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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글로컬 구애전 단편1 GT
NeMaf 조회수:2704 추천수:12
2015-08-07 21:42:47

 

 

 8월 7일 인디스페이스에서 글로컬 구애전1의 상영이 있었다. 글로컬 구애전1에는 크리스토프 라이너 감독의 ‘로봇을 위한 레퀴엠’, 위밋 타얌 감독의 ‘헤어’, 니나 유엔 감독의 ‘앤도’, 플로리안 호프만 감독의 ‘독재자의 호텔’ 그리고 권혜원, 김재연 감독의 ‘어느 관광엽서의 일생’등 총 다섯 편이 관객을 찾았다. 특히 상영 후에는 ‘어느 관광엽서의 일생’의 권혜원 감독이 관객들과 함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관광엽서의 일생’은 감독이 이베이에서 구입한 1930년대 한 장의 관광엽서에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전시로 기획되었던 이 영상작업은 근대 서울의 관광명소였던 조선총독부의 사진이 실린 관광엽서를 통해 이제는 잊힌 장소와 건물에 얽혀있는 시간을 조명해본다. 이하는 설경숙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권혜원 감독과 관객들의 대화를 일부 기록한 것이다.

 

 

작품의 처음에 등장하는 일본 여성의 엽서는 실제 존재하는 엽서인 건가요?

조선총독부의 사진이 실린 관광엽서는 실제로 제가 이베이에서 중국 사람으로부터 구입한 엽서입니다. 서울의 풍경과 근대 관광에 관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와중에 발견하게 되었고, 그 뒤에 일본 여성이 쓴 편지 역시 실제로 적힌 내용 그대로입니다. 그 외에 앞뒤로 붙어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들 역시 제가 리서치 와중에 발견한 엽서들을 사실과 허구를 섞어 만든 결과물들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그림엽서 역시 그 시대 실제로 존재했던 관광엽서들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리서치 중에 발견한 엽서들을 영상작업으로 구현하기 위해 배우들이 그 당시의 도면을 토대로 재현한 것입니다. 사물에 관한 영화이기 때문에 소품들과 배경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썼고 고증에 충실하고자 애썼습니다.

 

이 영상작품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흔히 사용하는 나레이션이 최소화 되어있고, 그 자리를 타자기 소리, 연필로 글씨를 쓰는 소리 등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사물의 사운드를 주로 사용하신 이유가 있나요?

주인공을 관광엽서로 설정한 순간부터, 이 작품은 엽서라는 사물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모든 인간적인 흔적의 사용을 자제하고 주인공이 ‘사물’인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빛과 카메라 그리고 엽서의 소리를 통해 스토리를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어쩔 수없이 사람이 등장하지만 아웃포커싱을 통해 최대한 주목받기 힘든 상태를 구현하였습니다. 배우들에게는 조금 죄송했지만요.(웃음)

 

‘어느 관광엽서의 일생’은 건물에 대한 역사이면서, 장소에 얽힌 시간에 대한 역사 그리고 기록에 관한 작품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런 내용을 ‘엽서’라는 소재를 통해 구현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엽서에서 출발했다기보다는 조선총독부라는 건물에서 출발한 작품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선총독부는 그 당시에는 서울의 관광명소로 굉장히 유명했지만 현재는 잊혀지고,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공간입니다. 저는 이러한 잊혀져가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실제로 그런 공간들을 조사해보던 중에 발견한 엽서를 통해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구성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잊힌 장소들을 통해 작업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또 다루어보고 싶은 공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사소하고 잊힌 것들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심을 작업으로 하게 된 계기는 제 작업실이 있던 문래동의 ‘근로자 합숙소’라는 공간을 조사하면서부터입니다. ‘근로자 합숙소’는 역사가 50년이나 되었고, 처음에 지어진 당시에는 대한뉴스에 나올 정도로 유명했지만 현재는 그 흔적이나 자료를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그 때부터 잊힌 하지만 그 이유를 찾아보기 힘든 공간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구로공단에 있는 ‘금천예술공간’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본인의 작품을 직접 관람하셨는데,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도 그것 때문에 오늘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영화관이라는 정해진 형식 안에서, 시작과 끝이 명확한 형태로 보니 다양한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갤러리와 영화관을 넘나드는, 유연한 작품을 하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 글로컬 구애전1은 8월 10일 월요일 오후 다섯시 산울림소극장에서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진행  |  설경숙 프로그래머

참여 작가  |  권혜원 감독

기록  |  윤하영 루키

사진  |  정지수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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