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ence criticism
홈 > 대안영상예술 웹진 > ALT CRITIC -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ALT CRITIC -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2024 NeMAF 비평웹진] 타의적 진부화 - 유동하는 대지(김재익, 2023)
유미주 조회수:2719 추천수:6 110.35.22.58
2024-08-06 23:56:35

이후와 이전을 상상하게 하는 현재의 푸티지: 김재익의 <타의적 진부화 – 유동하는 대지>에 관하여

 

  김재익의 <타의적 진부화 – 유동하는 대지>는 리튬 광산에 투입되는 노동 푸티지와 첨단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찬미하는 영상들을 교차시킨다. 친환경이라는 미명 하에 산림을 훼손하고 광산화하여 극단적 강도의 노동을 강조하는 자동차 산업의 이면을 드러내는 김재익의 푸티지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산업이 내포하는 양면성을 가감없이 고발한다. 2채널로 진행되는 영상 속에서 한쪽에는 잘 정비된 도로에서 자율주행을 위해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다른 한쪽에서는 신체가 훼손될 정도의 고강도 노동에 투입되는 인력과 그 산물들을 전시한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서 김재익은 인공지능과 전기차로 대표되는 첨단산업이 온전히 이 지구라는 토양에서, 그 토양의 광물들을 활용해서 형성되어 온 산물임을 가시화한다. 자주 무시되곤 하는 사실이지만,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물질적 토대가 필요하다.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되는, 무질량처럼 느껴지는 데이터라고 하여도, 모든 데이터는 어딘가의 서버에 저장되어야 하고, 이 전기신호는 명백한 정보-에너지값을 갖는다. 김재익은 서버의 물질적 근간을 구성하는 광물-광산의 이미지가 디지털적으로 교란되는 이미지를 통해, 이제 1차 산업조차 단순한 전기신호 이미지로 감각되며, 그런 방식으로밖에 감각할 수 없음을 보인다. 
  광산의 땅을 뚫는 드릴의 형상은 이제 실제 산업 현장의 것보다 게임 속 이미지로 더욱 친숙하며, 이를 진짜 광산에서 다루는 이들의 모습은 어두운 실루엣으로만 재현된다. 풍광은 조감이 되어 독도법(讀圖法)의 방식으로만, 정확히 말하면 게임의 미니맵을 보는 방식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렇게 재구성된 세계는 내연기관이 사라지면 평화롭고 안정된 미래가 찾아올 것처럼 스스로를 홍보하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미래는 상온초전도체나 핵융합 발전 기술이 실현되지 않는 이상 쉬이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빅데이터의 시대에 기반이 되는 구리와 텅스텐, 갈륨의 생산은 토양 황폐화를 가속시키고, 이 광물들을 가공하는 데에 사용되는 고에너지 산업 시스템은 다시 화석연료를 소환하는 탓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특히 리튬 광산의 푸티지와 일론 머스크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김재익이 영상은 또 다른 종류의 상상을 야기한다. 일론 머스크는 2024년까지 자사의 배터리 효율을 높이지 못하면 관련 사업을 중단한다고 말했으며, 내연기관 차의 최첨단을 달렸던 벤츠는 전기차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저품질의 배터리만을 사용하여 인천 청라에서 초대형 화재를 야기하였다. 2024 네마프가 진행되는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동시대적 사건들이라는 맥락을 통해, 김재익의 영상은 리튬 광산 이후를 상상하게 한다. 만약 리튬보다 더 나은 광물이 발견되거나, 주류 배터리 패러다임이 비리튬계로 전환된다면, 따위의 상상들이 튀어나온다. 그렇다면, 푸티지 속의 광산들과 그 광산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어디로 향하여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따위의 질문들이 연이어 구성된다. 또한 동시대적 사건들과 연결되어 리튬 배터리 이후를 상상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리튬 배터리 이전의 광산을 상상하게 된다. 나열되는 푸티지는 리튬 광산이 개발되기 이전의 숲과, 그곳에 있지 않았던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이 광업에 소모되는 육체를 감내하면서도 그곳에 오게 된 경위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푸티지들의 나열 앞에서, 이러한 영상들 없이는 그런 존재를 상정하지도 못했던 빈약한 상상력을 가감없이 느끼게 된다. 

 

글. 유미주. 시각문화 비평가.

댓글[0]

열기 닫기

  • 첫 숨 (김효정, 2025) | 비평 정지혜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유미주 2025-08-13 조회수:1585 추천:6
    마르흐르트 셰버마커르(Margriet Schavemaker)는 미술관을 협상의 공간이자 변화와 실험의 에이전트라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우리는 미술관 건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것이 꼭 물리적인 공간일 필요는 없다. 네마프의 대안영상예술한국단편부분에 선정된 작품들이야말로 네마프가 에이전트하는 변화와 실험의 리트머스 작품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김효정이 제작한 4분 13초의 애니메이션 <첫 숨>은 눈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이야기의 원형은 세대를 아울러 공감과 소통되는 이야기지만, 이 협상의 공간에 지속해서 젊...
  • 몬스트로 옵스큐라 (홍승기, 2025) | 비평 김현승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유미주 2025-08-13 조회수:1589 추천:7
    1996년 서울. 한 필름 현상업체가 매일 6톤가량의 폐수를 한강에 무단 방류한다. 구리와 아연 함량이 높은 독성 산업폐기물은 ‘필름 괴물’의 탄생을 부른다. 가오나시를 닮은 ‘무빙 픽쳐’는 이름 그대로 도시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다. 그러나 그를 두려워하는 이는 없다. 안타깝게도 괴물이 눈을 뜬 2025년은 필름의 시대가 이미 저물어버린 뒤였기 때문이다. 슬픔에 잠긴 그는 18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유년기의 기억을 떠올린다.
    <몬스트로 옵스큐라> 속 괴물의 탄생 서사는 봉준호의 <괴물...
  • 안녕! (이은정, 2024) | 비평 김현승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유미주 2025-08-13 조회수:1525 추천:13
    경쾌한 리듬에 맞춰 거리를 걷는 남자. 무용과 러닝 사이 독특한 위치를 점유하는 그의 걸음걸이를 언어로 묘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거리의 행인들은 골목 곳곳을 물 흐르듯 유영하는 그를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다. 그의 여정에 동행하는 카메라가 가끔 사람들의 눈길을 불러 모으지만, 일상과 예술의 모호한 경계에 걸쳐있는 퍼포먼스는 미묘한 이질감만을 남길 뿐이다.
    남자가 배회하는 양평동 1가에는 얼마 전까지 ‘인디 아트홀 공’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조병희 대표가 방치된 양은냄비 공장을 개조...
  • 창경 (이장욱, 2024) | 비평 김현승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유미주 2025-08-13 조회수:1429 추천:6
    창경궁 건립에 관한 텍스트로 막을 올린 <창경>은 형체가 불분명한 이미지로 가득하다. 관객은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지는 것들의 정체를 쉽게 가늠할 수 없다.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유기체의 소리를 통해 현미경으로 바라본 미생물의 움직임쯤으로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이어 일제가 조선 황실의 권위를 훼손하기 위해 창경궁 안에 동‧식물원을 조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새로운 정보가 더해지면서 화면은 점점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띠지만, 여전히 스크린 속 대상의 정체는 모호하다. 언뜻 보이는 나뭇잎의 형상과 소리를 통해 자연을 떠올릴 수 있을 ...
  • 시련과 입문 (백종관, 2025) | 비평 김현승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유미주 2025-08-13 조회수:1413 추천:5
    텅 빈 극장. 스크린에는 누군가가 과거에 쓴 일기가 상영되고 있다. 곧 화면이 스크린 속 영상으로 전환되며 나레이션이 시작된다. “한 여배우의 생애에 있어서의 위기. 제목입니다. 사이-존재로서, 저는 어쩌면 처음부터 불안에 시달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끝맺고 싶었습니다. 죽음은 어떤 걸까요? 아마도, 어둠 속의 빛? 어쩌면 그것은 아름다운 무엇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원한 것. 벗어나고 싶었어요. ... 나는 어떤 사람일까요? ... 창조주이자 피조물로서의 인간인 나는 또 결론을 짓고 싶습니다.”
    ...
  • 식물 (이명륜, 2024) | 비평 윤필립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유미주 2025-08-12 조회수:1404 추천:9
    생과 사를 감각하는 에코시네마적 상상, <식물>
    이명륜 감독의 단편영화 <식물>은 우리가 외면하거나 언어로 다루지 않는 것들, 그중에서도 특히 죽음 이후의 세계를 고양이나 화초 같은 말 없는 존재들의 시선으로 조명한다. 이 작품은 자극적이거나 극적인 전개를 따르기보다 감정을 절제한 시청각 언어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조용히 응시하는 영화적 사유를 펼쳐 보인다.
    영화는 한 여자아이가 말 없이 보이는 행동으로부터 시작된다. 놀이터에서 혼자 노는 아이는 민들레 홀씨를 불어 날린다. 이 홀씨는 바람을 타고 도시의 낡은 원룸 창문 사...
  • (환영합니다) 난초의 행성입니다 (박지윤, 2024)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유미주 2025-08-11 조회수:1465 추천:6
    환영합니다? 난초의 행성입니다
    <(환영합니다) 난초의 행성입니다>라는 제목의 ‘환영합니다’에는 괄호가 쳐져 있다. 이는 환영한다는 것일까, 결코 환영할 수 없다는 것일까?
    <(환영합니다) 난초의 행성입니다>는 인간의 언어로 친절하고 너그럽게 말해주는 난초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해 4장로 이루어진 그야말로 ‘난초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영상들의 향연을 보여준다. 1장 ‘(비 식물) 인간의 착각’은 난초와 식물들, 자연을 대하는 인간들의 일방향적인 사고를 난초의 관점에서...
  • 모든 점 (이소정, 2024) | 비평 윤필립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유미주 2025-08-11 조회수:1646 추천:13
    점과 점 사이의 세계, <모든 점> - 이소정의 감각적 존재론
    이소정 감독의 다큐멘터리 <모든 점(Every Single Dot)>은 제목처럼 단일한 이미지나 서사를 지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많은 점, 단절된 이미지, 무수한 소리의 파편들을 유영하며 감각의 가장자리에서 존재를 감지하는 동시에 그것을 조용하고도 치밀하게 사유하는 작품이다. 그 사유의 과정은 단순히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조건 자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감각적 존재론의 실험이라 할 수 있겠다.
    <모든 점>은 어딘...
  • 괴인의 정체 (박세영, 2024) | 비평 윤필립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유미주 2025-08-11 조회수:1660 추천:7
    <괴인의 정체>, 말하지 않는 공포 그리고 보여주지 않는 윤리
    박세영 감독의 <괴인의 정체>는 전통적인 영화 서사 문법을 해체하면서도 감각적 자극과 형식적 실험을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공포 체험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대사 없이 흑백의 시청각 리듬만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공포의 본질을 감정이 아니라 감각으로 전환하며, 인간 존재의 윤리적 정체성과 폭력의 순환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작품이 대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이미지와 소리만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이는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공포를...
  • 경계의 고도 (김현원, 윤병현, 홍유라, 2024) |
    [2025 영평과 함께 하는 비평웹진 ] 글. 유미주 2025-08-11 조회수:1418 추천:15
    도래한 미래와 사라질 과거 사이에서
    : 김현원, 윤병현, 홍유라의 <경계의 고도>에 관하여
    영화는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서울의 달동네 ’정릉골‘에 대하여 다룬다. 과거의 자료들─신문 기사와 지도, 사진 등─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암시되듯, 이곳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된 것처럼 보인다. 정부의 단속을 피해서 낮에는 허물고 밤에는 세우는 과정을 반복하며 어렵게 통과해 온 시간들. 그 시간은 이제 곧 완전한 과거가 될 것이다. 영화는 아파트 단지와 고가 도로 사이에 낮게 깔린 판자촌이 비집고 들어선 풍경을 파노라마로...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