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 인터뷰 읽어주실 분들에게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세라 : 안녕하세요. 저는 주로 현대미술에서 시각 예술 기획과 비평을 하는 큐레이터이자 연구자입니다. 한국 비디오아트 아카이브 ‘더 스트림 THE STREAM'을 설립하여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디렉터이고요, 동명의 영상예술 비평지를 출판하고 있습니다. 주로 예술과 기술에 관련한 미디어 매체 예술 관련 연구를 하면서 글을 쓰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 올해 네마프는 기존의 영화제와는 다른 움직임을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작품의 대안적 가능성을 넘어, 기획과 큐레이팅에 관해서도 새로운 탐색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특히 정세라 디렉터님께서 참여하신 ‘시네-미디어 큐레이팅 포럼'처럼 각 기획자가 하나의 주제를 맡아 작품의 섹션을 구성하는 것이 그러한 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 네마프에서도 ‘작가전'은 꾸준히 있었지만, 이번 작가전에서는 동시대 작가인 이은희 작가를 포커싱했습니다. 기획 큐레이터로 참여를 제안받으셨을 때 어떠한 생각이 드셨는지, 그리고 이번 네마프에서 이은희 작가를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이유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정세라 : 네마프에서는 여러 번 다른 기획프로그램에서 전문 패널로 참여한 적도 있었고, 그 이후에도 본선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올해 23주년을 맞아 네마프가 새로운 기획의 방법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초청해 주신 것을 잘 알기에 그 의도에 부합하고자 하였습니다. 저를 포함해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큐레이터들이 게스트로 초대되었다는 점에서 미술관에서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을 영화관에서 교차해서 소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물론 요즘에는 미술 작가들의 작품이 영화제에서도 소개되기도 하지만요.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아무래도 관객층에 차이가 있을 테니깐요. 제가 작가전에서 소개한 이은희 작가 역시 영화제보다는 미술계에서 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인데, 전시에서의 설치나 환경에서 벗어나 오롯이 영화관이라는 몰입의 환경에서 같은 작품이 다르게 보여질 수 있겠다는 점에서 기대하면서 기획했습니다. 기존 네마프의 작가전의 회고전처럼 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면, 이번 작가전에서는 기획 이슈를 중심으로 작가와 작품을 선정하고, 구성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작가전은 네마프의 주제 “안전한 신체의 확장"과 무관하게 기획해도 상관없었지만, 저는 네마프의 주제 안에서 자연스럽게 결을 맞추어 기획하고 싶었습니다. 이은희 작가는 그런 측면에서 포커싱을 할 수 있는 좋은 예술가였습니다.
에디터 : 기획을 아우르는 [플레이되는 몸/이미지/기술-이은희 작가전]이라는 제목의 의미 역시 궁금합니다. ‘몸’과 ‘기술’ 사이에 위치한 것이 ‘이미지’이고, ‘플레이'는 영상과 같은 움직이는 이미지를 재생할 때의 Play 버튼을 상기시키기도 하고, 놀이적인 의미도, 무언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수행적 의미로도 생각이 됩니다. 기획자님께서는 어떠한 의미로 이 제목을 구상하셨는지요?
정세라 : 저는 물리적, 인식적 기준들을 따라 감각되는 신체와 스크린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현실의 신체가 카메라에 의해 포착되어 이미지화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신체의 즉각적 접근에서 차단되고 스크린에서의 신체만을 지각하게 되면서 시각적 편향성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시각 의존적 신체를 포함한 현실이 스크린이라는 매체를 통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고 그 스크린 이면에 잠재된 기술 메커니즘을 이은희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신체-이미지-기술의 강도를 따라가 보고 싶었습니다. 결국에는 무빙 이미지라고 아울러 말할 수 있는 작품들이 상연의 형태로 스크린을 통해 재생(플레이)되니까요. 몸은 하나의 매체이고, 몸이 수행하는 역할은 기술-과학의 근본적 관심이기도 합니다. 스크린 역시 하나의 물리적인 매체이고 인간의 몸과 유사하게 유한한 시간적 연쇄를 가져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몸과는 다르게 자기 몸(스크린)이 소멸하여도 다시 자리를 옮겨, 절대 죽지 않는 몸을 갖고 우리 앞에 현전하기도 하죠. 작품들은 스크린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것 같잖아요. 그렇다면 스크린은 언제나 죽지 않는 몸이 되어주죠. :)
에디터 : 이은희 작가님의 작업 중 중 네 작품 - <이족보행을 위한 몇 가지 전제들>, <블러드 캔 비 베리 배드>, <컨트라스트 오브 유>, <핫/스턱/데드> - 이 이번 네마프의 큰 주제인 “안전한 신체의 확장"과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정세라 : 저는 여전히 안전한 신체의 확장이 무엇인지 질문이 생깁니다. 그래서 “안전한 신체의 확장"과 직접적인 관련성보다는 ‘신체와 기술’을 중심에 놓고 주제로 잡은 “플레이되는 몸/이미지/기술"을 생각했고 그 이슈에 가장 적절한 작품을 리서치하고 선정했습니다. 이은희의 작업은 주로 몸과 기계, 기술이 촉발하는 제도와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연결 짓고, 실제 작가 주변 일상 경험에 기반하여 접근하면서 신체 이미지를 매체의 문제와 연결하여 제시하기 때문이죠.
에디터 : 이은희 작가의 작업은 보편 세계에서 적합하다고 인식되는 기준이란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러한 큰 흐름 안에서 “안전한 신체"에 대한 물음은 즉각적으로 <이족보행을 위한 몇 가지 전제들>과 <블러드 캔 비 베리 배드>와 비교적 순탄하게 연결됩니다. 그러나 앞선 두 작품과 조금 다른 축으로 <컨트라스트 오브 유>와 <핫/스턱/데드>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요. 앞선 작품이 장애를 가진 몸, 신체적으로 비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몸, 신체상에 대한 불일치에 대한 이미지를 탐색한다고 하면, 다른 두 작품은 디지털 세계와 물질을 탐색함으로써 이 기준을 물질적 수준으로까지 확장시킵니다. 사실 제목만 보고 생각한 것은 ‘보철로서의 몸'에 대한 작업을 만나게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두 축을 연결하신 디렉터님의 생각은 어떠신지가 궁금합니다.
정세라 : <컨트라스트 오브 유>는 디지털 기술이 인식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혹은 잘못 인식하는 신체(얼굴) 이미지에 대한 문제를 여러 실제 사례를 통해 폭로하면서 디지털 기술의 비정상성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컨트라스트 오브 유>에서 드러난 기술적 오류는 인간의 얼굴이나 신체라는 실재와의 인과적이거나 지표적 연관성을 상실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죠. 이미지는 언제나 우리의 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왔지만, 디지털화된 이미지는 우리가 항상 그곳에 있다고 인식하는 지각적 인지 세계의 또 다른 층위를 노출하고 있고요. 바로 이러한 순환 과정에서 우리의 몸과 물리적 스크린의 몸을 연결 짓는 시도로 볼 수 있고, 이것은 <핫/스턱/데드>로 이어집니다. 이 작품은 스크린이라는 신체(몸)를 구성하는 세포를 들여다보듯 픽셀과 기술 입자들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죠. 참고로 네마프 도록에 실린 저의 글을 읽어보시면 기획의 내용과 작품들의 구성 이유를 더 자세하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컨트라스트 오브 유> 스틸컷
<핫/스턱/데드> 스틸컷
에디터 : [플레이되는 몸/이미지/기술-이은희 작가전]의 상영 순서는 <이족보행을 위한 몇 가지 전제들>로부터 시작해 <블러드 캔 비 베리 배드>, <컨트라스트 오브 유>, <핫/스턱/데드>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배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은 어떤 것이었을지가 궁금합니다.
정세라 : 네 작품이 하나의 기획 이슈 안에서 시간적 연쇄를 통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하나의 작품이 특별하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요. 저는 전시를 기획하기도 하고, 스크리닝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하는데요, 전시가 공간까지 포함해 어떤 환경을 전시하는 예술적 실천이라면 이번 영화제처럼 상영 기반 프로그램은 작품과 작품을 병렬적으로 이어서 보여주는 방법에서 과연 관객의 지각을 어떻게 연쇄시킬 것인가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에디터 : 이은희 작가님의 작업이 미술을 베이스로 주로 전시 공간에서 소개되었는데, 이번 네마프 2023에서 영화관의 큰 스크린에서 단채널 영상으로 상영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이번에 소개된 작품은 대부분 영화와는 다른 화면비, 그리고 전시에서의 2채널과 같은 작업으로 진행되어서 이번 작업을 위해서 단채널로 재작업 되었는지, 영화관에서 상영된다고 하셨을 때 걱정되시는 부분이나 기대되는 부분은 어떠한 것들이 있으셨을지가 궁금합니다.
정세라 : 저는 ‘더 스트림’ 온라인 아카이브 플랫폼(www.thestream.kr)을 운영하는 동시에 전시 기획, 연구, 출판과 함께 정기적인 아티스트 스크리닝/토크 프로그램을 2015년부터 기획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스크리닝의 방식으로 보여주었기에 이번 네마프에서도 특별하게 우려가 되는 부분은 경험상 없었습니다. 반대로 기대했던 부분은 채널이 다양하고 작품에 따라 화면비가 달라지는 것을 흥미롭게 봐주셨으면 하는 것이었죠.
현대미술에서의 무빙 이미지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쇼잉 되고 있습니다. 싱글채널 외에도 2채널 이상의 다채널 작품들이 있구요. 확장 영화나 실험 영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물리적 환경을 따라 지각을 파편화하는 전략을 쓰면서 실험적 탐구를 하는 것처럼요. 저는 영화제에서도 새로운 지각의 방법을 큐레이팅을 통해 소개하면 흥미로울 거라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물론 아무리 실험적인 방법을 쓰려고 해도 스크린이라는 프레임이 매우 제약적인 것은 사실이지만요. 이번에는 2채널 작품들과 세로 화면비의 작품이 있었는데요. 영화제의 특성상 이은희 작가가 싱글채널 작품으로 수정을 한 것이고요. 전체 네 작품의 사운드 밸런스를 최적의 상태로 조정하기 위해서 다시 하나의 싱글채널로 변환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이족보행을 위한 몇 가지 전제들> 스틸컷
에디터 : 네마프 2023을 찾을 관객분들이 [플레이되는 몸/이미지/기술-이은희 작가전]을 어떻게 보셨으면 좋을 것 같나요?
정세라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획 이슈를 따라서 작품들 사이의 연쇄를 잘 살펴주셨음 합니다. 무엇보다 이은희 작가의 작품들을 흥미롭게 봐주셨으면 하구요. 너무 어려운 작품이 아니었기를 바랍니다.
에디터 : 마지막으로 현재 정세라 디렉터님의 관심 주제가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정세라 : 저는 현대미술 이론과 매체 미학을 공부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기술과 예술의 범위 안에서 기획하고 글을 쓰고 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중에 더 스트림을 설립하면서 한국의 비디오아트/무빙이미지에 대한 아카이브 리서치 연구와 기획, 비평을 통해 한국 영상예술의 지형도 그리기를 목표로 삼고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는데요. 더 스트림을 구상했던 계기도 한국의 비디오아티스트와 작품들을 국내외 큐레이터나 전문가 연구를 위한 플랫폼으로서의 허브 역할을 더 스트림이 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뉴욕 모마의 큐레이터였던 바바라 런던(Babara London)이 더 스트림 아카이브에서 작품을 보고 연락을 주기도 하였고, 2022년 더 스트림의 기획 프로그램에서는 해외 유관 기관인 영국 럭스(LUX)가 협력 기획으로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온라인 아트 아카이브 플랫폼의 최대 장점은 네트워크 기반의 특성상 빠르고 넓은 확산(배포)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국내 현대미술계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한국의 영상예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확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을 두고 있습니다. 더 스트림이 비영리예술 연구단체이자 큐레토리얼 팀이기 때문에 가장 충실해야 할 아카이브 연구부터 그로 촉발되는 다양한 예술 실천으로 확장하고자 여러 가지 모델을 만드는 데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일들을 동시에 하면서 저의 박사 논문이 자꾸 미뤄지고 있어서 연구를 하는 데 조금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블러드 캔 비 베리 베드> 스틸컷
글. 해파리+박동수. 네마프X해파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