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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호] [네마프토크] 알랭 카발리에 특강2
    NeMAF 조회수:4001 추천수:28
    2015-08-13

     

     

    8월 12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알랭 카발리에 회고전으로 작품 일부를 상영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초상Ⅱ와 필름맨이 상영되었다. 이하는 ‘필름맨’의 상영 이후, 설경숙 프로그래머의 멘트로 진행된 김지훈 교수의 해설 중 일부를 담은 것이다.

     

    설경숙 프로그래머 : 알랭 카발리에 회고전 중에 필름맨을 보셨는데요. 감독님은 상업적인 영화로 시작하셔서 나중에 후기에 와서는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는 영화 만들기에 대한 존재론적인 의문점을 던지는 영화를 많이 만드셨습니다. 이번 회고전은 아쉽게 빠진 작품도 많고 작품세계를 다 나타낼 만큼 라인업을 갖추지 못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생소했던 그의 작품들을 소개하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중앙대학교 김지훈 교수 :

    카발리에의 작업들은 에세이영화라고 하는 장르이지만 장르 위반적인, 특히 에세이 영화중에서 하위 장르인 다이어리 필름에 어떻게 카발리에 작품을 위치시킬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또한 필름맨이 에세이 영화의 어떠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1. 필름맨에 대한 간략한 설명

    카발리에가 이런 종류의 작업을 하기 시작한 작품이 필름맨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00년대의 이후의 영화가 개인적인 영화 만들기, 즉 다이어리 영화들을 대표 합니다. 자전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1978년에 제작이 된 ‘이 전화 응답기는 메시지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96년도에 ‘만남’ 이 두 개의 작품과 더불어서 ‘필름맨’이 자전적인 3부작이라고 불립니다. 카발리에는 개인적이고 소수의 스텝을 쓰면서 독립적인 제작 방식을 취하게 되면서 자본으로부터의 자유를 이야기 할 수 있었습니다. 필름맨이라는 제목 자체가 중요한 내용인데 말하자면 감독이 아닌 자신을 찍는 사람으로 규정했다는 것, 개인적인 제작 방식과 관련되고 감독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는 정체성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카메라가 감독의 의식과 기억을 넘어서 카발리에 자신의 문제, 가족들의 문제, 세계의 문제를 다루는 탐색과 치유의 장치로 역할을 합니다. 후기의 작품들은 경계들을 던지고 그것을 줄여나가는 일을 해내갑니다. 예를 들면 다큐멘터리와 픽션,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것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런 과정의 영화가 탈장르적인 에세이 영화입니다.

     

    2. 에세이 영화란?

    문학적인 어원, 수필이라는 장르를 생각해보면,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나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쓴 글 혹은 신변잡기적인 모든 글을 에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시나 소설과 구분되게 다른 장르들을 넘어서는 경계 위반적 특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차원의 글이기도 하지만 공적인 경험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장르 위반적이며 다층적인 주제 그 속에서 글쓴이의 주체가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자신의 의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서 판단의 과정이 드러나는 것이 에세이의 특징이며 파편적인 것을 가정하고 열린 형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근의 영화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형식이 바로 에세이 영화입니다.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현실에 섞는 영화이며 대비되는 축들이 주제적, 표현적으로 상호작용합니다. 다큐멘터리면서 특정한 역사와 기억에 대해 감독들이 보이스를 내기도 합니다. 에세이 영화에는 두 가지의 성격이 있는데 하나는 감독이라는 주체가 표현되고 개인적이고 비판적인 반영을 나타내는 반영성, 그리고 다른 하나는 문학적인 에세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주관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작가의 목소리는 나레이션 뿐만 아니라 몽타쥬, 사운드의 불일치, 자막 등이 대변합니다. 이와 같은 에세이 영화에는 하위 장르가 있습니다. 그 장르에는 인터뷰 형식, 그리고 여행, 특정한 문제에 대해 분석적으로 해석하는 방식, 영화에 대한 영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이어리 영화가 있습니다. 카발리에의 작품들 그리고 이번에 상영했던 필름맨은 그 중에 다이어리 영화에 속합니다.

     

    3. 필름맨은 다이어리 영화의 특징들을 잘 나타내

     

    이 영화는 다이어리 영화의 특징들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필름맨은 1994년도부터 2005년까지 감독의 일상과 세계를 반영하였습니다. 그러나 탈 연대기적으로 자유분방하게 배열됩니다. 자아의 탐색, 자신과 부모 또는 자신과 아내와의 관계 문제, 삶과 죽음의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영화는 감독의 눈과 몸으로 체험된 세계를 보여주며 그가 느끼고 보고 포착하는 피사체와 세계를 파악해 나갑니다. 복수적인 시간대 속에서 그에 맞춰 움직이는 자아도 표현 되었습니다. 주체가 탐색하고 질문을 하며 그러한 과정 속의 주체를 보여줍니다. 삶과 죽음, 가족관의 관계라는 주제가 있지만 파편적으로 제시되며 그러한 예로는 500프랑에서 수학자 파스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은 카발리에의 의식의 흐름에 의한 기법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에세이 영화 자체의 특징이기도한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긴장도 나타납니다. 이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으나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카발리에가 병원에 검사 받으러 갈 때 아내가 카페에서 기다리는 장면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카페의 풍경은 고요하고 적막합니다. 내적으로는 긴장된 상태이지만 외적으로는 그와 상반된 분위기를 제시합니다. 필름맨은 개인적 경험을 기록하면서 친밀한 대상이 주제입니다. 아내나 부모와 같은 가장 가까운 대상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가지고 윤리적인 성찰이 반영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노모를 카메라에 담으며 삶을 정리하면서 삶을 놓지 않는, 이러한 관계의 성찰은 감동적입니다. 그러나 결말이 없는 열린 형식입니다.

     

    4. 기술적 발전과 밀접한 에세이 영화

    에세이 영화는 기술적 발전과 큰 연관이 있고, 카발리에가 이를 잘 실현해 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카메라를 업데이트하며 이를 통해 세계와의 관계도 변하는 것을 알 수 있죠. 개인적으로 영화 만드는 방식을 정립하고 변화시킵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보면 기술적 발전이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이어리 식으로 감독의 일상을 기록하려면 카메라가 변화를 쉽게 포착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디오는 쉽게 피사체에 접근 가능하고 흐름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카발리에의 영화에서 비디오 카메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디오는 촬영과 모니터링이 동시에 가능하기 때문에 이전에는 관찰적인 카메라였다면 비디오의 특성 때문에, 참여적인 관찰로의 변화가 이루어 졌습니다. 디지털 비디오 테크놀로지는 에세이적 사유 자체를 더 용이하게 만들었습니다. 필름맨에서 나타나는 비디오 카메라의 특성을 소개하자면 차도르를 쓴 여인에서 도로의 군중들을 포착하고 다시 여인이 사라지는 모습을 담는 방식에서 유동성 혹은 즉각성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특성으로는 친밀성이 있는데, 카발리에 자신의 신체나 아내와의 초근접적인 거리 그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삶에 대한 에너지를 발견하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반영성인데 카메라 자체를 드러내거나 카메라를 들은 작가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면서 자신의 상태도 언급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특성을 통해 삶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처들을 수반 할 수밖에 없고, 다시 말해 삶이라는 것은 그 상처를 다루고 치유하면서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를 담아냅니다.

     

    5. 마무리

    영화 속의 잠든 암탉은 잠든 어머니와 등과적 존재이며 영화 ‘천국’에서의 공작새와도 연결이 가능합니다. 카발리에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동물을 통해서 성찰했습니다. 소멸의 운명 속에서 삶의 의지를 표명하고 ‘삶이란 어디로 가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같은 질문은 영화를 찍는 과정을 통해 성찰하고 공유하지만 확정된 답은 없습니다. 이는 작가의 삶에 대한 태도는 열려있으며, 그 의미를 찾아내고자하는 영화적인 탐색은 계속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진행  |  설경숙 프로그래머

    강연  |  김지훈 교수

    기록  |  김준 루키

    사진  |  여준석 루키

  • [8호] 이수현 큐레이터 인터뷰
    NeMAF 조회수:3722 추천수:33
    2015-08-13

     

    뉴미디어아트에 대하여

     

    ‘미디어극장 아이공(이하 아이공)’은 대안 예술 공간으로, 대안적인 영상을 상영하고 전시하는 공간이다. 여성과 소수자에 관한 문제를 살펴보고 보듬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공간이기 때문에 여성주의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렇게 독특한 성격을 가진 공간에서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하 네마프)’ 15주년 아카이브 전시 ‘ALL AROUND VIDEO, ALL AROUND VOICE'가 펼쳐진다. 이 흥미로운 조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아이공을 방문하여 이수현 큐레이터를 만나 보았다.

     

    15주년 아카이브 전시에 대한 설명을 듣기 전에, 전시가 이루어지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아요.

    아이공은 전시를 진행하고 때로는 영상을 상영하기도 하지만, 뮤지엄이나 갤러리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개인전 위주로 기획하여 전시하죠. 하지만 대안공간과 뮤지엄 또는 갤러리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해요. 대안공간은 자본의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주제를 정해 새로운 전시를 기획하여 소개한다는 점에서 그러하죠. 특히 아이공의 시작과 정체성은 여성주의이다 보니, 이러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찾아서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하죠.

     

    그렇다면 전시를 기획하는 아이공만의 기준이 있을까요?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명확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회와 소통을 하면서 비평적인 시각을 가지고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작가를 선호하죠.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어떠한 현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 현상이 생겨난 이유와 그 현상으로 인한 장단점, 해당 현상으로 인해 파생되는 다른 문제점 등에 대해 대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해요. 그러나 비평만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죠. 그렇기 때문에 의문을 제기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작품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작품을 선정하다 보니 자연스레 주제나 소재가 다양해지죠.

     

    주변에 있는 다양한 전시 포스터들을 보고 있으니 큐레이터님의 말씀이 이해가 되네요. 그렇다면 이번 아카이브 전시에서 이 포스터들의 내용을 전부 살펴볼 수 있는 것인가요?

    이번 아카이브 전시에서는 15회 동안 진행되었던 네마프의 트레일러들을 보여주고, 아이공에서 전시를 했던 작가 분들의 축하메시지를 내보낼 예정이에요. 그리고 그동안 모았던 포스터들을 전시하죠. 안타깝게도 네마프나 아이공에서 전시하거나 상영했던 작품들을 볼 수는 없어요.

     

    그렇다면 이번 아카이브 전시가 아이공에서 진행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아카이브 전시 문구만 봤을 때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짐작하기 어려워서요. ‘VIDEO'는 아이공이 영상 예술을 다루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VOICE‘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VOICE‘의 뜻이 목소리잖아요. 사회의 주를 이루는 목소리를 살펴보면 목소리가 큰 사람이거나 다수의 목소리인 경우가 많죠. 그러다보니 항상 소수의 목소리는 작아서 들리지 않아요.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들은 분명 세상에 존재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주변’의 비디오나 미디어를 보여준 것처럼, 15년 동안 들려줬던 ‘주변’의 목소리를 다루겠다는 의미에서 ‘ALL AROUND VIDEO, ALL AROUND VOICE'라는 문구를 만들게 된 거죠.

     

    문구의 의미에 대해 들어보니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아이공의 정체성과 이어지네요. 그렇다면 15주년 아카이브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전시를 보면서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고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럴 때 ‘이게 뭐지?’라고 스스로 생각을 해 보는 것이 좋은 자세인 것 같아요. 그래야 사고가 넓어질 수 있거든요. 누군가가 알려주면 내가 생각할 틈이 없어져서 해당 전시가 좋은지 나쁜지조차도 구별할 수 없게 되어버려요.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아이공은 전시 준비로 인해 분주했지만, 다양한 자료들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자료들을 보면서 인터뷰를 진행하니 이수현 큐레이터의 설명에 대한 이해가 한층 수월했다. ‘대안 영화’, ‘대안 장르’ 등 대안의 어떤 것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전혀 낯설고 새로운 상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그룹과 그들을 서포트 해주는 ‘아이공’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이공을 방문하여 15년 동안의 아이공과 네마프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낯설고 설레는 이야기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2015.07.31

     

    취재  |  문지은 윤하영 루키

    기사작성  |  문지은 루키

    사진  |  아이공 제공

     

  • [7호] 잠재적 공간 +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GT
    NeMAF 조회수:3267 추천수:32
    2015-08-12

      

    8월 11일 오후 1시 산울림 소극장에서 구스타브 아모스. 카트야 프라체 감독의 <잠재적 공간> 그리고 허욱 감독의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상영이 있었다. 영화 상영 후에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허욱 감독과 변성찬 영화평론가가 관객들과 함께 영화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허욱 감독이 여러차례 일본을 방문하여 틈틈이 채록한 일종의 ‘트레블 로그(Travel Logue)'이다. 영화 속에는 일본의 여러 시공간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런 다양한 시공간의 기록을 통해서 학습된 기억 속의 일본과 일상적인 모습의 일본이 서로를 반영하며 펼쳐진다. GT에 참석한 관객들은 변성찬 영화평론가의 진행으로 허욱 감독과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어떻게 보면 사적인 여행기록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사적인 기록을 어떻게 영화라는 형태의 공적인 작품으로 만들 결심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작품 속에는 제가 사적으로 여행 혹은 출장을 가서 촬영한 장면도 있고, 작품의 의도를 가지고 촬영한 작품도 있습니다. 때문에 온전히 사적인 기록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것들을 카메라에 담다보니, 그 공간에 대한 저의 감정이 생기게 되었고, 그 때부터 이 공간을 나의 시선으로 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작품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순간부터는 카메라의 위치나, 톤 등도 모두 영화적 의도에 맞게 세팅한 것입니다. 특히 톤의 경우는 일부러 조금 밝게 가져갔는데, 일본이라는 땅이 가진 불안함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일부러 밝은 톤을 가져가는 등 영화적 의도를 가지고 제작하셨다면, 가장 중점을 둔 편집 방향은 무엇인가요?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된 가장 첫 계기는 ‘트레블 로그(travel logue)’라는 선(先)다큐 장르에 대해 공부하면서부터입니다. 트레블 로그는 영화가 찍힌 공간을 관객들이 있는 공간에 끌고 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영화관을 기차모양으로 만들어 이러한 트레블 로그를 상영하기도 했는데, 여행을 체험하게끔 하는 거죠. 트레블 로그에 대해 알게 되면서 여행자의 입장에서 정보에 대한 강요 없이 객관적이고 관찰적이면서 동시에 관객들과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서사가 없이 작품을 찍었고 서사 대신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위험’사인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등을 통해서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철길의 경우 교통수단이기도 하지만 과거로 들어가는 진입출구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라는 제목이 인상적인데요, 이 제목을 붙이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세계의 끝>을 떠올리실 텐데요, 저도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소설 속 등장하는 두 개의 모순적인 공간의 차이가 ‘내가 느끼는 공간’과 ‘실제 공간’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인용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이 제목이었던 것은 아니고 훨씬 지루한 제목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말리더라구요(웃음).

    ‘원더랜드’라는 단어에는 판단할 수 없는 모호함이라는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사람들은 하나의 공간을 특정한 단어로 일반화하는데 모든 공간에는 과거와 현재가 섞여있고, 때문에 모든 공간은 쉽게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를 담아 처음에 ‘원더랜드’라는 키워드를 떠올렸고, ‘하드보일드’는 뱃부의 ‘바다지옥’을 보면서 떠올린 키워드입니다. 뱃부의 바다지옥에서는 온천수로 삶은 달걀을 파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천연덕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말 그대로 ‘지옥’같은 공간에서 한가하게 달걀을 까먹는 거니까요. 그런 모습이 우중충하면서도 텐션이 있게 느껴졌습니다.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떠올렸기 때문에 제목이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된 것입니다.

     

     

    작품을 보고 일본감독의 작품이 아니라 한국감독의 작품이라 놀랐습니다. 원폭 피해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피해자로서의 일본’을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져 한국 관객들을 다소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르는데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은 없으신가요?

    저는 여행자로써 특정 공간을 갈 때 그 공간에 대해 일반화를 가지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한국인이기 때문에 처음 일본에 여행을 갈 때에는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무의식적으로도 일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일본이 사과하지 않은 제국주의 정체성이 저를 짓눌렀는데, 막상 일본에 가고 보니 평범하고 다양한 ‘일본 국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일본이라는 국가는 미워할 수 있어도 일본 공간의 상처 그리고 일본 국민에 대해서는 연민을 해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역사를 국가주의적 시작으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계층적 갈등으로 볼 것인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재해 혹은 정치 사회적인 것 속에서 무고하게 죽었던 일반 대중에 대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던 거죠. 보셨다시피 영화에서는 계속해서 어두운 장면과 밝은 부분이 교차되어 나타나는데, 굉장히 공포스러운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마쯔리’라는 마을 축제를 통해서 불안함을 토해내는 혹은 폭력과 공포마저 축제로 즐길 수밖에 없는 이들의 마음을 포현하고자 했습니다.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교차편집을 의도하셨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이 일본 학생들의 브라스밴드 연주장면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어간 공간에서 활기찬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순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두 의견 중 감독님의 의도는 어디에 더 가까운가요?

    히로시마에 딱 하루 있었는데 우연히 만나게 된 장면입니다. 마침 그 날이 전국 고등학교 브라스밴드 경연대회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히로시마 평화 기념과 맞은편에서 신나는 브라스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경연대회이다 보니 활발한 음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래도 ‘과연 이 아이들이 이 장소의 의미를 알까?’싶은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다리 위에서 핵무기 반대 성명을 받는 아이들이나 사진을 찍는 관광객 모두 이 공간에서 있었던 과거의 사람들의 그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동정심을 느낄까요? 사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저도 정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특정 공간에서 우리는 현실을 보지만 모든 공간은 다양한 층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간을 바라볼 때에는 결정주의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자 분의 질문처럼 모순 그 자체를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결정보다는 물음표를 가지고 나아가면 일본 뿐 아니라 다양한 공간을 바라볼 때 더 솔직한 개인의 감상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  변성찬 영화평론가

    기록  |  윤하영 루키

    사진  |  정지수 루키

  • [7호] [네마프 토크] 노동과 영화 ST
    NeMAF 조회수:3392 추천수:26
    2015-08-12

    8월 11일 산울림 소극장에서 오후 5시에 하룬 파로키, 안트예 에만의 <노동의 싱글숏> 상영이 있었다. 영화의 상영 이후, 오후 6시부터 서현석 영화연구가와 함께 하는 네마프 토크 ‘노동과 영화’의 시간이 이어졌다. 근대 이후 모더니즘은 영화를 노동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어떻게 파악했는지, 특히 하룬 파로키의 작품에서 노동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강의가 끝난 후에는 관객들과의 대화시간을 통해 노동과 영화에 대한 더욱더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하는 네마프 토크‘노동과 영화’를 요약한 것이다.

    모더니즘 그리고 작가주의

    1950년대에 모더니즘이라는 사조가 등장합니다. 모더니즘은 회화의 평면성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60년대에는 ‘매체’에 대한 질문으로 확대됩니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다양한 형식적인 실험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영화와 미술에서 ‘작가’의 존재가 중요해집니다. 형식적인 실험을 하는 주체가 사회적, 미학적으로 고도의 기술 내지는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또한 대중들 역시 이런 작가들을 인정하게 됩니다. 요즘 하고 있는 <마크 로스코 展>을 예로 들자면, 마크 로스코가 작가주의의 정점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전시회를 가면 작품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작가의 삶이나 가치관이 강조되어 있죠. 이런 작가주의는 모더니즘의 많은 유산 중의 하나입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근대적인 주체’의 탄생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때부터 개인의 생각은 모두 고유하고 하나의 인격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작가들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고 오늘 중점적으로 다룰 하룬 파로키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영화라는 이름의 노동

    모더니즘과 함께 아방가르드 역시 부흥하게 됩니다. 이런 의식을 통해 영화는 창작임과 동시에 노동이라는 인식 역시 팽배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인식의 원류를 찾아가면 한 명의 감독을 만날 수 있는데 바로 지가 베르토프(Dziga Vertov)입니다. 베르토프는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사유를 작품을 통해 매우 이르게 펼쳤는데, 대표적인 작품은 <카메라를 든 사나이>(1929)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세상의 여러 모습의 노동을 찍은 작품입니다.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나가는 상황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생겨났고, 베르토프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노동’이라고 한 것입니다.

    하룬 파로키 역시 베르토프에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베르토프를 '20년대의 아방가르드'라고 명칭한다면 파로키는 '60년대의 아방가르드'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즉 유사한 만큼이나 두 감독사이에 차이점도 존재한다는 것이죠. 파로키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꺼지지 않는 불>을 보면 이 지점들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 때 미국의 고엽제 사용을 고발하는 내용의 정치적인 반전(反戰)인데, 이 영화에서 독특한 점은 이미지의 사용이 최소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파로키가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에 대한 의심을 잘 보여줍니다. 즉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죠. 단순하고 충격적인 이미지로 담아내기에는 그 당시 국제정세와 자본주의는 이미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해진 것이죠. 이 때문에 파로키는 이미지를 통한 형식적인 실험을 최소화합니다. 때문에 <꺼지지 않는 불>은 반전영화를 넘어서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더 나아가 영화라는 노동이 어느 지점을 향해가야 하는지에 대해 은유적으로 성찰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체/장치로서의 영화

    파로키의 영화와 노동에 대한 사유를 더욱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념에 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바로 '매체로서의 영화', 그리고 '장치로서의 영화'라는 개념입니다. 매체로서의 영화에 대한 고민은 물질로서의 영화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즉 필름, 카메라와 같은 것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형식실험은 물질로서의 영화에 대해 고민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반면에 장치로서의 영화는 비물질적인 것, 비가시적인 것에서 영화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가는 사유체계입니다. 영화가 담아내고 있는 가치관, 영화가 하고 있는 질문 그리고 영화의 정치성 등이 장치로서의 영화가 알아내고자 하는 부분입니다. 즉 극장을 떠나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룬 파로키와 노동

    다시 하룬 파로키로 돌아오면 파로키는 '장치로서의 영화'에 대한 사유를 조금 더 넓힌 작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미지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영화라는 장치 자체가 사회 곳곳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를 소재로 한 작품도 제작한 바 있구요. 즉 영화라는 장르가 우리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어떤 가치관을 생성하는가에 대해 성찰한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파로키는 ‘영화라는 매체가 과연 무엇인가’라는 모더니즘적 질문에서 출발했지만 고민의 범위를 일상까지 확대하면서 모더니즘을 이탈한 작가가 됩니다. 후기에 가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확대되어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관찰하는 아티스트로 변모합니다.

    이러한 파로키의 사유를 오늘의 테마인 ‘노동’으로도 충분히 풀어볼 수 있습니다. 베르토프가 생각한 노동으로서의 영화는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파로키는 영화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토론하고 이를 통해 담론의 장을 만들어가는 것 역시 노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영화를 관람하는 것 역시 노동이 될 수 있으며 또 되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파로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화가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고민하였지만 끝내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대답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기를 원했습니다. 파로키에게는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영화를 만드는 행위이자 노동이었기 때문입니다.

     

    QnA

     

    하룬 파로키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작가의 영화나 비디오작품을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특정한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파로키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작가의 흔적이 매우 희미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의 싱글숏’에서도 볼 수 있듯이 카메라의 존재감이 매우 약하죠. 이런 작품들은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는 순간 우리의 손에서 엇나가기 시작합니다. 아마 개인을 내세우지 않고 집단 창작을 하거나 익명을 내세우는 작가의 작업들이 비교해볼만한 화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하룬 파로키의 작품에서 ‘노동과 영화’라는 이야기를 더욱더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파로키가 생각한 ‘노동’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로키는 과연 ‘노동’을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사실 파로키의 생각을 강의 형식으로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파로키의 작품세계와는 다소 모순된다고 생각합니다(웃음). 때문에 제가 알고 있는 한에서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파로키는 결과중심적인 노동에서 탈피해 '과정중심적인 노동'에 집중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즉 노동이라는 테마를 자본주의와 분리해서 보고자 했던 것입니다. 보통 이런 영화를 운동영화 혹은 저항영화라고 부르고 대개 정확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만 파로키의 영화에서는 구체적인 메시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파로키의 목표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민주적으로 담론을 만들어가는 것이지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대화와 토론의 과정에서 대안적인 노동의 형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노동의 싱글숏>역시 여러 사람이 함께 찍은 결과물로 이루어져 있죠. 때문에 이 작품에서는 파로키를 감독이 아닌 프로듀서라고 부릅니다. 파로키는 이와 같은 다양한 방법론적인 시도를 통해 대안적인 노동의 틀을 확장시켜 나가고자 했을 것입니다.

     

    강연  |  서현석 영화연구가

    기록  |  윤하영 루키

    사진  |  유현식 루키

  • [7호] 글로컬 구애전 단편4 GT
    NeMAF 조회수:3647 추천수:26
    2015-08-12

     

    8월 11일 화요일 오전11시 인디스페이스에서 <글로컬 구애전 단편4>이 상영되었다. 이번 단편4은 에이세 카르탈 감독의 <백워드 런>, 파스칼플뢰르크 감독의 <곰>, 김하경 달린 감독의 <이야기의 역사, 역사의 이야기>, 임민영 감독의 <컵 밥>으로 구성되었다. 관객과의 대화는 <이야기의 역사, 역사의 이야기>의 김하경 달린 감독과 진행 되었다. 이하는 설경숙 프로그래머와 김하경 달린 감독 그리고 관객들의 대화를 기록한 것이다.

     

    감독님 짧게 인사말씀과 영화를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알려주세요.

    ‘이야기의 역사, 역사의 이야기’ 영화의 연출을 맡게 된 김하경 달린입니다. 제가 3년간 연구한 식민 멕시코 이민사회에 대해서 영화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중남미 지역학과를 전공했었습니다. 졸업 논문으로 어떤 것을 쓸까 고민하는 차에, 김영하 선생님의 검은 꽃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고 했지만 실제로 민족주의적인 시각이 많아 편향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대안적인 역사 읽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멕시코의 한인민족이야기를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야기를 통해서 영화를 그리고 계신데요, 이 배경을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 ‘에네껜’이라고 불리는 멕시코 이주민의 이야기를 얘기해주시겠어요?

    1905년에 한국 분들이 노동계약을 통해 멕시코로 가게 되었습니다. 속임을 당해서 갔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지원을 해서 갔다고 합니다. 한인 이민자들이 오기 전에 내전이 일어나서 에네껜 농장에서 일을 하던 많은 원주민 노동자들이 죽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시급하게 필요한데 한인 노동자들이 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적응하기에는 기후도 덥고 노동환경도 열악하였기에 많은 고생을 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에네껜은 한인 노동자들이 일을 한 농장의 이름이면서 한인 노동자들을 일컫는 말이 되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궁금한 점이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는 배열이 음성과 사운드, 레이아웃 상의 화면들이 리듬 있으면서 신중하게 배치되어 있는데 처음부터 기획하셨던 건지 아니면 편집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로는 나레이션을 통해서, 또 텍스트를 통해서 이야기를 프레이밍을 시켜주시는데 이런 형식자체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식의 작업을 차후에 하실지 궁금합니다. 세 번째로는 에네껜이 멕시코로 넘어갈 때 배가 띄워진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배를 띄우셨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첫 번째부터 대답을 하자면 리듬은 편집을 하면서 1년 동안 고군분투하면서 찾은 것이기는 합니다. 텍스트가 나가는 순서나 논리는 촬영 전에 계획한 것입니다. 사실 영화 버전이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한국 관객들을 위해 또 스페인어만 할 수 있는 관객 분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두 언어를 다 아시면 알 수 있는데 발화되는 언어에 우위를 두고 그 순서에 따라서 그 텍스트를 배열을 했고 자연스럽게 텍스트가 등장했을 때 파편적으로 어떨 때는 다른 문장이 되기도 하고 마지막에 완성이 되었을 때는 애초에 생각했던 것 보다 의미가 더 해지거나 덜 해지거나 하는 의도로 만들어졌습니다.

    두 번째의 대한 대답은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은 애매한 경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대표적으로는 디아스포라를 계속 연구하고 그에 관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기 때문에 이러한 골자는 계속 가지고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들면서 점점 더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제가 의도했던 그림이 안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배는 저희가 띄운 게 아니라 매여 있는 배입니다. 촬영감독님이 움직이는 것처럼 찍어주셨지만 롱 샷으로 보면 묶인 배입니다. 제가 의도했던 바는 돌아오고 싶었지만 타의로 인해 갈 수 없었던 한인 이민자들의 삶을, 그 배가 직설적이지만 적절하게 비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영상으로 담아내게 되었습니다.

     

    역사적인 것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재현을 드러내면서 발화되는 말과 문자적인 언어를 적절히 섞어가며 그 것의 관계가 주는 역동적인 관계를 시각적으로 잘 전달하신 것 같습니다. 재현에서 흥미로웠던 점이 단순히 화자의 이야기를 재현하신 것이 아니라 옛날이라는 배경 앞에서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로 중첩되게 표현 하셨습니다. 매체가 가질 수 있는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생각하는데 어떠신가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영화라는 것은 글이나 다른 매체로는 다가가기 힘든 유기적인 사회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프레임 하나하나가 그 역사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됩니다. 여러 가지 중의 한 가지가 아니라 그것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이, 실제라고 볼 수 있는 혹은 실제로 실제인 만들어진 재현된 퍼포먼스, 그것을 담는 카메라 그 모든 레이어를 담을 수 있는 것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서 목소리가 여러 개 나오는데, 감독님이 스페인어로 직접 녹음한 부분이 있고 남성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인물 생각을 많이 하면서 봤었는데, 맨 마지막에 ‘우리나라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이 나왔을 때, 두 개의 스크린에서 다른 대답이 나오잖아요? 이것이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만드셨는지 아니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민족주의적으로 예쁘게 포장해서 바라보기 때문에 역사를 정리하는 감독님의 입장에서 만드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사실은 두 개의 스크린 공간을 나눠 놓고 영화를 진행하면서 이 두 개의 간극을 없애고 경계를 없애버리자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는 100년이라는 시차를 보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왼쪽에 나온 것이 제가 인터뷰를 했을 때의 진짜 대답이고 오른쪽은 100년 전의 첫 한인들이 대답 했을 법한 대답을 상정했습니다. 이 나라 사람,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뜻은 100년 전의 한인들이 멕시코 사람들과 차이를 두기 위해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멕시코 한인의 후손들에게 물어보면 나는 둘 다 이기도하고 둘 다 아니기도 하다며 인터뷰를 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대답합니다. 저는 그런 복잡한 부분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문구들과 텍스트들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이런 문구들을 인터뷰를 통해 채택하셨는지 아니면 직접 만드셨는지 채택과정과 가장 의미 있었던 점은요?

    네 개의 공식 인터뷰와 몇 개의 비공식 인터뷰를 근간으로 텍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직접적으로 인용한 부분은 한 군데 밖에 없습니다. 맨 마지막에 나왔던 ‘나를 기억하는 모든 것들은 아직 꿈만 같구나’라는 한마디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00년의 시차를 보여 주는 것이고 기억과 역사의 애매모호함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이 제일 마음에 남습니다.

     

    인터뷰 목소리를 쓰지 않고 나레이션으로 나타낸 이유는 무엇입니까?

    고생을 해서 인터뷰를 하신 촬영감독님께 죄송하지만, 문화적인 정체성, 국가적인 정체성이 시각적으로 지표화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듣기 전에 그 사람의 생김새를 보고 이야기에 대한 편견을 만들고 집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 같아서 시각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한꺼번에 공식적인 인터뷰의 목소리를 들려드렸습니다.

     

    다큐멘터리인데 시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역사적 배경이나 상황이 처음부터 소개 되었더라면 더 몰입이 됐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소개가 부족해서 이해가 잘 안됐었습니다. 일부로 그렇게 만드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고민했던 것은 관객들에게 불친절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분명 이건 한인 민족사회에 대한 이야기지만 여러 개의 이야기가 역사가 되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무엇인지 배경지식을 주는 것 보다 보편적인 하나의 이야기로 느껴주셨으면 해서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남성시각으로 만들었는데 여성 시각으로 영화를 만드실 계획이 있으신지?

    한인 멕시코사라는 연구를 주제하면서 속이 상했던 것은 워낙 이 주제 자체가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고 학술적인 연구가 제한적입니다. 그로 인해 당연히 노동자들도 여성과 아이들도 있었지만 남성들이 주된 사람들이었고 남성 중심의 역사가 증거로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여성의 시각으로 똑같이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러나 다음 프로젝트인 브라질 한인 이민사를 통해 남성과 여성의 수평적인 관계를 담아내면서 여성의 시각을 담아내고자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사내로 나온 연기자가 본인이던데 그것에 대한 설명을 해주실 수 있는지요?

    멕시코에 촬영감독님과 저 밖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멕시코에서는 제가 상황 상 그럴 수밖에 없어서 사내 역할을 했습니다.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더웠던 기후였습니다. 

     

     

     

    진행  |  설경숙 프로그래며

    기록  |  김준 루키

    사진 |  김재아 루키