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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NeMaf 2023 장편부문1: 유니버스 GT
조영은 조회수:1743 1.235.155.19
2023-08-16 12:40:59

«장편부문1: 유니버스» GT

일시: 23.08.14(월) 16:10 상영 후

모더레이터: 박동수

참석: 원태웅

 

 

박동수 모더레이터(이하 박동수): <유니버스>는 코오롱 상가에 우연히 갔다가 과거에 사라진 유니버스 백화점을 다시 떠올리면서 시작되었다고 영화 안에서 소개되고 있다. 영화의 바깥에서는 어떻게 처음 출발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원태웅 감독(이하 원태웅): 원래 동네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었다. 동네에서 분가하면서 살던 지역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기억났던 공간 중에 하나가 유니버스 백화점이었다. 그때 마침 코오롱 상가와 그 주변의 재개발로 사라질 공간을 아카이브하고 관련된 예술 작품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코오롱 상가 마저 없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유니버스 백화점과 코오롱 상가를 함께 떠올리면서 기획을 하게 되었다.

 

박동수: 자연스러운 동네 풍경 같은 느낌이었을 것 같다. 처음 영화의 시놉시스만 보았을 때 과거 한국의 건축물을 다룬 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최근에 많이 보였던 아파트생태계라든가 모던 코리아 같은 아카이브를 뒤져서 과거의 연구자료나 영상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작품들을 떠올렸다. 그런데 <유니버스>는 굉장히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최면술은 영화 구조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어떻게 영화에 사용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원태웅: 영화 자체의 출발이 외부로 확장하는 형태라 내부로 더 깊숙이 침투해 들어가는 형식을 생각했다. 저한테서 되게 어렴풋한 기억이 최면을 받으면 더 선명해질 수 있지 않을까, 혹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른 기억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도 있었다.

 

박동수: 최면술을 통해 감독님의 어린 시절 기억을 끄집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면서도 비슷한 기억을 가진 당시 유니버스 백화점을 가보았던 분들을 인터뷰한다. 천호동 근처 유니버스 백화점 인근에 살았던 사람들의 다양한 일상이 공유된다. 우물이 있는 집이라든가, 북한에서 쌀을 받았다는 이야기라든가. 그런 것들이 흥미로웠다. 나누었던 이야기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무엇이었나.

 

원태웅: 사실 천호동이라는 공간을 잘 알면 재미있겠지만, 모르는 분들이 보았을 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에 최대한 시대의 상황을 보여주려고 했다. 저도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초등학교를 다녔을 때 반공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교과서 속 북한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무서웠고 공포의 의미지로 자리잡은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그분들 말씀처럼 빨간 쌀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북한에 대한 교육을 받으며 아이들이 당연히 북한에서는 어떠한 것들이 모두 빨간색으로 되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니 재미있었다. 우주선 관련한 대답도 다들 기억이 비슷하면서도 엇나가는 부분이 있어서 편집하는 과정에서 비교하고 예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관객 1: 방금 말씀해주신 것처럼 서로의 기억들이 엇갈린다. 근데 알아보려고 하면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끝내 알아보지 않으신 건가. 아니면 알고 있는데 엇갈리는 기억의 이야기로 남겨둔 건지 궁금하다.

 

원태웅: 서로 엇갈리게끔 두고 싶었다. 기억한다는 것 자체가 본인은 선명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게 왜곡된 것일 수도 있지 않나. 서로 어떤 부분에서는 맞지만 충돌하기도 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나오길 원했다.

 

박동수: 사실 최면으로도 결국 기억을 선명하게 찾아내는 데는 약간 실패했다고 할 수도 있다. 예전에 가보았거나 보았다고 생각한 것이 기억과 다르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 때가 다들 있지 않나. 기억을 되짚어보아도 핸드폰이 없어 사진이나 기록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셨을 때 혹시 어떤 감정이 있었나. 그리고 최면을 했음에도 선명한 기억을 되살려내지 못했을 때의 기분도 궁금하다.

 

원태웅: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예능 프로그램처럼 눈물을 흘리면서 대단한 것을 발견할 거라는 생각이 아니었다. 최면하는 선생님께서도 제가 사연이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뭔가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누누이 당부하셨다. 그래서 저도 그럴 마음이 없고 충실히 선생님 말만 따르는 학생처럼 임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그걸 기회로 생각하지 않고 있던 일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었다. 오히려 그런 과정을 통해 명쾌한 답이 나왔으면 재미없었을 것 같다.
 

관객 2: 우물’이라는 키워드가 백화점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끊임없이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어진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우물에서 바라본 하늘의 풍경이 시각적으로 감독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우주의 풍경과 겹쳐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서 쓸 정도의 시대에 지어졌던 ‘백화점’이라는 건물 사이의 대조를 보여준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연출 지점이 있어 흥미로웠다.

 

원태웅: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공간이라는 것들이 점프할 수 있고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가거나 그런 것에 관심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 같다. 문득 옛날에 우물이 있었던 것 같아 넌지시 주민분께 물어보니 또 알고 계셨고, 제가 모르는 더 많은 것들을 알고 계셔서 제 기억과 섞어 이야기 했다. 우물이 있는 집에서는 밖으로 나가면 지구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사막 같아 보이는 곳이 있었다가, 다시 우물아래로 내려가면 유니버스 백화점이 나온다거나 그런 식으로 시공간을 우물 안과 밖에서 달라지게끔 염두에 둔 방식이다.

 

 

관객 3: 영화가 가지는 구성에 VFX, 인터뷰, 다큐멘터리, 아카이브 푸티지들이 있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 먼저 생각을 하고 제작하신 건지 아니면 최면을 통해 나온 키워드를 가지고 구상하게 된 건지 궁금하다. 머릿속에서 없어진 기억의 구멍을 매꾸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혹은 다시 본인의 내면으로 돌아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건지. 

 

원태웅: 저도 맨땅에 헤딩하는 상태로 시작했다. 그래서 일단 차근차근 가다듬고 덩어리를 지었던 것 같다. 처음에 인터뷰로 시작해서 구성에 서서히 용각을 잡아갔던 것 같다. 인터뷰가 끝난 다음 최면을 하고, 인서트로 들어간 장면과 VFX를 형성할 것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박동수: 전반적으로 감독님 기억의 빈 부분들이 있고 다른 사람들의 기억으로 채워나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면이 영화의 첫 번째 단계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천호동 바깥의 큰 역사와 작은 역사가 서로 계속 교환되면서 영화가 지연된다는 느낌도 받았다. 중간에 유니버스 백화점을 비롯한 중소 백화점들에 관한 뉴스도 계속 떠올리게 된다. 그런 아카이브들은 또 어떻게 선별해서 가져오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원태웅: 일단 유니버스 백화점과 관련해 서칭 하면서 당시의 유사한 형태의 백화점이 많이 생겨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제 조금 먹고 살만해졌고, 국제적인 스포츠행사도 하는 나라가 되었고, 천호동 앞에서 올림픽대교라고 김포공항까지 연결되는 큰 대로가 있었는데, 막상 백호점을 세우고 나니 그 지역 인근 주민들은 아직 백화점에 갈만큼의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더라. 그래서 유니버스 백화점이 오래 유지되지 못하다 보니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것 때문에 조금 애먹긴 했는데 한편으로는 모든 것이 정답처럼 뚜렷하게 기억되기 보다 오히려 찾아가는 과정들이 있어 더 좋았다.

 

 

 

녹취 및 정리: 조영은. (아카이브팀 ALT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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