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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CRITIC -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2023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웹진] [첫 번째 글] <블러드 캔 비 베리 배드> 이은희, 2018
A 조회수:1079 추천수:7 121.129.84.56
2023-08-10 09:39:59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블러드 캔 비 베리 배드Blood Can Be Very Bad’는 뇌 스캔 이미지에서 신경학적 병리를 해독할 때, Blood(혈액), Cisterns(수조), Brain(뇌), Ventricles(심실), Bone(뼈)의 각 앞 글자를 줄여 쉽게 암기할 수 있도록 하는 연상법이다. 작품은 감독의 일상적 순간에 불현듯 발생한 - 또는 (질병으로) 떨어져 버린 - 가족의 질병으로부터 시작해 스크린과 신체를 매개하는 뇌 스캔 이미지와 엑스레이와 같은 의학 영상 이미지를 배치한다. 이은희 작가의 작업에서 하이테크놀로지로 구성되는 ‘신체 이미지’는 통합적인 것으로서의 정신과 신체로 여겨지는 주체성을 이미지로 재현되는 대상과 일치시키는 것에 질문을 던진다. 과학 기술 담론에서 의학 영상 이미지는 당연하게도 너무나 쉽게 환자의 신체와 동일시되곤 하며, 인간의 개입이 축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공정성과 진실과 가까워진다. 이미지는 어디까지가 진실인 것인가 하는 미디어에서의 물음으로부터 지금껏 의학 이미지는 자유로운 것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신체를 절단하여 적재하는 공정, 진실하다고 여겨지는 의학 이미지 사이에서 자신과 그의 가족의 경험을 경유하여 신체를 감각한다는 것은 무엇일지, 이미지가 포함하고 있는 진실이란 무엇인지를 보다 확장적으로 질문한다. 

작품은 정지되어 있는 이미지를 움직이는 이미지로 재생하고, 시점 없는 의학 카메라의 시선은 ‘떨어지는’ 순간에 관해 ‘떨어지는’ 이미지를 생성한다. 플리커가 만들어 내는 잔상 효과는 의학 이미지를 더욱더 해독 불가능한 것 -의학적 지식이 없다면 마찬가지로 어렵지만- 으로 만듦으로써 이미지에 부착된 본래의 목적을 탈락시키는 것에 일조한다. 또한 작가는 감각과 인식을 치유하는 거울 치료 방식을 의학적 푸티지들 사이에 밀어 넣어 하이테크놀로지로 구현되는 가공된 이미지와 대비적으로 배치하며 현상학적 물음으로 정신과 신체의 동시성 및 비동시성, 즉 ‘싱크’를 실험한다. 그의 작업에서 ‘신체상’이라는 개념은 반복되어 등장하는데,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는 『지각의 현상학』에서 ‘고유한 신체Le Corps Propre’를 ‘신체 이미지body image’가 아닌 ‘신체 도식body schema’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그는 사물이나 생물학적 유기체로서의 신체가 아닌 신체의 주체성을 이야기하고, 제니 슬레이트먼Jenny Slatman은 메를로 퐁티의 ‘고유한 신체’ 개념이 1930년대 이후의 심리학자들을 통해 “‘실제 신체’와 주관적 경험 사이의 불일치, 신체 이미지 측면에서 신체”를 설명하는 것으로부터 기인하였다고 설명한다(Slatman, 2006:192).2) 이러한 ‘신체 도식’은 데카르트적 의미의 몸과 정신의 이원론이 아닌 신체 주관성에 기반한 새로운 몸을 설명하는 개념으로서, 이은희 작가가 팔과 다리는 여전히 있으나 그 감각과 인식은 사라진 가족의 질병에 관해 질문할 때 -이와 반대로 부재한 신체에서 여전히 신체 도식 안에 남아 있는 주로 고통의 감각, 즉 ‘환상지’는 메를로 퐁티의 ‘습관적인 신체’에서 설명된다- , 물질/객체object라는 언어를 채택하는 것과 공명한다고 할 수 있다. 

<블러드 캔 비 베리 배드>에서 제기되는 신체 감각과 인식의 문제는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일상적인 몸짓에 숨은 정상성의 의미”를 탐색하는 <이족보행을 위한 몇 가지 전제들>(2021)에서, 물질/객체로의 사유는 LED 모니터의 픽셀을 ‘생동하는 물질Vibrant Matter’이자 생명으로 바라보는 작품 <핫/스턱/데드>(2021)와 과 불균등한 적합한 인간의 문제를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통해서 탐색하는 <컨스타스트 오브 유>(2017)에서 지속된다.

 

2) 이후, 메를로 퐁티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서 『지각의 현상학』의 사유가 여전히 데카르트적 이원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비판하며, ‘살(Flesh)’ 개념을 개진한다.

글. A. 네마프X해파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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