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와 이전을 상상하게 하는 현재의 푸티지: 김재익의 <타의적 진부화 – 유동하는 대지>에 관하여
김재익의 <타의적 진부화 – 유동하는 대지>는 리튬 광산에 투입되는 노동 푸티지와 첨단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찬미하는 영상들을 교차시킨다. 친환경이라는 미명 하에 산림을 훼손하고 광산화하여 극단적 강도의 노동을 강조하는 자동차 산업의 이면을 드러내는 김재익의 푸티지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산업이 내포하는 양면성을 가감없이 고발한다. 2채널로 진행되는 영상 속에서 한쪽에는 잘 정비된 도로에서 자율주행을 위해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다른 한쪽에서는 신체가 훼손될 정도의 고강도 노동에 투입되는 인력과 그 산물들을 전시한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서 김재익은 인공지능과 전기차로 대표되는 첨단산업이 온전히 이 지구라는 토양에서, 그 토양의 광물들을 활용해서 형성되어 온 산물임을 가시화한다. 자주 무시되곤 하는 사실이지만,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물질적 토대가 필요하다.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 무질량처럼 느껴지는 데이터라고 하여도, 모든 데이터는 어딘가의 서버에 저장되어야 하고, 이 전기신호는 명백한 정보-에너지값을 갖는다. 김재익은 서버의 물질적 근간을 구성하는 광물-광산의 이미지가 디지털적으로 교란되는 이미지를 통해, 이제 1차 산업조차 단순한 전기신호 이미지로 감각되며, 그런 방식으로밖에 감각할 수 없음을 보인다.
광산의 땅을 뚫는 드릴의 형상은 이제 실제 산업 현장의 것보다 게임 속 이미지로 더욱 친숙하며, 이를 진짜 광산에서 다루는 이들의 모습은 어두운 실루엣으로만 재현된다. 풍광은 조감이 되어 독도법(讀圖法)의 방식으로만, 정확히 말하면 게임의 미니맵을 보는 방식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렇게 재구성된 세계는 내연기관이 사라지면 평화롭고 안정된 미래가 찾아올 것처럼 스스로를 홍보하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미래는 상온초전도체나 핵융합 발전 기술이 실현되지 않는 이상 쉬이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빅데이터의 시대에 기반이 되는 구리와 텅스텐, 갈륨의 생산은 토양 황폐화를 가속시키고, 이 광물들을 가공하는 데에 사용되는 고에너지 산업 시스템은 다시 화석연료를 소환하는 탓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특히 리튬 광산의 푸티지와 일론 머스크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김재익이 영상은 또 다른 종류의 상상을 야기한다. 일론 머스크는 2024년까지 자사의 배터리 효율을 높이지 못하면 관련 사업을 중단한다고 말했으며, 내연기관 차의 최첨단을 달렸던 벤츠는 전기차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저품질의 배터리만을 사용하여 인천 청라에서 초대형 화재를 야기하였다. 2024 네마프가 진행되는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동시대적 사건들이라는 맥락을 통해, 김재익의 영상은 리튬 광산 이후를 상상하게 한다. 만약 리튬보다 더 나은 광물이 발견되거나, 주류 배터리 패러다임이 비리튬계로 전환된다면, 따위의 상상들이 튀어나온다. 그렇다면, 푸티지 속의 광산들과 그 광산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어디로 향하여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따위의 질문들이 연이어 구성된다. 또한 동시대적 사건들과 연결되어 리튬 배터리 이후를 상상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리튬 배터리 이전의 광산을 상상하게 된다. 나열되는 푸티지는 리튬 광산이 개발되기 이전의 숲과, 그곳에 있지 않았던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이 광업에 소모되는 육체를 감내하면서도 그곳에 오게 된 경위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푸티지들의 나열 앞에서, 이러한 영상들 없이는 그런 존재를 상정하지도 못했던 빈약한 상상력을 가감없이 느끼게 된다.
글. 유미주. 시각문화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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