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의 광장에서 우상이 되기까지, <동상>
전영찬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동상>은 한 편의 언어 없는 시적 우화이면서 시선을 통한 권력의 생성과 해체 그리고 권위의 순환 구조를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정치적 풍자극이다. 작품은 위인으로 보이는 동상이 서 있는 광장을 주요 배경으로, 한 남자와 원숭이 그리고 군중이 엮어내는 반복적 제스처와 감정의 전이를 통해 권위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을 감시하고 숭배하며 추방하는지를 묻는다. 이러한 점에서 <동상>은 미셸 푸코가 언급한 근대 권력의 작동 방식을 비판적 이미지의 언어로 형상화하며, 권위와 시선의 관계를 해체적으로 드러낸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 감옥의 탄생』에서 권력이 더 이상 왕의 공개 형벌처럼 육체에 가해지는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일상적 시선과 규율을 통해 몸을 조율하고 행동을 통제하는 ‘규율 권력’으로 변화했음을 주장한다. 따라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동상은 이 규율 권력의 대표적 시각 장치로 해석 가능하다. 그것은 특정한 이념과 인물을 기억하도록 명령하는 조형물이자 그 앞에서 감히 넘보거나 흔들 수 없는 상징적 질서의 시선이다. 동상이 놓인 공간은 단순한 광장이 아니라, 질서와 감정이 통제되는 ‘배치’인 것이다.
영화 속 ‘남자’는 이 배치 속으로 들어온 외부자로서, 공간을 관찰하는 듯하지만 실은 그 역시 관찰당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이곳에 함께 있는 원숭이는 체제의 감시 체계 밖에 존재하는 생명체로, 반복적으로나 나타나는 캔 던지기는 무규율적이고 유희적이지만 결과적으로 권위의 균열을 유발한다. 원숭이의 캔에 맞아 남자가 동상 쪽으로 쓰러지고, 그 충격으로 동상이 흔들리는 장면은 통제된 시선을 벗어난 우발적 충돌이 체제를 어떻게 뒤흔드는지를 보여주는 이미지이다.
문제적인 것은 이후 군중의 반응인데, 사람들은 진짜 가해자인 원숭이가 아니라 그저 캔에 맞은 남자에게 분노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권력이 개인의 의도나 행위를 넘어선 곳 즉, 집단 감정의 코드와 무비판적 순응 속에서 작동하는 현실의 재현이다. 푸코에 따르면 권력은 누군가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제도 속에 흐르는 것인데, 이 작품 속 동상 앞에서의 군중들은 그 흐름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이때 그들이 지키는 것은 동상이 아니라 동상을 지킴으로써 보장받는 자신들의 위치와 정체성이다.
그러나 <동상>은 그 권위조차 쉽게 전복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남자가 도망치다 다시 동상 앞에 도착하고, 결국 동상을 쓰러뜨리는 순간 군중의 감정은 반전된다. 이제 그들은 무너진 동상을 짓밟고, 오히려 그 붕괴를 일으킨 남자를 영웅처럼 추앙한다. 푸코적 시선으로 볼 때 이는 권력이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언제든 다른 몸에 이식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쉽게 말해서, 권위는 실체가 아니라 이미지와 감정이 붙들고 있는 순간적 균형이라는 것이다. 남자는 권력을 전복했기 때문에 새로운 권력이 되며, 곧 그는 새로운 ‘동상’으로 형상화된다.
이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이다. 새로 세워진 남자 동상 위에 다시 원숭이가 올라탄다. 이 장면은 하나의 순환 구조가 완결되었음을 알림과 동시에 다음 전복의 도래를 예고한다. 원숭이는 권위의 체계에 포섭되지 않는 존재인 감각적 예외자이자 질서를 반복적으로 교란시키는 상징으로, 그것은 권력의 유동성과 한계를 끊임없이 드러내는 생동하는 신체가 된다.
결론적으로, <동상>은 고정된 질서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내면화되거나 무너지고, 또 얼마나 쉽게 반복되는지를 이미지의 리듬과 상징만으로 포착한다. ‘동상’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추방과 숭배의 순환은 우리 사회가 감정의 질서를 통해 권위를 얼마나 자주 소비하고 대체하는지를 드러낸다. 이야기의 끝에서 <동상>은 원숭이를 다시 등장시키며 묻는다. 다음 ‘동상’은 누구이며, 우리는 또 누구를 쫓을 것인가?
윤필립 평론가
영화평론가, 응용언어학자, 영상번역가. 계명대, 연세대에서 국문학, 영문학, 국어학(한국어교육)을 전공했고, 시나리오작가협회에서 작가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나라꽃 무궁화 스토리 텔링 공모전(산림청)에서 동화 부문 입선을, 서울국제사랑영화제(SIAFF) 기독교 영화비평 대상 수상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 당선을 했다. 만화평론상, 대종상,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및 부일영화상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사)한국영화평론가협회와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 한국 본부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겨레신문 <한국영화사 100년, 한국영화 100작품>, KBS ‘우리 시대의 한국영화 50선’ 집필진으로 참여했으며, 대학에서 한국 언어/문화교육, 담화분석, 한국 대중문화, 인문치료 분야를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르몽드 코리아》, 《영화의 전당》, 《경기일보》 등에 영화와 문화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영화와 가족』, 『영화와 권력』, 『영화와 육체』(이상 르몽드) 등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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