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ence criticism
홈 > 대안영상예술 웹진 > ALT CRITIC -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ALT CRITIC -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2023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웹진] <헤르마디토스 돌기신화 - 드리밍 클럽> 다발 킴, 2022
윤재희 조회수:1861 추천수:5 121.129.84.56
2023-08-12 10:14:08

<헤르마프로디토스 돌기신화 - 드리밍클럽>(이하 <드리밍 클럽>)은 부연 설명 없이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다. 카메라가 프레임에 한 명 혹은 하나의 움직임 단위로 인물을 들이고, 변형되거나 해체된 전통 복식을 두른 이들이 프레임 중앙에 나타나 퍼포먼스를 수행한다. 과장된 의복의 조형적 요소가 인물들에게 신화적 속성을 부여하며 인물의 특정 성격이 퍼포먼스의 움직임을 통해 드러낸다. 의복이 전하는 스펙터클과 서로에게 개입하는 인물들의 움직임은 다발 킴이 그간 구축해온 작가 본인의 생태계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한편 <드리밍 클럽>은 상상의 출처를 연상할 수 있을 듯 하면서도 어딘가 뒤틀리고 어긋나버리는 것으로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되기를 그만둔다. 다발 킴은 적극적으로 스펙터클을 제시하면서도 뚜렷한 기승전결을 쌓지 않고, 이 퍼포먼스 필름이 하나의 민담으로 완결되지 않도록 제어를 건다. 가령 인물들은 켜켜이 쌓여 서로를 아우르는 관계를 형성하는 대신, 개별적인 존재로서 명시되는 것에 가깝게 나타난다. 같은 장소에서 시작하여 모두 한 곳을 향해 움직이는 인물들의 배열과 동굴 내부에서 드러나는 실루엣을 담은 쇼트는 영상이 구축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끔 구성되었지만, 이러한 흐름이 내러티브적으로 인물들 간의 관계를 축적하거나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드리밍 클럽>은 인물들이 관계를 맺는 동시에 분열하고 자신이 발붙이고 있던 공간에서 탈주해버리는 순간에 주목한다. 그의 주목 안에서 형상과 움직임 그리고 조형물들은 자신을 스스로 나열하기 시작한다. 이미지로 제시되는 인물들과 그들이 제시하는 퍼포먼스가 하나의 영상 속에서 융합될 때, 개별 조형물들의 존재가 몽타주를 넘어 강조되는 동시에 피사체-조형물-퍼포머 간의 위치 관계는 명확하게 가시화된다. 이는 내러티브가 형성되려던 순간에 어긋남을 발생시킨다. 자신에게 조형물로서의 성질을 입히고 카메라 앞에서 대상이 되다가도, 스스로 그 위치를 역전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인물들의 행렬에게서는 단절의 순간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물들은 하나의 장소에 모여 하나의 영상 안에 공존한다. 이분법적인 규범을 해체하고 규정에 종속되기를 거부하는 다발 킴의 생태계가 영상 위로 작동하고 있다.

글. 윤재희. 네마프2023 기획 코디네이터.

 

 

댓글[0]

열기 닫기

  • 첫 숨 (김효정, 2025) | 비평 정지혜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윤재희 2025-08-13 조회수:1581 추천:6
    마르흐르트 셰버마커르(Margriet Schavemaker)는 미술관을 협상의 공간이자 변화와 실험의 에이전트라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우리는 미술관 건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것이 꼭 물리적인 공간일 필요는 없다. 네마프의 대안영상예술한국단편부분에 선정된 작품들이야말로 네마프가 에이전트하는 변화와 실험의 리트머스 작품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김효정이 제작한 4분 13초의 애니메이션 <첫 숨>은 눈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이야기의 원형은 세대를 아울러 공감과 소통되는 이야기지만, 이 협상의 공간에 지속해서 젊...
  • 몬스트로 옵스큐라 (홍승기, 2025) | 비평 김현승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윤재희 2025-08-13 조회수:1585 추천:7
    1996년 서울. 한 필름 현상업체가 매일 6톤가량의 폐수를 한강에 무단 방류한다. 구리와 아연 함량이 높은 독성 산업폐기물은 ‘필름 괴물’의 탄생을 부른다. 가오나시를 닮은 ‘무빙 픽쳐’는 이름 그대로 도시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다. 그러나 그를 두려워하는 이는 없다. 안타깝게도 괴물이 눈을 뜬 2025년은 필름의 시대가 이미 저물어버린 뒤였기 때문이다. 슬픔에 잠긴 그는 18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유년기의 기억을 떠올린다.
    <몬스트로 옵스큐라> 속 괴물의 탄생 서사는 봉준호의 <괴물...
  • 안녕! (이은정, 2024) | 비평 김현승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윤재희 2025-08-13 조회수:1520 추천:13
    경쾌한 리듬에 맞춰 거리를 걷는 남자. 무용과 러닝 사이 독특한 위치를 점유하는 그의 걸음걸이를 언어로 묘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거리의 행인들은 골목 곳곳을 물 흐르듯 유영하는 그를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다. 그의 여정에 동행하는 카메라가 가끔 사람들의 눈길을 불러 모으지만, 일상과 예술의 모호한 경계에 걸쳐있는 퍼포먼스는 미묘한 이질감만을 남길 뿐이다.
    남자가 배회하는 양평동 1가에는 얼마 전까지 ‘인디 아트홀 공’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조병희 대표가 방치된 양은냄비 공장을 개조...
  • 창경 (이장욱, 2024) | 비평 김현승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윤재희 2025-08-13 조회수:1425 추천:6
    창경궁 건립에 관한 텍스트로 막을 올린 <창경>은 형체가 불분명한 이미지로 가득하다. 관객은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지는 것들의 정체를 쉽게 가늠할 수 없다.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유기체의 소리를 통해 현미경으로 바라본 미생물의 움직임쯤으로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이어 일제가 조선 황실의 권위를 훼손하기 위해 창경궁 안에 동‧식물원을 조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새로운 정보가 더해지면서 화면은 점점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띠지만, 여전히 스크린 속 대상의 정체는 모호하다. 언뜻 보이는 나뭇잎의 형상과 소리를 통해 자연을 떠올릴 수 있을 ...
  • 시련과 입문 (백종관, 2025) | 비평 김현승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윤재희 2025-08-13 조회수:1410 추천:5
    텅 빈 극장. 스크린에는 누군가가 과거에 쓴 일기가 상영되고 있다. 곧 화면이 스크린 속 영상으로 전환되며 나레이션이 시작된다. “한 여배우의 생애에 있어서의 위기. 제목입니다. 사이-존재로서, 저는 어쩌면 처음부터 불안에 시달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끝맺고 싶었습니다. 죽음은 어떤 걸까요? 아마도, 어둠 속의 빛? 어쩌면 그것은 아름다운 무엇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원한 것. 벗어나고 싶었어요. ... 나는 어떤 사람일까요? ... 창조주이자 피조물로서의 인간인 나는 또 결론을 짓고 싶습니다.”
    ...
  • 식물 (이명륜, 2024) | 비평 윤필립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윤재희 2025-08-12 조회수:1399 추천:9
    생과 사를 감각하는 에코시네마적 상상, <식물>
    이명륜 감독의 단편영화 <식물>은 우리가 외면하거나 언어로 다루지 않는 것들, 그중에서도 특히 죽음 이후의 세계를 고양이나 화초 같은 말 없는 존재들의 시선으로 조명한다. 이 작품은 자극적이거나 극적인 전개를 따르기보다 감정을 절제한 시청각 언어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조용히 응시하는 영화적 사유를 펼쳐 보인다.
    영화는 한 여자아이가 말 없이 보이는 행동으로부터 시작된다. 놀이터에서 혼자 노는 아이는 민들레 홀씨를 불어 날린다. 이 홀씨는 바람을 타고 도시의 낡은 원룸 창문 사...
  • (환영합니다) 난초의 행성입니다 (박지윤, 2024)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윤재희 2025-08-11 조회수:1461 추천:6
    환영합니다? 난초의 행성입니다
    <(환영합니다) 난초의 행성입니다>라는 제목의 ‘환영합니다’에는 괄호가 쳐져 있다. 이는 환영한다는 것일까, 결코 환영할 수 없다는 것일까?
    <(환영합니다) 난초의 행성입니다>는 인간의 언어로 친절하고 너그럽게 말해주는 난초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해 4장로 이루어진 그야말로 ‘난초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영상들의 향연을 보여준다. 1장 ‘(비 식물) 인간의 착각’은 난초와 식물들, 자연을 대하는 인간들의 일방향적인 사고를 난초의 관점에서...
  • 모든 점 (이소정, 2024) | 비평 윤필립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윤재희 2025-08-11 조회수:1642 추천:13
    점과 점 사이의 세계, <모든 점> - 이소정의 감각적 존재론
    이소정 감독의 다큐멘터리 <모든 점(Every Single Dot)>은 제목처럼 단일한 이미지나 서사를 지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많은 점, 단절된 이미지, 무수한 소리의 파편들을 유영하며 감각의 가장자리에서 존재를 감지하는 동시에 그것을 조용하고도 치밀하게 사유하는 작품이다. 그 사유의 과정은 단순히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조건 자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감각적 존재론의 실험이라 할 수 있겠다.
    <모든 점>은 어딘...
  • 괴인의 정체 (박세영, 2024) | 비평 윤필립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윤재희 2025-08-11 조회수:1655 추천:7
    <괴인의 정체>, 말하지 않는 공포 그리고 보여주지 않는 윤리
    박세영 감독의 <괴인의 정체>는 전통적인 영화 서사 문법을 해체하면서도 감각적 자극과 형식적 실험을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공포 체험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대사 없이 흑백의 시청각 리듬만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공포의 본질을 감정이 아니라 감각으로 전환하며, 인간 존재의 윤리적 정체성과 폭력의 순환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작품이 대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이미지와 소리만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이는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공포를...
  • 경계의 고도 (김현원, 윤병현, 홍유라, 2024) |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윤재희 2025-08-11 조회수:1414 추천:15
    도래한 미래와 사라질 과거 사이에서
    : 김현원, 윤병현, 홍유라의 <경계의 고도>에 관하여
    영화는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서울의 달동네 ’정릉골‘에 대하여 다룬다. 과거의 자료들─신문 기사와 지도, 사진 등─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암시되듯, 이곳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된 것처럼 보인다. 정부의 단속을 피해서 낮에는 허물고 밤에는 세우는 과정을 반복하며 어렵게 통과해 온 시간들. 그 시간은 이제 곧 완전한 과거가 될 것이다. 영화는 아파트 단지와 고가 도로 사이에 낮게 깔린 판자촌이 비집고 들어선 풍경을 파노라마로...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