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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CRITCISM -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 웹진

깨어난 침묵(박배일) - 박진희 관객구애위원
nemafb 조회수:1818 추천수:2 121.162.174.61
2016-08-23 17:14:50

영화는 침묵과 그 뒤로 흐르는 초침소리로 시작된다. 카메라는 어느 평범한 아줌마, 아저씨들의 얼굴을 담고, 우리는 그들의 복잡한 감정이 섞인 얼굴을 오래도록 응시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 엄마 아빠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모습의 그들은 부산 생탁 막걸리 공장의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노동자들은 상식적인 노동 환경과 인간다운 처우를 바라며 어렵게 침묵을 깨뜨렸지만 그들은 사측에도, 공공기관에도, 같은 동료에도, 심지어 가족에게까지도 외면당한다. 이 영화는 그런 노동자들의 이야기, ‘투쟁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던 그들이 노숙 농성과 고공 농성을 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전달한다.

우리는 모두 노동자이고 노동의 결과물로 살아가지만 노동에 대한 이야기는 흔히 내 것이 아닌 것으로 치부한다. 우리가 그들의 얼굴, 이야기를 영화에서처럼 그토록 가까이서 접해본 적이 있던가. 영화는 그러한 생생함을 통해 그들의 외침이 우리 가까이에 있는 현실임을 말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단결을 외치던 그들과 그 옆을 무심히 지나치던 우리 사이의 차이는 그저 지극히 우연하고도 사소한 한 끗 차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 일이 되었을 수도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우리는 너무도 인색했으며, 그 아픔에 우리는 너무도 무감각하다. 힘들게 깨어난 침묵은 반복되는 무감각 속에서 다시 그들을 집어삼키고 있고, 시간은 예전과 같이 계속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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