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다은 : 안녕하세요. 저는 시각 예술가이고, 영상, 사진, 드로잉, 텍스트,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필드워크를 기반으로 한 아카이빙 자료를 매체의 형식과 문법을 통해 미학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연구를 계속하는 중입니다.
에디터 :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다은 작가님은 영상, 설치, 설치,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작업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네마프 2023’에서 [한국부문2: 움직임]에서 상영되는 <인덱스, 성좌>도 2021년 전시에서 퍼포먼스와 지금 저희가 보는 영상이 결합한 형태로 상연되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퍼포먼스와 이번 단채널 상영에 대한 방식의 차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다은 : <인덱스, 성좌>를 처음 선보인 건 공연이었는데, 공연 1부에서는 영상 전체 스크리닝을 진행했습니다. 인터미션 후 공연 2부에서는 라이다(Lidar) 센서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마치 별자리 성좌처럼 보이는 검정색 포인트 클라우드 화면을 띄우고 거기에 피에조 센서를 사용한 오디오비주얼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센서를 통해 퍼포머가 낭독하는 소리를 컴퓨터로 변환시켜, 그 값이 포인트 클라우드 화면에 실시간으로 반응하여 나타나게 되는 사운드 퍼포먼스입니다. 라이다 기술과 피에조 센서 장치를 활용한 방식은 장소와의 거리, 그리고 실재 목소리와의 거리를 형상화하는 것입니다.
이 공연은 제가 대표로도 있는 ‘콜렉티브 핑(Collective Ping)’이라는 단체에서 기획을 했는데, 느슨한 콜렉티브 형태의 단체입니다. 전체 공연 기획은 ‘콜렉티브 핑’이, 사운드 퍼포먼스는 장한길이 담당했고, 저는 필드워크 아카이빙 자료 기록과 영상을 맡았습니다. 저는 원래 이전부터 영상으로 작업을 해왔던 지라, 처음부터 스크리닝이 가능한, 완성된 영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협업을 하다 보면, 단순히 매체와 매체 간의 결합과 같은 형식적 결합으로 끝이 나는 경우도 많은데,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계에 부딪혀,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 고심 끝에 일단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부분에 대해서 저는 끝까지 영상 작업을 담당하고, 퍼포먼스 공연의 형식을 한길씨가 맡으면서 그 고민을 풀어나갔습니다.
에디터 : 앞선 질문의 연장선에서, <인덱스, 성좌>에는 아무래도 전시에서 선보이셨던 2021년 화성난민보호소에서 새우꺾기 자세로 고문을 당했던 M의 독백 퍼포먼스가 사라지게 되면서일까요? 현재적 이미지로, 아마 열화된 이미지로 보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이 있는데, 베트남난민보호소의 터가 비교적 이해 가능하게 다가온다면, 화성외국인보호소의 지표성은 영화에서 더욱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마 부산이라는 지역성이 화성에서는 덜 두드러지기 때문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것을 과거의 일과 현재의 일을 중첩시키기 위한 시도라고도 볼 수 있을지, 이러한 지표적 부분에 대한 차이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가 궁금합니다.
이다은 : 기본적으로 이미지 연구를 하면서, 과거 베트남난민 이미지와 과거 화성외국인보호소 사이에 공통되는 이미지, 감각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상 이미지 자체가 열화된 이미지이고, 화성외국인보호소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다 보니 직접 접촉할 수 없거나 레이어를 거쳐서만 도달이 가능하게 되는 불완전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접 마주친 적이 없었고, 항상 편지나 이러한 무언가를 통해서, 물리적인 벽이 있는 공간을 통해서만 소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이를 시각적으로 재현했을 때 열화된 이미지를 통해서 그 불가능성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에디터 : <인덱스, 성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화성난민보호소의 거울에 비친 작가님의 모습이었습니다. 거울은 상을 비치게 한다는 점에서 대상의 위치 역시 중요하게 작용하는데요. 앞선 장면에서는 거울에 비치는 것은 사실 실재적 공간을 열어젖히는 문처럼 보였습니다. 작가님께서 그 거울에 있을 때는 라이더 기술이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는데요. 그래서인지 더욱 답답하게 느껴지고, 작가님의 자신의 위치에 대한 고민의 결과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 장면에 대해서는 어떻게 촬영하게 되셨고, 이러한 장면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가 궁금합니다.
이다은 : 초창기 작업에서는 저의 이야기를 하고, 스스로를 피사체로 쓰는 것이 비교적 익숙했습니다. 그러다 몇몇 작업을 거치게 되면서 이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사라졌어요. <인덱스, 성좌>처럼 매체와 매체를 넘나드는 변환 과정을 거치면서, 변화되는 것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드러낸 것도 불완전하게 스캐닝 되는 현장에 제가 있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지, 그것에 대한 저의 이야기나 내러티브를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에디터 : 비교적 과거에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와 같은 다양한 주제의 작업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최근 2022년 제작된 <은유의 변주들>까지 꾸준히 난민에 대한 작업을 이어오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주제적 변화에 대해서는 동시대의 난민 정책이나 어떠한 사유의 전환이 있으셨던 건지가 궁금하고, <인덱스, 성좌>의 출발점은 어디에서 왔는지가 궁금합니다.
이다은 : <이미지 헌팅> 이후에 교차성 페미니즘을 공부했습니다. <이미지 헌팅(2018)>에서도 한계를 느끼면서 작업을 했었고, 위치성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교차적인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면서 그것이 지닌 복잡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성이라는 것 하나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 주변에 있는 이주 노동자, 퀴어, 난민 등으로 관심이 넓어졌습니다. 렉처 퍼포먼스 <환영 받지 못하는 자 Persona Non Grata(2018)>도 그중 하나였고. 그렇게 난민 활동가들과 난민 친구들도 만나게 됐습니다. 당시 제주도의 예멘 난민 입도와 같은 사태도 겹쳐졌고, 베를린에서 필드워크 작업을 할 때는 그곳이 유럽의 난민 문제의 최전선으로서 갈등이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 이었는데, 이를 목격하면서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절망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표면적으로 난민을 대상으로 다룰 수 없고, 결론이나 해결책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이 세계를 이해해 보려는 노력으로, 세계에 일말의 남아 있는 애정으로 작업을 이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에디터 : 라이더 기술과 거울의 사용은 어떻게 출발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합니다. 라이더 기술이 전쟁, 항해, 오염, 식별 불가능한 것을 탐사하고 측정하고, 비밀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그러한 본래의 목적을 전용하여 사용하신 것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이다은 : 라이다 기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나게 만들면서, 그 과정에서 수집한 가상의 데이터를 다시 시각화하는 변환 과정을 거칩니다. 이것이 아카이브의 성질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카이브는 기본적으로 과거의 것인데, 재현 불가능한 것들을 다루고, 사후적입니다. 이러한 라이다의 기술적 특성이 난민의 아카이브를 다루는 형식으로서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거울 같은 경우에는 자기 반영적인 성질도 있지만, 영상에서 선보인 라이다 기법은 아이패드로 촬영된 것입니다. 아이패드에 탑재된 라이다 기술은 사진 이미지를 라이다처럼 사용하는 그런 느낌입니다. (실제 라이다를 이용하여 얻은 촬영 장면과 데이터값은 퍼포먼스 공연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실제 라이다 기술은 레이저 포인트를 사용해 거리를 통해서 물체의 지형을 파악하는데, 아이패드로 촬영된 라이다의 기술은 찍힌 사진 이미지를 반영해서 나오는 수치입니다. 그 때문에 실제 라이다는 거울과 물리적으로 부딪히는데, 제가 사용한 라이다 기술은 거울을 실제 공간으로 인식해서 거울 안에 공간이 있는 것처럼 데이터가 시각 이미지로 변환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실 ‘없는 공간’이지만, 데이터나 시각 이미지로 변환됐을 때 다시 존재하는 공간이 됩니다. 이러한 장치가 많은 것을 감각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했고, 난민의 문제와 이미지의 재현에 관해서 잘 드러내는 장치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에디터 : 준비하고 계신 다음 작업이나, 작업하고 계신 작업에 대해서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다은 : 아직 비밀입니다. (웃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있는데, 아이디어 단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소수자를 다루는 동시대의 방법들은 주로 소수자의 말을 대신하거나, 그들의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저는 이미지 연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난민의 이미지가 여러 매체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어쨌든 간에 매체의 형식과 이미지의 인식 과정, 그 안에서의 미학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시각 예술가라는 정체성 안에서 난민을 다룰 때도 매체의 형식 연구와 결부시켜서 이야기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소수자를 대변한다는 말은 아직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음 작업도 아마 계속 연구하고 있는 주체와 매체 형식에 대한 만남이 될 것입니다. 말(horse)과 관련된 개인적인 스토리가 있긴 한데, 말의 위치성, 말이 도구화되는 측면을 난민과 연결시켜보고 싶습니다. 머이브릿지(Edward J. Muybridge)가 말의 달리는 모습을 찍은 게 영화의 시초라고도 하는데, 영상 매체의 형식과도 연결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최초의 영화에서도 말이 도구로 사용되었으니까요. 아카이브 리서치는 꽤 오래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촬영을 아직 못하고 있어요.
에디터 :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관객분들이 <인덱스, 성좌>를 어떻게 보셨으면 좋겠는지 또는 못다 한 말씀이 있으신가요?
이다은 : 음.. 저는 계속 한계를 느껴왔던 것 같습니다. 다른 방식의 운동을 했을 때도, 더 이상 제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렸기 때문에, 그 때문에 예술이라는 다른 방식으로 감각적인 것들의 변화나 운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이미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룰까 하는 것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사건을 직접 드러내기 보다, 현실과 이미지 사이의 간극, 혹은 그 거리감의 측정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이러한 고민 속에서 가공된 이미지를 다루는 도구이자 환경, 그 자체로서 인지해온 영상 매체의 형식에 대한 재탐구를 지속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이미지 연구를 하게 된 것이고, 관객분들도 이미지에 대해 재사유 할 수 있는 자그마한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습니다. (웃음)
글. 해파리+박동수. 네마프X해파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