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 산울림소극장에서 대안영화 섹션 중 장편에 속하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영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김경만 감독의 작품으로, 시대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과 풍경에서 인간의 마음을 발견하는 내용을 다뤘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감독과 관객들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하는 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이신 조혜영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이뤄졌던 김경만 감독과 관객들과의 대화를 일부 기록한 것이다.
이 영화는 전작인 <미국의 바람과 불>과 스타일적인 면에서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지난번 작품보다 사람들이 강조된다고 느껴지는데, 전반적으로 어떤 것들을 다루려고 하셨나요?
<미국의 바람과 불>에서는 사람들보다는 인식이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주는 위상이나,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한국이 가지는 인식이나 생각들을 다뤘죠. 이번 영화에서는 사람들의 얼굴이나 표정, 더 나아가서는 아름다운 모습을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아마 지난번 작업에서 생겨난 만족감이 이번 영화에서도 유사한 형식을 취하게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작품을 보다 보면 영화를 네 시기로 구분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현대 파트는 제가 직접 촬영을 한 장면인데, 제대로 된 품질로 상영되지 못해서 마음이 아프네요. 제가 촬영하고자 했던 장면은 출근 장면이었어요. 생기 없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러한 불행한 표정이 어디서 기인되었고, 그런 불행함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이런 장면과 대비해서 과거의 장면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한국 사람들이 생기를 잃어버리게 된 과정이에요. 해방 직후에 희망과 가능성을 갖게 되었지만, 전쟁으로 인해 그 희망과 가능성이 상실되어 버리죠. 그렇게 불안 속에서 살아가다가 경제개발과 산업화를 경험하는데, 이를 통해 얻는 것도 많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거예요.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저는 시대적으로 나눴다기보다는 주제에 따라 나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독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이번 작품은 간신히 찾은 희망과 가능성을 잃어버린 채 생기 없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군요.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이 반영된 것인가요?
현대 파트를 촬영하는데, 사람들이 기뻐하는 장면이나 아름다운 장면을 찍을 기회가 적었습니다. 울랄라세션을 보면서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촬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펐어요. 한국 사람들이 가장 기뻐할 수 있는 순간은 이렇게 소비를 하는 순간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실 소비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는데, 전반적으로 사회가 진짜를 잃어버리고 가짜로 대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이유로 인해, 제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에는 생기가 없어요.
이번 작품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또 다른 점은 음악이었어요. 앞에서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가 나오고, 뒷부분에서는 말러의 교향곡이 나오죠. 그런데 이 두 음악이 굉장히 달라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는 슬프고 비극적이지만, 말러의 교향곡은 화려하고 역동적이죠.
음악을 먼저 선택하고, 그 음악에 맞춰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쇼팽의 곡은 반복해서 사용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곡이 짧다보니 반복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말러의 교향곡은 피아노 소나타보다 풍부하고 많은 것들을 담을 수 있었어요. 유명한 오케스트라에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말러의 곡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감독님의 작품을 통해 아카이브 푸티지의 연출력이 느껴집니다.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고 옛날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작품이 주는 느낌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아카이브 자료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미국의 바람과 불>을 제작할 때 KTV라고 부르는 독립영상제작소에서 원하는 자료들을 가져올 수 있었죠. 그때는 제작 지원을 받아서 가능했는데, 이번에는 요청이 거절당했어요. 그래서 지난 과정에서 구했던 자료들을 통해 이번 작품을 만들었죠. 자료의 한계로 인해 구성도 많이 제약되었지만, 오히려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니까 더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더 좋은 것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만 얼마 전에 KTV가 이전했던데, 자료를 잘 운송했으면 좋겠네요.
그렇다면 아카이브를 작업을 하시면서 무의식적으로 자료를 고르게 되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의식적인 면이랑 합치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작업에서는 보다 좋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감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을 찾아다녔죠. 가능하면 얼굴이 잘 보이고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잘 드러났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이처럼 매번 보여주려고 하는 방향이 다르다 보니까 선택할 때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감독님의 전체적인 표현 방법에 만족했지만, 누군가는 이 영화가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은 안 하셨나요?
말이 없는 영화죠. 자막도 가능하면 빼고 싶었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에만 넣었어요. 사실 영화가 설명으로 환원된다면 영화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라는 것이 무언가를 보여주고 말로 설명될 수 없는 어떤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방식을 채택했고 필연적으로 지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다음 작업으로는 어떤 것을 생각하고 계시나요?
아직 사용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계속 작업하고 있습니다. 아카이브 풋티지를 이용한 사람이나, 촬영을 해서 작품을 제작하는 사람이나, 외부 속에서 자기가 발견한 어떤 것을 작업하는 점에서 같다고 생각해요. 저한테는 아카이브 풋티지라는 틀이 있고, 그 속에서 뭔가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앞으로 당분간은 계속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을 할 것 같아요.
※지나가는 사람들은 8월 12일 수요일 오후 다섯시 인디스페이스에서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진행 | 조혜영 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참여 작가 | 김경만 감독
기록 | 문지은 루키
사진 | 정지수 루키
즐거운 전시에 초대합니다.
손세희 큐레이터는 이번 ‘네마프 2015’ 기획전 <춤 추실래요?> 를 통해 제도와 관습, 자본, 미디어 등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인간 본연의 자유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갈망과 희망의 몸짓들을 탐구 하였다. 더운 여름, 시원한 강바람이 부는 합정에서 손세희 큐레이터를 만나 ‘네마프 2015 뉴미디어전시제’의 기획전에 대해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번 기획전 ‘춤 추실래요? / Shall We Dance?' 라는 주제를 정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네마프 2015’의 슬로건인 ‘낯설고 설레는 인간’에 맞게 기획전을 큐레이팅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책 ⌜그리스인 조르바⌟가 생각이 났어요. 저자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자전적 소설로 소설 속 화자에게 조르바는 '낯설고 설레는 인간'이었거든요. 화자는 고정관념과 세상의 눈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연인인 조르바에게 매료되었지요. 이 책을 기본 텍스트로 하다 니 전시에는 '자유'에 대한 주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다룬 작품들이 많이 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시의 제목인 춤 추실래요?는 소설 속에 나오는 한 장면에서 가져왔어요. 둘이 대화를 하던 중에 조르바가 기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춤을 추겠니? 라고 물어봐요. 조르바에게 있어 춤이라는 건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소통의 도구이거든요. 조르바가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같이 춤추겠냐고 처음 물어봤을 때 화자는 같이 추지 않아요. 그렇지만 마지막쯤 가면 화자가 조르바에게 춤추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죠. 화자는 조르바를 통해 다른 세상을 보게 되고, 세상을 보는 다른 방법을 알게 되죠. 여기서 춤은 세상을 보는 다른 방법,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의지의 표현이자 어디에도 매이지 않은 인간의 자유를 상징해요.
사실 ‘춤 추실래요?’ 라는 말이 누군가에게 권유하는 말이라서, 관객에게 춤을 추자고 묻는 말같기도 하고, 슬로건에 맞게 관객이 낯설고 설레는 나 자신에게 춤을 추자고 묻는 말처럼 해석이 되기도 했어요.
그렇게 생각해도 돼요. 물어보는 말이니까 관객들에게 제안하는 말일 수도 있죠. 전시 작품 들 중에는 우리의 고정관념이나 우리가 생각은 했지만 실천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들도 있어요. 우리가 당연시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꼭 그렇게 생각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혹은 ‘우리가 한쪽면만 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죠. 조르바가 추는 자유의 춤에 또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이 걸어오는 이야기들에 함께 하겠냐는 프로포즈 같은 의미도 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자유로운 인간'이라는 전시의 주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죠.
이번 전시작품들 중에서 관객분들이 놓치지 말아야할 작품이 있나요?
작품들 모두 주제에 맞춰 준비했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꼭 집어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요. 빛 길 작가와 김세진 작가, 이주영 작가의 작품은 모두 이번 주제에 맞춰 제작된 신작들이에요. 그리고 전소정 작가의 최근작 <열두 개의 방>은 피아노 조율사 장인의 예술적 태도와 생각을 매우 시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죠. 이번에 전시되는 시리 헤르만센, 엘레나 나사넨, 벤 리버스 작품들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소개된 적이 없어요. 모두 인정받는 중견작가들인데 이번에 이들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게 돼서 무척 기쁩니다. 어느 작업 하나만을 추천하는 게 어려운데요?(웃음)
이번에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전시투어를 준비하셨는데, 기획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번 기획전이 서교예술실험센터와 아트스페이스오 두 군데로 나뉘어서 진행이 됩니다. 관객들이 모든 전시를 보셨으면 좋겠는데, 요즘 날씨도 덥고 해서 혹시 하나만 보고 포기하실까봐(웃음) 한번쯤은 다 같이 이동을 하며 관람을 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시투어 전에는 빛 길 작가의 작가토크도 준비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주영 작가가 기획하고 현혜연 한국무용가, 목소리 연기자들이 참여하는 퍼포먼스가 전시 투어 중간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역시 '자유로운 인간'이라는 전시의 주제에 맞게 기획된 작품으로 이주영 작가가 새롭게 시도하는 공연이라 기대가 됩니다.
네마프 전시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세요?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는, 책은 독자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심지어 길을 잃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출구 혹은 여러 개의 출구를 찾는 그런 공간이라고 했어요. 저도 제가 기획한 전시가 그랬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들어와서 자유롭게 거닐며 전시를 보다가 무언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또 전시장에서 느끼는 것들은 각자의 생각과 경험에 따라 다를 텐데, 작품과 관람객, 관람객들 간의 교류와 소통이 일어나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인데 재미, 신선함, 배움, 새로운 시각 등 즐거움을 주는 요인들은 다양하죠.
‘이번 전시의 공감과 교류를 통해 관람자들이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생산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손세희 큐레이터의 기획전 <춤 추실래요?> 전시는 8월 7일부터 14일까지 서교예술실험센터와 아트스페이스 오에서 진행된다. 부대행사로 진행되는 <작가토크>,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전시투어 & 퍼포먼스>는 8월 8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두 시간 동안 무료로 진행이 된다. 빛길 작가의 작품 이야기, 전시기획자인 손세희 큐레이터의 친절한 설명과 작가들의 퍼포먼스까지 만날 수 있어 더욱더 즐거운 전시 관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필자는 기대를 해본다.
취재 | 한진희 유정화 루키
기사작성 | 한진희 루키
사진 | 여준석 루키
예술도, 인생도 절반의 즉흥극처럼
2009년, 철거중이었던 옥인 아파트에서 시작된 옥인아파트 프로젝트를 계기로 이정민, 김화용, 진시우 세 명의 미술작가들이 옥인콜렉티브라는 이름의 그룹으로 모이게 되었다. 그 이후 옥인콜렉티브는 전시, 퍼포먼스, 인터넷 라디오와 팟캐스트, 프로젝트 등 다양한 방식의 활동을 펼치며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업을 해왔다. 책임감과 협동이 필요한 팀 활동이지만 서로 다른 에너지가 모여 생겨나는 새로운 활력에 매력을 느끼며 6년의 시간을 함께해온 그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독창적인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네마프2015를 찾아온 이들의 작품 <서울 데카당스 - live>역시 이러한 옥인콜렉티브만의 강점이 살아 숨쉬는 작품이다. 유난히 더웠던 7월의 어느 날, 옥인콜렉티브를 만나 <서울 데카당스 - live>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이번 네마프2015에서 만날 수 있는 <서울 데카당스 - live>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서울 데카당스 - live>는 2007년 있었던 ‘콜트콜텍’ 기타 회사의 부당한 정리해고 이후에 8년 동안 복직을 위해 싸우고 있는 콜밴(콜트콜텍 해고 노동자 밴드) 분들과 함께 한 절반의 즉흥극이예요. 절반의 즉흥극이란 반 정도의 짜여진 대본을 가지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대화가 작업에 그대로 반영되는 형태입니다. 서울의 한 폐공장에서 진행된 두 번의 실제 공연이 있었고 그 공연을 재편집해서 영상이라는 또 하나의 결과물을 만든 거예요. 작품 속 등장하는 배우 분들 중 일부는 ‘콜트콜텍’에서 근무하셨던 분들이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배우 수업을 받은 경험은 없으신 분들이죠. 이전에 <9일만 햄릿>이라는 작품을 진동젤리와 공연하셨기 때문에 연기 경험은 있으셨지만 여전히 관객 앞에서 어색함을 느끼셨을 거고, 그러한 낯선 상태가 관객에게도 전달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무대가 된 곳 역시 공연장이 아닌 폐공장의 옥상이어서 일반 관객들에게는 낯선 공간이기도 헀지만 콜밴 아저씨들은 공장을 보자마자 생산1과, 생산2과에 얽힌 공장의 이야기를 하실만큼 익숙한 공간이기도 했어요. 작품 속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에는 <9일만 햄릿>을 연출한 진동젤리의 이야기와 질문도 포함되어 있어요. ‘진동젤리’가 연극을 통해서 콜트콜텍의 상황과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직접적으로 접근했다면 저희는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그 이야기를 이어나가려고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서울 데카당스>와 <서울 데카당스 - live>가 비슷한 제목으로 연결되어 있는데요, 내용적으로는 연결되는 부분을 크게 찾아볼 수는 없었어요.
<서울 데카당스>의 주인공이었던 박정근씨와 이번 작업의 콜밴은 표면적으로는 전혀 연관성이 없지만 두 작품 모두 전혀 원치 않았고, 예상치 못했던 사건을 겪게 되면서 드러나는 개인의 변화와 주변과의 관계를 다루고 있어요. 모든 사건은 결국 개인에게 본질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거든요. <서울 데카당스 - live>의 ‘live’는 그래서 실제 공연을 뜻하는 라이브라기 보다는 ‘ongoing’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단어입니다. 우리가 외부에서 접하고 바라보는 사건은 종결되었을지라도 그 사건을 직접 겪은 개인들과 주변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거든요. 무대 안에서 끝난 이야기가 생활로 돌아가면 또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죠. 두 작품 모두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한 구조 안에서 개인이 겪는 변화가 어떠한지 그 변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우리에게 스며드는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세간에서는 옥인콜렉티브를 사회적 예술을 하는 팀으로 평가하는데 옥인콜렉티브는 스스로를 사회 운동가와 예술가 중 어느 쪽으로 생각하고 있나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거 같아요(웃음). 그런 비교는 사회운동을 하시는 분들에게 죄송하고요.... 옥인 콜렉티브의 개개인이 방향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사회적인 문제에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관심이 있다고 그것을 바로 작업에서 다룰 수도 없고 설령 작업 안에서 어떤 문제를 다루더라도 아주 조심을 하는 편이에요. 작업에서 어떤 문제를 이야기했다면 그것은 그 문제가 옥인 콜렉티브에게도 매우 중요했기 때문일 거예요. 저희가 해왔던 예술, 미술의 방법들 또한 사회의 변화와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의 고민은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겪게되는 경험과 질문들을 작업 안에서 어떻게 풀어낼까 하는 것에 있는 거죠. 개별적인 사건과 현상들 속에서 우리가 보는 것, 말할 수 있는 것이 찾아지면 이것을 다른 관객들에게 말을 건낼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또 생각하거나 그것에 대해 더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면서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것이 저희 작업의 방식이에요.
<서울 데카당스 - live>를 비롯해 즉흥적인 방법을 작업에 적용하시는데 돌발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없으신가요?
저희가 즉흥극을 시도해본 이유가 그런 것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어요. 작업의 결과가 때로는 영상이라는 매끈한 형태로 나온 경우라고 해도 작업의 과정을 반쯤은 열어놓고 울퉁불퉁하게 만드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예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우리 자신도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의식적으로 제한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이 재미있어요. 그러다보면 과정이 조금 지저분해지기도 하고 시간이 한없이 늘어나기도 하는데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 하나의 고정된 시각이 아닌 다양한 측면을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나는 거니까요. 물론 관객을 향한 저희의 의도는 분명히 존재해요. 그런 부분에서는 느슨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우리가 예측하지 않았던 부분을 위한 공간을 항상 열어두는 거예요.
옥인콜렉티브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저희는 항상 ‘옥인콜렉티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곧 해체할 수도 있다.’라고 말하곤 해요. 처음부터 ‘우리는 이제부터 옥인 콜렉티브야.’하고 모인 게 아니거든요. 어쩌다보니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고 그게 좋아서 모임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 지금도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뭐 했으면 좋겠다. 같이 뭐 하자.’라고 했을 때 할 수 있는 건 하고 할 수 없는 건 못하고 그래요. 그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방향이 되기도 하니까요. 하고자 하는 바를 꼼꼼하게 계획해서 그것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도 좋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상황에 대해서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잘 타고 넘어갈 때에 느껴지는 매력도 분명히 존재해요. 그래서 옥인콜렉티브의 미래도 그렇게 스스로의 방향을 결정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맡겨두고 있어요.
옥인콜렉티브의 작업은 끊임없이 ‘열림’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각자의 인생을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가 하나의 헤드라인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변주되는 것, 옥인콜렉티브는 그 변주곡에서 태어나게 될 무언가의 가능성을 믿는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그들은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예술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으며, 옥인콜렉티브의 미래 역시 ‘닫힌 결말’로 상상하지 않는다. 마치 몇 개의 지문으로만 이루어진 절반의 즉흥극처럼, 정해지지 않은 미지의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새로움을 항상 기대하는 옥인콜렉티브의 이야기를 듣고 언제부터인가 잃어버린 낯섦의 향한 기대감을 되찾아 보는 것을 어떨까.
옥인콜렉티브의 <서울 데카당스 - live>는 8월 9일 오후 1시 산울림 소극장에서, 8월 12일 오후 7시 인디스페이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취재 | 문지은 윤하영 한진희 루키
기사작성 | 윤하영 루키
사진 | 옥인 콜렉티브 제공
8월 8일 산울림소극장에서 대안장르 섹션의 단편2에 속하는 작품들을 상영했다. 안나 시포 감독의 <진>, 심혜정 감독의 <춤추는 사냥꾼과 토끼>, 황윤정 감독의 <최후변론>, 아옐렛 알벤다 감독의 <트루 컬러스>의 네 편이 그 작품들이다. 이 네 작품의 감독 중 심혜정 감독과 황윤정 감독이, 영화 상영 후에 진행된 GT에 참석했다. 또한 안은미컴퍼니의 대표이자 심혜정 감독의 춤추는 사냥꾼과 토끼에 출연한 남현우 안무가도 함께 자리했다. 이하는 김수연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이뤄졌던 게스트들과 관객들과의 대화를 일부 기록한 것이다.
감독님들께서는 영상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를 넘나들면서 작업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황윤정 감독의 경우 여러 전시를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고, 심혜정 감독은 여러 번의 개인전과 다양한 실험영화들을 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동안 감독님들이 하셨던 작업과 주제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을까요?
황윤정(이하 황) : 영상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고 그 전에는 회화 작품을 전시했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을 장르 전환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만 테마는 변하지 않았어요. 이번 작품도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타자성과 개인성의 문제, 그리고 소통 불가능성, 공동체 존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했죠.
심혜정(이하 심) : 말씀해주셨듯이 그동안 저는 실험영화, 다큐멘터리, 극영화 등의 다양한 장르를 작업했어요. 퍼포먼스 위주로 작업을 하기도 했죠. 다만 어떤 장르의 영상을 작업하려고 마음먹는 것은 아니고, 이야기를 만들 때 그 이야기에 맞는 형식을 선택해서 작업하고 있어요.
남현우 안무가께서는 안은미 선생님과 함께 작업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금 더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남현우(이하 남) : 영화에서도 나오듯이 저는 현재 안은미컴퍼니에서 댄서로 활동하고 있고, 친구랑 둘이 '무버'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무버의 대표로도 활동 중입니다. 원래 전공은 한국무용이었는데, 현대무용에 매력을 느껴서 계속 현대무용을 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 작업은 무대 이외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고,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번 기회를 통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춤추는 사냥꾼과 토끼>를 보면 본명으로 나오는데, 두 분이 원래 알던 사이셨나요?
남 : 아니요. ‘이상한 중매 서비스’라는 전시기획으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고, 그때 심혜정 감독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부터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찍을 당시에는 엄청 친해졌어요. 게다가 영화에 사실과 픽션이 섞여 있어서 자연스러운 장면이 많았던 것 같아요.
사실 춤이라는 게 일상적이고 오래된 유희이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러한 춤을 보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작품을 보면 혜정은 현우의 안무를 잘 이해하는, 즉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잘 듣는 것처럼 보입니다.
심 : 간혹 A라는 말을 하면서 B라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러한 상황을 보면 언어라는 것이 소통하는 것과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죠. 그러다보니 몸 쓰시는 분들이랑 만나서 작업하는 게 즐거웠고 다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에너지를 몸으로 표현하는 이야기를 작업하고 싶었죠.
반면에 <최후변론>은 모든 게 다 가려져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얼굴을 가린 채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비언어적인 음성과 제한적인 몸짓을 드러내죠. 어떻게 보면 컨셉이 괴물처럼 보이기도 해요.
황 : '최후변론'이라는 제목과 영상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사형수를 연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등장인물은 얼굴, 성별, 행동, 성격, 지향점 등 어느 것도 제대로 알 수 없고, 모든 코드가 전부 배제된 사람이죠. '비언어'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아요. 작품 속의 소리는 세 가지 정도의 언어를 번역기로 여러 번 돌린 후, 해당 번역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으로 합성을 해서 만들었죠. 그러다보니 음성이 들리지만 무슨 말인지 들리지 않고, 자막을 봐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죠. 이러한 부분이 소통 불가능성이라고 볼 수 있어요. 또한 작품 속에서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지나가야 하는 통로가 나오는데, 이 통로는 작품과 관객 사이에 위치한 통로를 의미할 수도 있죠.
작품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왜 토끼와 사냥꾼인지, 그리고 안무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집니다.
심 : 몸을 쓰시는 분들의 표현을 보면 포착한 대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토끼의 몸짓을 제일 잘 알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사냥꾼이겠죠.
남 : 이 작품은 서로 잘하는 것을 하자는 이야기를 통해 만들어졌어요. 심혜정 감독님이 네 개의 가상 시나리오를 주셨고, 그 네 개의 글을 보고 저는 안무를 만들었죠. 그리고 안무를 촬영한 영상을 보고 다시 심혜정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쓰셨죠. 마지막에 정리 작업을 한 번 더 거친 후 촬영을 시작했고, 하루 만에 촬영을 끝마칠 수 있었어요.
말씀을 들어보면 춤추는 사냥꾼과 토끼는 표현하려는 충동에서 출발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에 최후변론은 관객을 적극적으로 초대하는 느낌보다 시선을 차단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그러면서 자막은 알아들을 수 없는 음성을 대변하며 변론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죠.
황 : 언어라는 것의 성격은 ‘소실’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제가 관객 분들한테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해도 이 이야기가 완전히 닿을지는 알 수 없죠. 이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인간의 소통에 대해서 굉장히 비관적이었어요. 그런데 작품을 만들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소통이 완전히 손실되지는 않으며, 손실된 부분이 사람 사이의 차이를 만들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분명 소통은 어렵고, 사람이 태어나면서 죽는 순간까지 연구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부분에 대해 심혜정 감독님은 표출적인 방식으로 표현하셨다면, 저는 닫아버리는 방식으로 표현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세 분의 작품 활동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황 : 자막, 영상, 소리의 불일치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우리는 읽는 것, 보는 것, 듣는 것으로 상황을 판단하는데, 이러한 감각들이 모두 일치하지 않아서 판단의 불신이 발생한다면 무엇을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에요. 바벨탑처럼 사람 사이에 말이 통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작업이죠.
심 : 현재 극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오랜만에 영상을 보니까 춤추는 사냥꾼과 토끼 2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남 : 연기만 하지 않는다면, 심혜정 감독님과 다시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감독님과 작업을 하면서 제가 왜 춤이라는 장르를 택해서 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현재 저는 앞으로 계속 공연을 할 계획입니다.
※대안장르 단편2는 8월 12일 수요일 오후 한시에 인디스페이스에서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진행 | 김수연 프로그래머
참여 작가 | 심혜정 감독 황윤정 감독 남현우 안무가
기록 | 문지은 루키
사진 | 정지수 루키
8월 8일 서울아시네마에서 알랭 카발리에 회고전으로 작품 일부를 상영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그의 작품시기 중 80년대, 인물을 탐구하기 시작한 시기에 만들어진 <초상> 시리즈와 영화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실험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이하는 ‘초상 Ⅱ’과 ‘천국’의 상영 이후, 설경숙 프로그래머의 간단한 소개와 서울아트시네마의 프로그래머인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해설 중 일부를 담은 것이다.
설경숙 프로그래머 :
알랭 카발리에는 상업영화로 시작하여 인물을 탐구해 나갔으며 가장 최근에는 작은 규모의 실험작 형태의 영화들을 만들어 갔습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80년대의 초상시리즈와 2000년대의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김성욱 프로그래머 :
1. 작가와 작품의 간단한 설명
알랭 카발리에는 1931년 생으로 누벨바그 세대의 감독과 동년배입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그러한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누벨바그가 영화의 관습에 반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면 알랭 카발리에 역시 누벨바그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90년대 이후는 미니멀한 영화를 만다는데 스스로를 촬영하는 사람 ‘시네아스트’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최근의 작품들은 굉장히 자전적이거나 필름 다이어리라고 칭할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난 이유는 영화 제작의 기본 틀에서 벗어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작품과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또 개인적인 감정의 개입도 나타나는 것이 90년대의 작품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디오카메라의 등장으로 인해 독립적 영화 생산의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과정 안에서 독립적인 방식으로 작가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와 픽션, 주관적과 객관적의 경계를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천국’은 이러한 작업이 최고점에 달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죽음을 강조하지만 삶을 이야기
영화에서의 낙원은 명시적인 대상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배경은 카발리에의 별장에서 촬영된 듯하며, 그 곳에서 노년기에 접어든 그가 바라보는 대상들에 대한 생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첫 장면은 인상적인데요, 아기 공작새의 죽음이 곧바로 나옵니다. 이 공작새는 더 살아가야 하는 생명이죠. 나무 밑에 죽었던 공작새가 사라지고 난 뒤에 부싯돌과 못으로 무덤을 만듭니다. 이러한 과정은 삶, 죽음, 사라짐을 간단하게 나타냅니다. 무덤을 만들고 난 뒤에 현재 시점을 보여주는 화면에서 가을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하는 것은 두 가지로 해석 될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나는 이것을 기억하겠다. 둘째로는 나는 다음 가을에도 건강하게 되돌아오겠다는 뜻으로 삶의 의지의 표명이 될 수 있습니다.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말과는 다르게 겨울에 무덤을 다시 찾아오며 봄을 기대합니다. 이는 흔히 말하는 작가들의 만년의 스타일과는 다르게 종결적인 영화는 아니며 계속해서 살아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3. 장난감 놀이의 기능
설산을 보여주면서 ‘저기다!’라고 표현하는 곳은 물리적으로 도착하기 힘든 곳으로 보입니다. 여기라는 공간과 저기라는 떨어진 장소 그리고 시간적 여기와 이 후의 시간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다른 시간성과 장소성을 끌어오고 축소시켜나가는 장면이 바로 장난감 놀이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장난감인 공이나 연과 같은 도구들은 원래는 제의적인 물건들입니다. 오딧세이아나 성경의 내용을 장난감으로 단순화하고 비틀어서 표현하는데 이는 성스러운 부분을 세속적이고 유아적으로 풀어나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영화의 육중한 카메라와는 다르게 카발리에가 쓰는 핸드 카메라도 장난감 놀이와 연결이 가능합니다.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노년의 작가가 주변을 보고 자신을 성찰하는 내용과 유년기의 기억 속에서 자기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 역시 담아내고 있지만 과거를 단순히 추억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과거의 시간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변형하고 새로운 지점을 포착하고자 하는 시도를 볼 때 자기 자신을 미래로 넣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4. 천국의 의미
첫 영성체의 종교적 감동을 말하면서 두 번째 영성체 때는 오히려 그러한 기분을 다시 느낄 수 없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슈퍼마켓에서 사 먹은 생선 초절임 덕분에 첫 영성체와 같은 성스러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영성체의 성스러운 경험이 굉장히 세속적인 경험으로 되돌아오는 순간, 그 순간을 말하자면 천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와는 다른 세계를 천국으로 보지 않고 영화적으로 보자면 숲, 정원을 천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초절임을 맛봤던 두 번째 우울한 행복의 순간을 표현하며, 아직 도래하지 않은 세 번째 순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화 말미에는 노년의 두 부부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여주지만 모든 것이 좋다는 만사형통의 말로 이전보다 더 파격적이고 젊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종결, 죽음을 보더라도 다음의 시간을 기대하며 다시 되돌아오는 지점에서 세 번째를 기대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노년의 작가는 종결적인 의미의 낙원을 말한 것이 아니라 그런 부분을 열어놓고 살아감을 말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알랭카발리에 특강은 8월 12일 수요일 오후 5시 50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진행 | 설경숙 프로그래머
강연 | 김성욱 프로그래머
기록 | 김준 루키
사진 | 유현식 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