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주목해야 할 탐험은 예측하지 못한 대상의 발견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느 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창고에서 수해로 훼손된 의문의 필름 뭉치가 우연히 발견된다. 형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흐물흐물해진 필름들을 어렵사리 복원하는 과정에서, 카메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민낯을 현장에서 순간 포착해온 일군의 프로들을 한 명씩 대면하기 시작한다. 격동의 현장을 물심양면 쫓아다닌 그들이 마주한 건 그토록 염원하던 민주주의가 순전히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짙은 불안이었다. 그들의 증언을 생생히 뒷받침하는 일련의 푸티지 영상은 인권 회복에 필요한 실천은 철저히 외면된 채 무의미한 관념만이 부유하던 그 때 그 혼란 속으로 관객들을 밀어 넣을 만큼 강렬한 파토스를 자아낸다. 87년 6월 항쟁 이후로 더 이상 싸울 일이 없을 것으로 기대했던 이들의 희망은 시간을 거듭할수록 나아지기는 커녕, 기본적인 권리마저 부정하려 드는 국가와 권력자들의 후안무치스러운 행보만을 지속시킨다. 그 과정에서, 진보를 부르짖던 이들마저 과거의 부역자들과 똑같이 퇴보를 주창하는 순간을 육안으로 목격한 이들의 목격담은, 영화의 제목 그대로 인권이 아이스크림처럼 무기력하게 녹아 흐르는 대한민국의 노동 현주소를 상징한다. 예기치 못한 발견과 함께 소환된 그날의 기억은 그 자체로 권리 회복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수미상관을 연상시키는 영화의 결말은 의외의 시작에 부합하는 예측 불허한 마무리와 함께 진실이라는 한 단어에 내포된 막중한 가치에 대해서 다시금 설파한다. 아직 세간에 공개되지 않은 또 다른 역사의 진실이 망가진 필름에 있을 것이란 기대는, 설령 그에 대응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미 우리가 왜 진실을 그토록 외면해서는 안 되는지를 충분히 실감시켜준다.
결국, 진실과 관련하여 <멜팅 아이스크림>이 보여준 가장 큰 미덕은 누구보다 가까이 역사의 현장을 몸소 체험한 이들의 생생한 증언 그 자체다. 그들의 후일담은 어쩌면 우리는 이미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미처 기억을 못 한 것이라는 교훈을 안겨준다. 아니, 정확히는 기억을 '안' 하려는 것이 영화의 섬찟한 맥락과 더 맞닿을 것이다.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가 부재하듯, 기억이 소멸된 자에게 진실은 머나먼 뜬 구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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