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마프로디토스 돌기신화 - 드리밍클럽>(이하 <드리밍 클럽>)은 부연 설명 없이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다. 카메라가 프레임에 한 명 혹은 하나의 움직임 단위로 인물을 들이고, 변형되거나 해체된 전통 복식을 두른 이들이 프레임 중앙에 나타나 퍼포먼스를 수행한다. 과장된 의복의 조형적 요소가 인물들에게 신화적 속성을 부여하며 인물의 특정 성격이 퍼포먼스의 움직임을 통해 드러낸다. 의복이 전하는 스펙터클과 서로에게 개입하는 인물들의 움직임은 다발 킴이 그간 구축해온 작가 본인의 생태계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한편 <드리밍 클럽>은 상상의 출처를 연상할 수 있을 듯 하면서도 어딘가 뒤틀리고 어긋나버리는 것으로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되기를 그만둔다. 다발 킴은 적극적으로 스펙터클을 제시하면서도 뚜렷한 기승전결을 쌓지 않고, 이 퍼포먼스 필름이 하나의 민담으로 완결되지 않도록 제어를 건다. 가령 인물들은 켜켜이 쌓여 서로를 아우르는 관계를 형성하는 대신, 개별적인 존재로서 명시되는 것에 가깝게 나타난다. 같은 장소에서 시작하여 모두 한 곳을 향해 움직이는 인물들의 배열과 동굴 내부에서 드러나는 실루엣을 담은 쇼트는 영상이 구축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끔 구성되었지만, 이러한 흐름이 내러티브적으로 인물들 간의 관계를 축적하거나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드리밍 클럽>은 인물들이 관계를 맺는 동시에 분열하고 자신이 발붙이고 있던 공간에서 탈주해버리는 순간에 주목한다. 그의 주목 안에서 형상과 움직임 그리고 조형물들은 자신을 스스로 나열하기 시작한다. 이미지로 제시되는 인물들과 그들이 제시하는 퍼포먼스가 하나의 영상 속에서 융합될 때, 개별 조형물들의 존재가 몽타주를 넘어 강조되는 동시에 피사체-조형물-퍼포머 간의 위치 관계는 명확하게 가시화된다. 이는 내러티브가 형성되려던 순간에 어긋남을 발생시킨다. 자신에게 조형물로서의 성질을 입히고 카메라 앞에서 대상이 되다가도, 스스로 그 위치를 역전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인물들의 행렬에게서는 단절의 순간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물들은 하나의 장소에 모여 하나의 영상 안에 공존한다. 이분법적인 규범을 해체하고 규정에 종속되기를 거부하는 다발 킴의 생태계가 영상 위로 작동하고 있다.
글. 윤재희. 네마프2023 기획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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