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소리와 청각의 영화다. 1950년에 발생한 금정굴 학살의 짤막한 설명자막이 끝나자마자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탄창소리는 관객의 폐부를 시작부터 사정없이 찔러댄다.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의 취임을 필두로 대한민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수립되면서 피로 얼룩진 한국 근현대사의 서막은 그렇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금정굴은 암울했던 그날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공간이자 거센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결코 소멸되어서는 안 될 역사의 편린이다. 일제 강점기에 금 채굴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가 폐광된 수직 갱도에서 경찰은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수백 명의 고양지역 주민들을 집단으로 총살 한 뒤, 굴 속 깊이 겹겹이 떨어뜨려 암매장했다. 사건을 주도한 주체이자 유족들을 보호하는 데 적극적이어야 할 정부는 7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대처도 방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한다. 유족들은 남겨진 자로서 응당 감내할 수밖에 없는 비애와 악몽으로부터 힘겹게 하루하루를 영위 중이다.
<금정굴 이야기>는 한국에서 자행되었던 민족 학살 사건들을 도입부에서부터 나열하며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이 성사되지 않은 한국 민족사의 가슴 아픈 현주소를 유족들의 허심탄회한 음성을 통해서 고발한다. 그 과정에서, 금정굴은 참담했던 일제 치하에서부터 다사다난했던 한국 근현대사까지의 기억들이 어지럽게 중첩된 공간이자 아직까지 치유되지 못한 또 하나의 상흔을 상징한다. 애니메이션을 차용한 영화의 재현 방식은 아직까지 유족들을 옥죄는 그날의 가슴 아픈 기억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며, 동시에 진실을 규명하는 데 있어 국가와 국민들이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정당한 당의를 설파한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하면서도 여전히 효력 있는 메시지와 함께, 영화는 미디어의 시/청각적 기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며 희생자들의 억울한 넋을 기린다. <금정굴 이야기>가 고발한 대한민국의 잔혹한 현실은 아직까지도 실천 의지가 전무한 정치 집단의 태연자약한 태도에 기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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