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 "근대 서구에서 인조 식물 발달의 역사"
강의 정보
윤경희(비교문학 연구자)
8월 24일 수요일 1부
강의 리뷰
올해 네마프의 주제인 {자연이 미디어다:작-용}에 관해 생각해 보자. 이 주제는 꽃이라는 식물을 통해 확장될 수 있다. 앞서 말한 식물은 인간의 손에 만들어진 인조 식물이다. 인조 식물은 자연이라는 실재를 인공물로 모방하는 것이다. 식물 표본은 육안으로 관찰한 식물을 연구하는 것이라면 실재를 모방하는 인조 식물은 조화를 만들어 내는 기술자에 의해 연구되는 것이다. 1738년 프랑스 출신의 므슈 스갱은 화학/식물학 연구자로서 자연을 바라보는 18C 시대인이다. 므슈 스갱은 도구를 스스로 만들었으며 가짜 꽃을 통해 조화를 표하고자 하였다. 조화란 르네상스 시대의 완벽한 상태와 비례가 아니다. 탄생과 죽음, 병, 곰팡이가 피어나는 생명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진실을 모방해야만 가장 완벽한 상태로 나아갈 수 있다. 이때의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관습적인 시간이 아니라 생의 시간, 그 자체를 말한다.
조화는 왕족을 위해서 쓰이기도 하였다. 특히 마리-앙투아네트의 조화공인 T.J. 방젤에 의해 인조 식물이 단순히 학술적, 미학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에도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1790년 국민의회에 [인조 식물 공장 건립 허가 요청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 공장은 파리 노동자 4,000명을 고용할 수 있는 대규모 인조 식물 공장이다. 방젤의 기획은 다양한 전문가들에 의해 지지를 얻었다. 의사이자 식물학자인 앙투안 드 쥐시외는 인조 식물 공장이 형태와 성질을 고정할 수 없는 식물들에 애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제인 생-탕드레-데-자르는 편견과 학대로 인해 인민 계층 여성의 지위가 취약해졌고 이로 인해 곤경에 처한 여성 노동자를 구제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지지하였다.
19C 프랑스는 기획, 욕망을 실현하려는 인조 식물 모형 제작자와 가내수공업자들의 전성기였다. 모형 제작자인 앙드레-피에르 팽송은 밀랍 버섯을 500종 제작하였다. 발견하기가 희귀한 버섯들을 인공적으로 제작하며 그는 욕망을 실천해나간다. 육안으로 확인한 후 압화로 만드는 것이 아닌 모형으로 제작하고자 했던 로비야르 다르장텔에게 욕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그는 아시아, 아메리카 항해 경험을 바탕으로 오랜 여행에도 변형, 변색, 부패하지 않는 원형 그대로의 이국적 꽃과 과일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자신이 본 아름다운 것들을 유럽인들에게 모형을 통해 보여준다. 그 모형은 실물에 가까운 코코넛, 캐슈넛 등 이국적인 과일이었다.
전성기였던 프랑스 파리에서는 부티크 거리가 즐비했다. 그곳에서 가내수공업자들이 활발하게 여성복을 만들기 시작한다. 인조 식물은 상품화되고 제품은 효율적으로 생산이 되어간다. 이 생산방식에는 어두운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어떻게 색깔을 지속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화학이었다. 화학제품에 의해 환경은 취약해졌고 그 환경 속에 여성 노동자의 손은 각종 화학물질(비소, 납, 아날린, 락스)에 중독되고 피부병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조화가 도시 여성들의 외양을 아름답게 꾸며낼지라도 그 아래에는 어두운 측면이 내재함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조화는 다양하게 만들어져 인간 앞에 놓인다. 지점토로 만들어진 조화는 프랑스 농업 학교에서 쓰이기도 했으며 유리로 만든 조화는 박물관(하버드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한다. 유리를 활용해 조화를 만든 자는 블라슈카 부자다. 블라슈카 부자는 썩은 과일까지도 직접 만들어 전시해 생의 시간을 보여준다. 또한 박물관에는 블라슈카 부자가 사용했던 도구들이 전시되어있다. 이 도구는 꽃잎들의 형태를 만드는데 사용되었던 틀, 망치다. 이 강의는 옛날의 프랑스 인들이 어떻게 인조 식물을 만들었는가가 핵심이다. 꽃이라는 작물은 과학과 결합하게 되면서 인조 식물의 역사로 나아갔다. 노동자들은 손을 통해 여성들의 옷과 모자에 꾸며지는 조화를 만들기도 했고 각자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인조 식물을 만들기도 했다. 이를 통해 생물학과 자연학이 지식으로서 작용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참고 영화: <리틀 조,2019>, <식물 수집가,2022>
참고 문학: 에밀 졸라,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1883), 박명숙 옮김, 시공사
조리스-카를 위스망스, [거꾸로] (1884), 유진현 옮김, 문학과지성사
작성자: 아카데미 알트루키 구혜린
6강, "자본의 ‘메타버스(Metaverse)’를 넘어 생태의 ‘플루리버스(Pluriverse)’로
: 라틴아메리카와 새로운 공동성 디자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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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경희대학교 비교문학연구소 소장)
08월 24일 수요일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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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강연에서는 현 시대에 왜 라틴아메리카에서 ‘플루리버스’라는 새로운 단어가 나타났고, 이론과 실천에서 왜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고 있는가를 말하고자 한다.
‘메타버스’는 “Meta(초원) + universe(우주)의 합성어”로, ‘가상의 세계’창조이자 테크놀로지의 금전적 실현과 그 결과이다. 한편으로는 이로 인해 돈이 되는 메타버스가 자본에 의해 굴러가고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현실이 강해지면서 물신화 되는 부분이 강화된다. 메타버스는 더욱 길고 두터운 인류세 시대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자연으로부터 분리된 인간과 세계의 통제라는 근대적 세계관의 연속-심화가 나타난다. 라틴아메리카는 ‘우리는 어떻게 인류세 시대를 짧게 만들어 다음 세대로 넘어갈 수 있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문명적 전환의 요구와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자본의 메타버스’에서 ‘생태의 플루리버스(‘플루리버스’-Plural(다수의) + Universe(우주)로, ‘다수의 우주’ 혹은 ‘다중 우주’)’로 가고자 했다. 그동안 인간중심의 하나의 세계였다면 이제는 많은 세계가 들어갈 수 있는 세계, 근대 세계를 넘어 현실과 이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관계적 존재론”으로 보면 인간을 중심에 놓고 다양성을 논의하는 서구의 다문화주의를 넘어 인간과 인간 외 존재의 위계를 해체하는 급진성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대의 지배적 사고를 넘어서는 사유로써 ‘플루리버스’는 서구가 주도하는 개방주의, 발전주의라는 목적론을 극복하는 금전적 지속가능성을 모색 할 수 있게 한다.
플루리버스의 또 다른 의미로는 근대에 의해 억압받고, 주변화된, 잊혀지고 퇴행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던 존재의 귀환이기도 하다. 선주민, 흑인과 여성의 삶과 지식에 관심을 가지고 기존의 관점을 수용하되, 사회관에서 자연과, 우주관으로 시각을 확장시킨다. 이는 생명과 삶의 복원,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인적 가치의 창조이며 과거와 미래가 통화할 수 있는, 탈미래화가 아닌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본 강연자는, 우리는 종종 서구중심적인 사상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실질적 한계가 있고 이를 벗어나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서구 비판적 시각과 라틴아메리카(비서구적)에서 나오는 이론, 담론, 사상들을 받아들이고 공부할 수 있어야 함과 동시에 서구 모델의 모방, 추종을 넘어 어떻게 새로운 사회 디자인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을 끝으로 본 강연을 마친다.
작성자: 아카데미 알트루키 강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