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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푸른날> GT 현장
NeMaf 조회수:4344 추천수:16
2016-08-11 12:24:50

 

 8월 10일 오후 7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임창재 감독의 <푸른 날>이 상영되었다. 임창재 감독은 1994년 실험영화 <ORG>를 시작으로 다수의 실험영화와 장편극영화를 연출했으며 현재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공동집행위원장이자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상영이 끝난 후 이도훈 비평가의 진행으로 임창재 감독과 관객이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 제목을 먼저 접했을 때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상상했었는데 보고 나니까 퍽퍽한 현실을 담은 작품이었어요. 특히 주인공 정현이 군대 제대 후 취업을 준비하며 겪게 되는 갖은 고초들을 보여주며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왜 이 주제를 선택하게 되셨나요?


지금은 3포 세대를 넘어 n포 세대라고 하죠. 그게 사회 이슈로 된 지도 꽤 되었고 제 후배들을 보면 실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젊었을 때 모든 일이 잘 풀리고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갈수록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인생의 선배로서 마음의 책임을 느끼기도 해서 영화로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속 많은 인물들이 취업준비생으로 나오는데 인디밴드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 등 예술가들도 꽤 많이 등장을 합니다. 그리고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주인공 정현도 과거에 그림을 그렸던 것처럼 나오는데 예술가들의 삶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으셨나요?


굳이 부각을 시키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사실 처음에 주인공을 설정할 때는 작곡에 재능이 있는 캐릭터로 잡았었어요. 물론 주인공의 전공과는 다른 분야죠. 그러다가 그 설정을 살짝 바꾸게 되었습니다. 예술가들의 삶을 부각시킨 것은 아니고 대부분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현실을 반영했습니다. 영화에 싱어 송 라이터로 나오는 여자 배우 분은 실제로 아카시아 밴드에서 노래도 하시는 분이에요.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살린 것도 있고요.

 

 

영화 속에서 보면 정현은 아버지가 안 계시고 어머니는 청소 일을 하시면서 가정환경이 어려운 상황으로 나오는데 그에 따른 경제적인 압박 속에서 자신의 재능과 꿈을 포기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인물로 해석해도 될까요?


네.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석하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이 간접적으로 노동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근로 환경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근로자, 감정 근로자 등 여러 형태의 근로자들이 나오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별도로 자료조사를 하신건지, 직관적으로 만드신 건지 궁금합니다.


아뇨, 자료조사를 별도로 할 필요 없이 그것은 매일 신문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현실과 너무 비슷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었어요.
 

 

화면 뷰를 넓게 잡아서 전체적으로 호흡을 길게 가지고 가셨는데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나요?


화면 뷰가 HD보다 조금 더 긴데 촬영감독과 상의해서 결정한 것입니다. 저는 원래 16:9로 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촬영감독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조금 넓게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중간 중간에 김일병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일화에서는 정현이라는 캐릭터가 무책임하고 비겁한 방관자 입장인데 어떤 의도로 그 에피소드를 넣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픽션에서 주인공이라고 하면 아주 악하거나 선한 인물로 나오죠. 사실 그건 현실과 먼 얘기예요. 정현은 장점과 단점이 같이 공존하는 평범한 인물로 그렸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선과 악이 공존하고 그 안에서 갈등을 하는데 정현도 그렇게 설정을 하신 거군요?


네, 사람마다 강한 면과 약한 면 모두 공존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얼마만큼 드러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관계에서의 상호작용도 영향을 미치겠죠. 

 

 

기존의 시나리오와 달리 촬영 시 뺀 장면들이 많았나요?


독립영화라 촬영 후에 장면을 빼는 건 비경제적이기 때문에 촬영 전에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뺀 장면들도 있죠. 아무래도 극영화니까 중심 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인물들도 지금보다 더 많았는데 많이 정리를 했어요. 

 

 

영화에 청년세대 인물들이 나오고 또 반면에 재력 혹은 권력을 가지고 그 힘을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하는 기성세대들도 나옵니다. 어쩌면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와의 대립으로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없으셨나요?


일단 그런 우려는 안했고 사실 기성세대의 책임이 많이 있죠. 실제 사회에는 영화에 나오는 것보다 더 나쁜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더 담았어야 했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중반부에 뜬금없이 나오는 배달원의 얘기도 사회에서 많은 이슈가 되었던 갑을 관계를 표현하고 있어요.

 

 

정현과 함께 임상실험을 받았던 여성이 정현의 뒷모습에서 검정 날개를 보고 그렸다가 지운 얘기가 나오는데 날개를 잃어버렸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현실 속에서 우리는 땅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많이 생각하잖아요? 꿈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현실(땅)만 보고 아름답고 이상적인 것(하늘)은 못보고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장면 다음에 날개를 행복과 연관 지어서 설명하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에요.

 

 

관객: 영상 중간에 화면이 자연스레 넘어가지 않고 뚝뚝 끊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일부러 그렇게 편집을 하신건지 궁금합니다.


네, 편집을 수개월동안 정말 많이 했어요. 우연으로 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한 씬은 편집하는 데 일주일 걸린 것도 있을 정도로 정말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정현이 술 취한 사람을 도와주고 칼에 찔린 후 꿈인 것 같기도 하고 과거 회상장면 같기도 한 장면이 나옵니다. 인물들이 바닷가에서 함께 뛰어노는 모습과 정현이 죽어가는 것 같은 모습이 나오죠. 이 엔딩장면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말씀하신 것처럼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요. 일부러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장면이에요. 바닷가에서 인물들이 어울리는 모습은 사실 저의 바램을 나타낸 거고요. 해석은 각자 자유롭게 하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감독님께 한 말씀 청하면서 오늘의 GT 마무리하겠습니다.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렇게 시간 내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독립영화가 완성하는 것도 어렵지만 완성 이후에 관객을 만나는 일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배급, 상영, 홍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한 100편이 만들어 진다면 그 중 10편이 상영 될까 말까 한 현실입니다. 저도 촬영과 편집이 끝난 날은 기쁘지만 그 다음날부터 고민은 더 깊어지거든요. 이것도 제가 앞으로 계속 고민해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다음 달에는 해외 영화제에 경쟁부문에 출품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관객 분들 만날 때 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작업 관련해서는 항상 머릿속으로는 이번엔 수익을 낼 수 있는 영화를 하자고 생각하는데 수익을 내는 영화를 만드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고 예술적인 영화도 가치가 있어서 항상 고민하고 갈등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극장을 찾아주신 관객 분들에게 한 번 더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6.08.10.


진행 │ 이도훈 비평가
기록 │ 정솔지 루키
사진 │ 강보람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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