는 <러브 데스 도그>를 더욱 인상적인 작업으로 만든다. 이 영화는 식민지기의 식민지민과 동물을 연결하고 그것을 현재의 문제로 끌어당겨 관계망을 형성함으로써 새로운 인식틀을 구성하려 한다. 비인간종의 역사를 통해 근대 국가와 식민지기를 돌아보고, 그것이 어떻게 여전히 잔존해왔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에 등장하는 반려종으로서의 개들은 이 위계에서 어떻게 탈피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처럼 보이기도 한다.
글. 성진혁. 네마프2024 비평웹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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