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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vol.6 [기획] 자아(self)와 세계(world): 피아노 프리즘
NeMAF 조회수:947 추천수:5
2022-08-30 15:27:17

 지난 21일 홍대 메가박스에서 서울국제대안영상페스티벌 <아시아/뉴 대안 영화전: 지금 여기>의 세 번째 섹션인 '피아노 프리즘(Piano Prism)'이 상영되었다. <아시아/뉴 대안 영화전: 지금-여기>는 새로운 상상, 새로운 쓰임에 대한 사유 그리고 여성주의, 아시아&제3세계, 대항적 대안 영화로서의 관점에서 기획된 테마이다. 이어서 100분가량의 작품 상영 후 남기웅 모더레이터의 진행 하에 GT가 진행되었다. 작품 특성상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의 요소가 깊이 개입되어 있는 관계로, 신명순 수어 통역가가 참여해 토크의 동시통역이 이루어졌다.

 <피아노 프리즘(Piano Prism)>은 은퇴한 화가이자,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오재형 작가의 삶과 사유가 그의 필모그래피와 얽혀 드러난다. 삶은 피아노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세월호, 강정마을, 광주 5.18 같은 사회적 이슈에 반응하는 그의 영화에도 항상 피아노가 함께 한다. 피아노를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삼기로 결심하던 어느 날, 그는 한 기획자로부터 단독 공연을 제안받는다.

 본 작품은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영화로, 오재형 작가가 직접 녹음한 음성 내레이션과 자막이 제공된다. 작업실 한 켠의 피아노의 위치를 이리저리 바꿔보고, 덮개와 뚜껑을 열고, 빔 프로젝터로 일렁이는 파도 영상을 쏘아보는 오재형 작가. 윤학준의 '마중'이라는 곡을 연주한다. 약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분위기.

 장면이 전환되고, 광화문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노란 실루엣의 천막들이 늘어져있고, 안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희생된 아이들의 사진이 놓여있다. 컷(cut). 피아노 레슨실에 도착해 메트로놈을 켠다. 선생님께 손가락을 세우고, 눞여 연주하는 소리가 다르다며 투정한다. 다른 날의 레슨으로 전환되고,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을 연주한다. "연주가 너무 격양돼있어. 북극 지방에 오로라 있죠. 그게 떠오르는 그런 느낌이어야 하는데" 피드백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밥을 먹으며 유튜브로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감상한다.

 잠에 곯아떨어진 오재형 작가의 모습. 그의 코골이 소리가 하나의 음표가 되어 떠다닌다. 여러 개가 모여 마디를 구성하고,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쇼팽의 에튀드 1
(Étude Op. 10, No. 1). 컷(cut). '제주도의 풀 한 포기도 건드리지 마라.'라는 현수막과, 언성을 높여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흐릿하게 잡힌다. 동화를 읽어주는 듯한 내레이션이 들려온다. "테클라의 건설 공사를 왜 이렇게 오래 진행되는 겁니까?", "아직, 붕괴되지 않았으니까요."

 광주 독립영화제 40주년 기획 행사에 참여한 오재형 작가. 그는 본인이 광주에서 나고 자랐으며, 독재 정권 당시 부모님께서 자주 시위에 나가셨다고 소개한다. 컷(cut). 광주의 전경이 훤히 보이고,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Träumerei)'가 흘러나온다. 한 무용수가 거리를 걷는다. 걷다가도 갑자기 몸이 뒤틀린 것처럼 아파한다. 허리가 꺾이고, 팔과 다리가 마구잡이로 흔들린다. 다시 바로 걷는 여성.

 단독 공연을 제안받은 그는 피아노 연주에 몰두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피아노 앞에서 보내는 오재형 작가. 거듭된 연습으로 나무 건반이 부서지고, 다시 연습하고, 연습하고. 마침내, 공연 당일이 되고 긴장한 듯한 모습. 조용히 연주를 시작한다. 울고 웃는 관객의 얼굴들이 스쳐 지나간다. 연주를 마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번쯤은 저를 이렇게 소개해 보고 싶었습니다... 피아니스트 오재형입니다." "저는 아무도 모르게 화가로 데뷔해서, 아무도 모르게 은퇴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닌데, 화가로서의 정체성이 끝난 거 같았어요. 그래서 피아노와 함께 화가로서의 은퇴 전시를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은 마음들을, 전시하면 어떨까…"

 

<아시아/뉴대안 영화전: 지금-여기>, <피아노 프리즘>
[기획] 자아(self)와 세계(world) End.

 

 

글 천가민 홍보팀 ALT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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