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름의 <긴 복도>는 '이 지구'와 '그 지구'로 나뉜 세계의 시간을 연결하는 일을 사진과 일기 그리고 Camp Long ATM이라는 데이터값을 통해 시도한다. 누군가가 우연히 발견한 주한 미군 기지였던 캠프 롱을 롱테이크로 샅샅이 살피지만, 이내 여기선 특별히 발견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때문에 해당 장소를 밝히기 위해 그 장소에 머무르길 포기하며, 추적은 이 지구에서 지속되지 못하고 그 지구로 이동하게 된다. 정여름은 실재하지만 그렇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접근이 까다로운 장소를 이미지로 추적해왔고, <긴 복도>에서 작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탐정이 된다. 그가 남아 있지 않은 세계의 유일한 증거가 되는 지도의 Camp Long ATM 데이터값을 발견한 것 같지만, 실은 계속해서 사진과 일기 역시 이 지구에 남아 장소를 증명하고 연결한다. 이 기록을 남긴 작가의 조부모는 기존에 살던 자리에서 내쫓기고 생긴 미군 기지에 다시 거주하며 삶을 지속했던 인물들이다. 영상 속 대화는 서로 다른 지구가 완벽히 연동될 수 없는 이유로 망각을 든다. 두 개의 국기가 나란히 걸으며 광화문으로 향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비추는 카메라처럼, 모순된 시간이 지나온 또 다른 이 지구와 그 지구의 현재는 이렇게 만나고, 또 다시 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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